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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Feb 20. 2022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쳤다

또 하나의 배움

수능을 치르고 처음인가? 아, 이후에 방송대 시험을 칠 때도 쓴 것 같다. 어쨌든 10여 년이 훌쩍 지나 OMR카드에 마킹을 했다. 수험번호를 쓰고 내 번호를 하나씩 찾아가며 찍었다. 감회가 새롭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조금 일찍 출발했다. 시험장에는 주차를 할 수 없어서 근처에 있는 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주차장이 혼잡하지 않아 좋았고 시험장까지 7~8분 걸어가야 했지만, 그 정도 거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해서 만족했다. 코로나 증상 유무를 체크하는 서류를 내고 체온 확인 후 입실했다.


나는 1층에 있는 고사장이다. 고등학교에 이렇게 들어오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러고 보니 이 학교에 결혼 전 한식조리사 자격증 시험을 치러왔었네. 취미 요리반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한식조리사반과 합쳐져서 시험을 쳤다. 난 취미를 원했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았고 시험을 쳤지만 똑 떨어졌었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고 한 15년이 지난 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을 치려고 온 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이다 보니 아무래도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이 보인다. 간간이 남자분들도 계신다. 다들 어떤 이유에서 이 시험을 치러왔을까. 궁금하다. 사실 나도 꼭 필요한 자격증은 아니었다. 나중에 부모님이 요양보호사가 필요해지면 자녀가 맡아서 할 수 있다고 해서, 가 첫 번째 이유다. 당장 급한 게 아니지만 양가 부모님이 모두 70대이시니 필요해질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먼저였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 물리치료사 보수교육을 들으면서다. 법이 개정되면서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도 재가요양센터의 개설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은 간호사와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였다.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는 1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기만 하면 센터장이 될 수 있는 요건이 됐다. 그럼 지금도 충분히 개설요건을 갖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시험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변에서 '왜'라고 자꾸 묻는다.


센터를 당장 차리겠다!! 는 생각은 아직 없다. 지금 다니는 병원을 마음 변하기 전까지는 계속 다닐 생각이기 때문에. 또 그러면서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n 잡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도 충분히 바쁘고 재밌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아니 그러니까 또 왜?'냐고 묻는 거겠지.


사실은 그런 거다. 만약 센터를 차리거나 실무자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요양보호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이라도 알아놔야지 하는 거. 일을 하면서 알아갈 수도 있지만 알고 시작하는 거와는 천차만별이지 않을까. 그래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같아서다.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학원 원장님은 그랬다. '운전면허 시험 치는 것과 유사해요' 그래서 쉽다는 말이었지만, 그래서 어렵다는 이야기도 됐다. 운전면허도 생각보다 이론에서 떨어진 사람이 좀 있다. 만만하게 보면서 공부하지 않고 가서 시험 쳤다, 전날 술 먹고 다음날 가서 시험 쳤다,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운전면허 시험이 참 어려웠는데... 공부하지 않고 그냥 갈 깜냥은 더더욱 안되었다. 크라운에서 나온 문제집을 들고 학교에 가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계속 보면서 풀고 공부했다. 결과는 72점인가 4점인가. 1종 커트라인을 겨우 넘었었다. 그래도 뭐 합격이니까~하면서 마음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요양보호사 시험도 그랬다. 시험운이 좋은 친구는 하루 공부하고 갔더니 엄청 어렵더라, 고 했다. 같이 시험 친 다른 선생님들은 한 달 정도 공부하시더라, 하길래 나도 한 달은 공부해야지 싶었다. 매달 모집하던 경제 독서모임을 이번 달만 쉬기로 했다. 다른 일정들도 전부 시험 이후로 잡았다. 코로나 백신 부스터 접종도, 인근에서 하는 독서모임도 모두. 학원에서 주는 문제집과 기출문제를 다 풀고 문제풀이도 하니 감이 오더라. 생활상식도 섞여있었지만 내가 아는 생활상식과는 다르네? 식기 씻는 순서랑 도마가 하나뿐일 때 쓰는 순서는 또 뭐지? 같이 공부하는 샘들과 가장 웃기다 했던 거는 골절이 의심될 때와 출혈이 발생됐을 때였다. 심한 골절이 아닌 이상 눈으로 확인이 어려우니 '움직여보세요'했는데 ㅋㅋㅋ 아니래. 또 출혈이 발생했을 때 일단 지혈을 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 비닐장갑을 찾아서 끼고 멸균거즈도 갖고 와서 지혈을 해야 된데. 그러는 동안 피가 철철 흐르겠구먼. 하면서 외웠던 기억도 난다.


새로 알게 돼서 좋았던 점은 많다. 편마비 환자를 이동시킬 때 손의 위치와 순서라든지,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시 패드를 붙이는 것과 순서 등이다. 나에게도 다가 올 노년의 삶을 이해하는 것도 지금 일하는 곳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일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행동이 이해되지 않은 적도 많다. 그런 것들이 공부를 하면서 이해되고 공감도 된다.



학원 원장님이 보내주신 가채점 답안을 보니 3개 틀렸다. 바꾸기 전에 찍은 답이 정답이라는 사실은 여기서도 불문율이었다. 이론 문제 중 틀린 하나의 문제는 '노인의 날'이 어떤 성격인지 묻는 내용이었다. 노인의 날은 '정치적 목적'이라는 답이다..... 몰랐다. 노인의 날이 정치적인 목적이었는지.

뭐 아무튼 확실하게 이번 기회에 알게 됐으니 또 하나의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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