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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Aug 17. 2022

3. 18년 차 나 홀로 실장, 김 실장 이야기

나만 이렇게 별 볼일 없는 건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동기가 개업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 걔는 잘할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갓 졸업하면서부터 우리는 진로가 나눠졌다.

병원으로 가는 팀, 운동 쪽으로 가는 팀, 공무원이나 공기업 준비하는 팀, 

그리고 아예 이 일을 그만두는 팀.


병원으로 가는 팀에도 급이 나눠졌다.

큰 병원 위주로만 면접을 보는 친구들은 그렇게 들어갔고, 

나처럼 동네 의원급으로만 다니는 친구들은 또 그렇게 이직을 해도 또 의원이었다.


조금씩 연차가 쌓여감에 따라 그 갭은 더 벌어졌다.

지금이라도 큰 병원으로 가볼까, 생각했다가 '너무 늦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것이

3년 차 조금 지났을 때였다. 지금 같으면 그 정도 연차 가지고 무슨 그런 고민을 했을까 싶다.


친하게 지내던 한 후배 녀석은 이곳에 비전이 없다며

공기업을 준비하더니 떡하니 붙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지역 공기업이 아닌 

건강보험공단에 다시 붙어버렸다. 이제 연봉이 1억이 좀 모자란다며 여유롭게 말했다.


복지관에 근무하는 친구는 매일이 서류와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이라 날 좋은 봄, 가을에는 주말도 없이 행사가 가득하다며 

매일 야근을 밥먹듯이 한단다.

그래도 일반 병원에 다니는 나보다 연봉도 많고, 게다가 부동산 투자로 월세를 받기도 한다. 


이번에 센터를 오픈한다는 동기는 준비자금으로 몇 천만 원이 들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험담을 하는 사람들이 좀 있나 보다. 

직접 물어보니 컴포즈나 하삼동 커피 프랜차이즈 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든다고 말한다. 

돈이 든 만큼 서울에서 좋은 걸 많이 배워와서 잘할 것 같다.

원래 또 치료에 소질이 있던 친구였으니까.


이 쪽 일에 아예 손 놓은 친구들의 소식도 간간히 듣는다.

공인중개사 남편을 따라다니며 부동산 투자가로 변한 동기, 아예 일반 회사에 취직한 동기, 

꽃집을 차려서 플로리스트로 사는 친구, 일찌감치 졸업 이후에 9급 공무원 시험을 쳐서 3년 만에 합격한 동기 아니면 아예 다른 쪽으로 전공을 바꾼 친구까지. 


하나씩 나열하다 보니 나만 이렇게 사는가 싶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거만 하고 살아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자꾸 벗어나려고 해도 스프링처럼 원점으로 이끄는 힘이 있었다.

아니 그냥 이 일이 손에 익어서 다시 병원으로 와서 월급을 받는 게 훨씬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내 삶이 이렇게 계속 흐르도록 둬야 하는 건가. 

답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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