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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Aug 19. 2022

4. 18년 차 나 홀로 실장, 김 실장 이야기

혼자 일한 다는 것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병원 근처에 가끔 가는 편의점이 있다. 

근무 시작 전, 시원한 커피가 생각나 '얼른 뛰어갔다 와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없을 때 환자가 오면 안 되니 말이다.


바쁜 나의 마음은 편의점 문을 세차게 밀었고, 

작용-반작용이라고 뉴턴이 그랬나,

순간 불어버린 나의 몸무게만큼 다시 튕겨 나왔다. 


'화장실 갑니다. 급한 용무는 010-XXXX-XXXX으로 연락 주세요'


큼지막하게 적어놓은 메모를 보지 못한 채

문으로 달려든 내가 잘못이다.


편의점 직원이나 나 홀로 실장인 나나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나도 화장실 갈 땐 환자가 없거나 

환자의 치료시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물론 병원의 다른 직원에게 부탁하고 화장실을 다녀올 수도 있지만,

그들도 그들의 업무가 있으니 바쁜 시간에는 언감생심이다.


화장실 외에 또 곤란한 게 있다면 바로 '결근'할 때다.

편의점 알바는 대타로 누가 뛰어줄 수 있지만(사장님이라도 투입되거나)

치료실은 사장인 의사가 대타로 뛰어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프거나, 아이의 공개수업이나 축제, 졸업식 등의 행사처럼 

꼭 결근이 필요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다른 가족들을 보내서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내가 아플 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쓰러져도 병원 문턱 넘고 쓰러지라'는 웃픈 말도 전해져 내려온다.


실제로 아파도 출근해서 링거 맞고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정말 고열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거나, 

코로나 감염일 경우. 뭐 그 정도면 퇴근을 시켜주려나.

병원은 장점이자 단점이 출근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병원 종사자가 아닌 주변인들은

'연월차 쓰면 되지 왜 그래?'라는 모르는 소리를 한다.

연월차도 중급병원 이상이나 되어야 쓸 수 있다.

의원급에서는 5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하등 이상이 없는 일이 많다.

(사실 구경도 못한 근로계약서에는 이 모든 게 법적으로 '내가 동의' 했다는 걸로 되어있다)


그나마 요즘 다행인 점은

평일 오후에 쉬는 의원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주 42시간' 근무조건 때문인데, 토요일 오전 근무를 주로 하는 의원에서

42시간이 초과되기 때문이 평일 오전이나 오후를 쉬게 된 것이다. 

평일에 관공서나 은행 등 볼 일을 보기엔 좋게 됐다. 


주변에서 또 들을 수 있는 말이

'큰 병원으로 들어갈 순 없어?'

그 말인즉슨, 경력직인데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없냐는 말과 같다고 보면 된다.

경력직 사원을 뽑는다고 한들 과연 몇 명이나 뽑으며, 

의원급에서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업무를 할 만큼 준비가 되었을까. 


이래저래 혼자 일하는 푸념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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