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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Aug 13. 2022

2.18년 차 나 홀로 실장 김실장 이야기

커피는 사 먹으면 안돼요?

*사실을 바탕으로 꾸며낸 가상의 인물 이야기입니다.



나는 3년 차 막내 박샘이다.

실장님과 같은 연차인 두 번째 선생님, 세 번째는 나와 학교 동기인 친구다.

나는 학교 동기보다 6개월 늦게 들어가 막내가 된 경우다.

학교 동기인 김샘은 내게 이것저것 소소한 것까지 잘 알려줬다.

학교 다닐 때는 옆반에 있는 중학교 동기의 친구라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었는데,

이제는 그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김샘 덕분에 병원에 적응하기가 더 쉬웠던 것도 행운이다.


김샘이 알려준 여러 가지 병원생활 꿀팁 중에 

실장님에 관한 것들도 많다.

'일단 실장님은 비혼 주의이며

두 번째 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은 동기 사이다.

항상 목, 어깨가 안 좋으시기 때문에 잦은 두통에도 시달리신다.

그렇긴 하지만 성격은 좋고, 치료실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이 크다.

또 하나,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는데,

무조건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이어야 한다.'는 것.


'응, 응, 응' 하고 듣다가 

'커피 둘?' 하고 깜짝 놀란다.

"아니 요즘 세상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이라니?

여기는 노랑 커피 안 마셔?"

"응. 실장님이 노랑 커피보다 이렇게 따로 사서 타마시는게 더 돈이 덜 든데.

병원에서 이런 비용을 주는 게 아니잖아. 우리가 돈 모아서 커피를 마시니까 더 그런 것 같아."

김샘은 나보다 먼저 이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그런 점은 수긍하는 눈치였다. 


커피는 주로 둘째 선생님이 타 주셨다.

막내인 나는 옆에서 거들며 선생님이 타 주신 커피를 각자의 자리로 서빙하는 역할을 했다.

막내라면 그런 허드렛일이라도 해야 눈치가 안보였다.


가끔은 보조 선생님이 커피를 탔다. 

그때도 나와 김샘은 옆에서 커피를 나르거나 

모자란 재료를 병원 앞 슈퍼에서 사 오는 등 허드렛일을 했다.

항상 커피 재료를 사 오면서도 '그냥 믹스커피 한 박스를 사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커피 6잔을 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그리 간단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설탕을 좀 적게, 누군가는 커피를 진하게 타 달라는 요구도 했기 때문이다.

어는 날은 둘째 선생님이 계속 커피를 타는 것이 좀 그랬는지

실장님은 "오늘은 김 마담 커피를 좀 마셔볼까?"라는 식으로 그날의 순번을 정해주셨다.

(치료실 식구들의 성이 모두 달랐다)


'김 마담'이 된 동기가 커피를 탈 때는 나도 덩달아 조마조마했다.

커피 맛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커피 숟가락으로 커피를 봉긋하게 떠서 담는지, 평편하게 깎아서 담는지,

아니면 그 중간 어느 쯤으로 담는지에 따라 커피 맛은 천지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김 마담'의 커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그 시스템이 싫었다. 

어느 날인가, 노란 믹스커피로 마시면 안 되냐는 나의 질문에

실장님이 단칼에 거절한 이후로 혼자 불만이 쌓여갔다.

그리고, 그렇게 단체로 커피를 타고 마시는 일도 싫증이 났다.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오늘은 박 마담 커피를 마셔볼까?"

(박샘이 커피 좀 타 와)라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나는 정말 성의 없게 커피를 탔다.

커피 숟가락에 얹힌 가루들을 털든지 말든지 

얼마가 올라가 있는지 대충 보고 잔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커피가 완성되고, 실장님은 한 모금 마시더니

싱크대로 가서 내가 만든 커피를 버렸다.

그날 이후로 더 이상 '박 마담'은 치료실에서 만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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