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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Dec 03. 2022

책을 와 이리 써놨노?

딸의 글을 보는 엄마의 뼈 때림

항상 책이 출간되면 양가에 몇 권씩 보내드린다.

단순히 가족 수에 맞게 나눠서 보시라는 의미가 많다.

이번에는 빨리 못 갖다 드려서 엄마에게는 우편으로 세 권을 보내고,

멀리사는 동생에게 두 권을 따로 부쳤다.


책이 나오고 곧 시어머니의 생신이었다.

일식집에서 코스요리가 나오기 전, 

어머니는 내게 책이 나온 기념으로 금일봉을 주셨다.

첫 책이 나왔을 때 10권 정도를 사서 주변에 나눠주시고 하시더니

그다음부터는 사주시는 대신에 수고했다며 금일봉을 항상 주신다.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책을 몇 권 드렸다.

시어머니의 출간 축하 금일봉 


그런 시어머니에 반해, 

우리 엄마 민주 씨는 책을 좀 부치라며 문자가 왔다.

그 문자를 보자마자 부아가 올라 

'책이 나오면 좀 사줘야지'라는 답장을 보냈다.

다짜고짜 책을 보내라는 엄마의 문자는 

금일봉을 챙겨주시는 시어머니와 대비되면서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엄마에게 답장을 보내고 바로 책 세 권을 친정으로 보냈다. 

엄마에게는 '책 보냈다'라고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얼마 후,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책 이야기를 꺼낸다.

'책을 와 그리 써놨노? 재미없게'

....... 할 말이 없다. 하긴 엄마가 재미있을만한 책은 아니지, 라며 답을 했다.

'뒤에 가니까 쪼매 볼만 하더라. 내 같이 나(나이) 많은 사람도 볼 수 있게 책을 좀 쓰고 안 하고'

끙... 네네 다음에는 연세 드신 분들도 볼 수 있게 책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친절하게 말하지 못하고

'아이고~ 엄마가 재밌으려면 내가 나이를 좀 먹어야 되겠네'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친구들은 내게 가끔 '팩폭'을 한다고 한다.

나는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인데, 너무 사실 그대로 말한단다.

나도 알고 있다. 그게 불쑥불쑥 속에서 나오는 걸 알고 있는데,

가만 보니 우리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엄마와의 일화를 이야기하다 보면 친구들이 '와~ 딸한테 심하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외모나 기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말이다.


이번에도 엄마를 대상으로 쓴 책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엄마에겐 재미없는 내용일 거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바로 말하시니 살짝 서운한 건 사실이었다.

금일봉을 챙겨주시는 시어머니와도 비교도 되고.


나중에 엄마는 시내 서점에 내 책을 사러 갔었다고 했다.

너무 초반이라 아직 책이 안 들어왔다고 그랬다고. 

며칠 뒤, 서점에서 책이 들어왔다고 연락이 왔는데, 아직 못 가봤네~라고 하시는데,

그냥 엄마는 그게 엄마의 최선이구나 싶었다.


다음에는 어떤 책을 쓰면 엄마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인정 욕구가 참 강한 아이구나. 나이가 들어도 그렇구나. 를 느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그런 욕구가 

성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참 의아하다. 

아직도 내면 아이는 충분히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인가. 그런 생각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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