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신화라 Dec 14. 2022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사랑법

연극으로 어머니의 삶을 그려내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교사 연극모임에 나갔다.

매년 12월에는 1년 동안 준비한 연극을 한 편씩 올렸다.

아이들도 어린데 12월만 되면 연습 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남편이 싫었고, 힘들었다.

점점 아이들이 연극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같이 연극을 보러 간다. 

이제는 40 중반의 남편이 20~50대를 아우르는 연극모임에서 재미를 찾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은 에너지를 얻는 일이라 생각된다. 


매년 작은 소극장을 빌려서 연극표를 팔기도 하고 얻은 수익은 학교나 학생 관련 기부를 하기도 한다. 올해는 포맷을 바꾸어 2,3인극으로 짧은 연극을 한다고 했다. 관객도 따로 부르지 않고 지인들 몇 명 정도만 부를 거라 아주 작은 행사가 될 거라고 말했다.


몇 주 전, 김장을 하러 본가에 갔을 때 이것저것 소품이 될만한 것을 어머니께 허락을 구하고 챙겨 왔다. 항상 있는 일이라서 본가에는 오래된 전화기나 옷가지를 일부러 남겨두기도 한다. 이번에는 어머니 옷도 챙기고 밥상에 밥그릇까지 챙기며,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는 말도 내게 하는 걸로 봐서 '(대중적인) 어머니에 관한 이야긴가보다'라는 짐작을 했다.

아모르파티 

어머니는 시누 형님이 모시고 오셨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공연이 있는 행복마을학교로 갔다. 남편이 나오는 극은 두 번째 <아모르파티>라는 15분의 짧은 극이다. 남편과 여자 선생님 한 분, 총 2명이 나오는 2인극이다. 남편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멀티맨으로 나오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고, 같이 하신 여자 선생님은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만나게 된 계기부터 시어머니의 구박, 남편의 의처증, 고된 시집살이에 짐을 쌌지만 아이들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던 것, 의처증이 있던 남편이었지만 사랑했고 그런 남편을 먼저 보내야 했던 내용까지. 극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들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고, 다들 코를 훌쩍거렸다. 


나도 들었고 보았던 어머니의 삶을 파노라마 같이 눈으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중에 어머니는 '다 지나간 일이니까... 애들이 다 잘 커줘서 보람되고 행복하고 그렇다.'라고 소감을 말씀하셨다. 남편은 결혼 전에도 딸 같은 아들이었다. 굉장히 살갑고 하진 않았지만 명절이나 제사가 있고 나면 어머니를 모시고 찜질방에도 다녀오면서 맛있는 식사도 사드리고, 재밌는 영화가 있으면 표도 끊어드리고 그랬다. 막내라서 누나와 형이 하지 않는 일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하곤 했다. 


연극을 보면서 어머니가 처음으로 부러워졌다. 아들 혹은 딸이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해주는 일이 흔치 않고, 연극을 준비하면서 표현할 어머니를 생각하고 고민했을 흔적이 보여서다. 남편은 연극으로 어머니를 표현했다면 나는 나의 엄마를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브런치에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을 지속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내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까,도 궁금해진다. 


연극의 마지막에는 이런 대사를 한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만족하실까요?"


아주 어려운 질문을 우리에게도 던진 듯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을 와 이리 써놨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