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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민주씨
나의 아기수첩
엄마의 정성이 가득한
by
달빛처럼
Dec 16. 2022
안방 화장대 서랍 제일 아랫쪽에는
아기수첩이 총 3개가 있다.
모양이 같은 두 개는 내 아이들, 연우와 민준이가 태어날 때부터 쓰던 것이고
표지가 없는 오래된 수첩 하나는 '아기 신화라'의 것이다.
엄마는 내가 결혼하고 나서 내 출생때부터 쓰던 아기수첩을
'이제 니가 갖고 있으라'며 건네주셨다.
이유는 그 안에 있는 예방접종 기록 때문인데,
혹시라도 그게 없어서 나의 건강을 증명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라는 이유인 것 같았다.
나와 내 아이들의 건강수첩(아기수첩)
엄마는 82년 5월,
마산시(지금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있는
'강 산부인과'에서 날 낳았다.
당시 병원비가 없어서 아빠는 돈을 빌리러 다녔고,
남편이 무서워서 큰 딸의 몸조리를 해주러
선뜻 오지 못한 외할머니를 대신해,
병원장 사모님이 미역국을 끓여주셨다고 했다.
출산 당시 나는 '다리부터' 나왔는데,
워낙 몸집이 작아서 걸리지 않고
다행히 자연분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체중이 2.45정도여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원장 선생님은
엄마 뱃속에서 충분히 잘 있다가 나왔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단다.
출생기록
내가 첫째 연우를 2.8키로에 낳았는데,
그 때도 아기가 작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조리원 옆 방에 2.4키로로
태어난 아기를 봤더니 그리 작을 수가 없었다.
'아, 나도 저만큼 작았겠구나'
그런 생각을 그 때도 했던 것 같다.
예방주사 기록
요즘은 전산으로 어떤 접종을 했는지, 안했는지
바로 알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렇게 손으로 써내려가야 했을거다.
나도 두 아이들의 예방접종 기록을
아기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혹시나 날짜를 놓치진 않았는지,
이번엔 어떤 접종을 해야하는지 늘 살폈었다.
그랬기 때문에
엄마의 이런 기록이 눈에 띈다.
조금 자라서 초등학생 때,
엄마와 함께 보건소에 가면서
내가 주사 맞고 나서 '뭐'가 생겨야 한다는데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나도 그게 뭔지 모르지만
"생기는게 좋은거야?"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항체라는건 중학생이 되어서 알게 됐다)
아기수첩 매일분유 광고
아기 수첩 뒷표지에는
'매일 분유' 광고가 있다.
몸이 약한 엄마의 모유가 나오지 않아
우리 삼남매는 모두 저 분유를 먹고 자랐겠네.
그런 생각도 든다.
매달 돈이 들어오면
'화라 병원비'라고 따로 항목이 있을정도로
허약해서 지금의 합성동에서 마산역까지
아이를 업고 걸어서 병원을 다녔다고 했다.
80년대에는 데모가 많아서
그 병원가는 길에 화염병, 최루탄 연기가
가득한 날도 많았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보면
엄마도 아이인 나도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하셨었다.
40년이 넘은 아기수첩을 보면서
엄마에게 첫 자식이었던 나는
엄마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하다.
'아기 신화라'의 아기수첩은
아기인 나의 어릴 적 모습보단
엄마의 젊은 시절이 더 궁금해지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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