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신화라 Mar 08. 2023

엄마의 보청기

다행히 좋아

몇 년 전부터 엄마는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눈도 흐릿하다고 해서 검사를 받고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는 사실은 

어쩐지 나에게 약간의 충격을 줬다.



오른쪽, 왼쪽 청력의 차이를 

느끼고 있는 나도 

나중에 들리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유전요인은 강하니까 말이다. 



엄마는 

당시 급했던 백내장 수술을 먼저 했다.

귀는 한쪽이 잘 들리기 때문에 눈부터 하고 싶다고 하셨고,

내가 알아봐 놓은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잘 마쳤다.



설이 지나고 보청기를 알아보라는 엄마의 이야기에 이것저것 찾아봤더니

우선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받아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동네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서류를 받고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고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외부 보청기 업체가 들어오는 날, 진료 일자를 맞추었다.

마치 안과에서 진료받고 

안경사에게 안경을 맞추는 그런 거라고 

엄마는 내게 설명해 주었다.



엄마가 원하는 모양의 귀걸이형 보청기를 선택했다고  했고,

보청기가 오기 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한동안 나도 잊고 있었다.



얼마 전 할머니 49제가 끝나서 엄마에게 안부차 전화를 했다.

"엄마 보청기는 어때?"

물으니 엄마는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신다.



엄마는 당신이 예민하기 때문에 작은 소리, 기계음 같은 것에 

신경이 많이 쓰일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이 그렇지 않다고, 어떨 때는 보청기를 빼지 않고 잠이 들기도 했다고 하셨다.



패딩을 입으면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서 시끄럽긴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그런데 엄마는 자신이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사실, 

귀가 잘 안 들린다는 사실에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나이가 들어서 자연스러운 거라고?

주변 지인들 중에서는 괜찮은 사람이 많은데?



아마도 약간의 상실감은 느끼시지 않았을까, 나는 그게 좀 걸렸다.

하지만 엄마는 보청기를 선택하고 착용하는 그 모든 일을 내게 설명하는 말투에 

즐거움이 묻어났다. 새로운 것을 해본다는 그런 즐거움.



내 느낌이지만, 엄마가 힘들어하는 말투와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태어나면 내 아빠로 살아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