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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Feb 17. 2023

다시 태어나면 내 아빠로 살아보고 싶다

아빠는 무슨 생각하며 살아갈까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 보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아빠.


부부니까 당연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엄마에게서 듣는 아빠의 모습은 항상

'엄마를 힘들게 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뭐가 그리도 힘들었을까.

이렇게 말한다면 엄마에게 쫓겨날지도 모르겠다.


신혼 때 부부는 당시 번화가였던 터미널 앞에서 노점상을 했단다.

아마도 간식거리 등을 파는 것 같았는데,

아빠는 부끄러워서 사람들에게 나서지 못하고 엄마보고 장사를 하라고 했단다.

엄마 뒤에 숨은 것이다.


당장 오늘 분량을 팔지 못하면 둘이 밥도 못 먹는데,

아빠는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쳐다볼까, 이런 데서 노점을 한다고 흉보진 않을까 그런 걸 더 신경 썼다고 했다.


엄마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집을 나왔어야 했어'라고 하면서도

그런 눈치는 빠른 아빠에게 매번 잡혀 눌러앉게 되었다고 했다.


'엄마가 잘못했네, 그때 아빠랑 인연을 끊었어야지'

내가 웃으며 농담을 하면, 엄마는 '그러면 지금 느그 아 들이 있었긋나'로 대응한다.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게 어려웠던 아빠는 항상 엄마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문을 닫는데~라며 누구보다도 먼저 그 회사를 나와 지게차업을 하면서

우리 집에 생긴 풍파만 해도 두 손 모두 꼽아봐야 하는데,

문제는 아직도 창원공단에서 그 회사는 건재하다는 사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게차업을 하면서 남지, 창녕 등등의 촌으로만 다니고,

장거리 출퇴근을 했다. 그때 나는 아빠에게 '그냥 창원에서 하면 안 돼?'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아빠는 창원에는 일감이 없다, 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도시에는 많은 경쟁업체가 있을 거고

시골은 그나마 독점이 가능해서인 것 같다.


지금 남편 이전에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 남자친구가 마치

'아빠처럼 우유부단해 보인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는 연대보증을 5개 넘게 섰는데,

절친한 친구는 하나도 없고 그냥 오며 가며 알고 지내는 그런 지인들의 연대보증을 섰던 것이다.

IMF 사태가 벌어지면서 보증은 하나씩 우리 집을 향해 화살을 쏘아댔고,

내가 23살부터 월급의 80%를 모아두었던 결혼자금 3천만 원도 그 보증빚을 갚는데 써야 했다.


아빠는 48년생이다. 그 나이대에 가난하다면 학교도 못 나올 텐데, 아빠는 촌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어릴 땐 서당에도 다녀서 한자도 잘 알고 내가 한창 자랐을 때도 굿모닝 팝스를 들었다. 막내로 자라 자유로운 영혼인가,라는 생각도 가끔 한다. 엄마에 비해 아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자주 듣지 못했는데, 그나마 들은 이야기는 어릴 때 태권도를 읍내에서 배워서 군에 갔을 때 따로 훈련받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


또 바로 위의 형님과 함께 기타를 집에서 만들기도 했고, 나무를 베어다가 만든 목공품을 읍내에 나가 형이랑 함께 팔기도 했다고. 집에는 그렇게 형제가 만든 철봉도 있었고 운동기구들도 만들어두었다고.


요즘 김달님 작가의 책을 연속으로 읽고 있는데 작가의 부모와 다름없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분들보다 약 10년 이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부모님이 그래서 더 생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같이 살았지만 같이 산 게 아닌 것 것 같은 아빠. 내 기억에는 엄마를 힘들게 하고, 나와 내 동생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게 사고를 치고 다닌 아빠로만 크게 기억된다.


엄마는 그렇게 애들도 힘들게 했으면서 지금 애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고 항상 몰아세운다. 그러면 나는 또 '사위도 둘이나 본 사람한테 이제 그만하라'라고 하고, 엄마는 내 뒤에서 아빠에게 욕을 퍼붓는다 ㅎㅎ


문득 '아빠의 삶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의 아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고 왜 그리 남에게는 호인이어야만 했는지, 내 실속을 채울 생각은 못했는지. 그러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퍼주는 게 즐거운 내 모습을 보면서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흠칫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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