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신화라 Sep 20. 2023

첫 강의를 기록하다

요양보호사 학원 강사로 데뷔

30대 초중반쯤이었을까?

간호사인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는 간호사 선생님이 간호조무사 양성 학원에 강사가 필요해서 오라고 하는데,

차라리 3교대를 뛰면 뛰었지, 누구 가르치고 하는 건 못하겠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랬다.

"나는 불러주면 좋다고 갈 건데, 물리치료사는 그런 학원 강사를 나갈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워."


작년 9월, 다니던 병원이 폐업하고 고용보험을 6개월 받은 이후,

우연히 보게 된 구인공고 어플에서 

'00 요양보호사 학원 강사 모집합니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가능'

이라는 구절을 보게 됐다.


바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학원이라는 곳은 내가 가서 가르칠 것이 없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에겐 미지의 세계라고 해야 할까?


저자특강을 하거나, 줌에서 어떤 것에 대한 강의는 많이 해봤지만,

물리치료사의 경력을 가지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물리치료사로서 도수치료 관련해서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은 

각종 학회나 보수교육, 학교에서 교수나 강사로 강의를 하신다.

하지만 (딱히 물리치료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나에겐 물리치료 경력으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으니, 

이런 학원에서의 기회가 흥미로웠다.


병원 경력이 3년 이상이면 강사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했다.

마침 내가 다녔던 병원이 모두 폐업을 한지라 (세상에!! 이 서류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가장 최근, 작년까지 다녔던 병원 원장님께 경력증명서를 받아서 서류를 마련했다.






매주 금요일 9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총 4주를 하고, 첫 주 수요일인 오늘 5시간을 배정받았다.

보통 다른 요양보호사 학원에서는 물리치료사 강사까진 쓰지 않고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출신 강사들로 그 자리를 채우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내가 가게 된 교육원은 대기업이 하는 곳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보행 등의 실습파트와 기초지식 파트를 내게 맡겼다.


내가 공부할 때와 누군가에게 가르칠 때는 차이는 너무나 컸다.

혼자서 공부하면 2시간 만에 하고 치워도 될 부분을 오늘 5시간+ 금요일 8시간 + 그다음 주 금요일 2시간

총 15시간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혼자 리허설을 해보면서 아무리 말을 천천히 해도 시간이 남을 것 같아

문제집을 스캔해서 주요 문제를 ppt로 만들었다. 

내가 ppt 만들면서 이 정도 분량까지 만들어본 게 처음이었는데,

거의 67페이지? ㅋㅋㅋㅋㅋ

'완전 노가다네'하면서 만들었던 그 ppt 덕분에 오늘 해야 할 분량까지 시간 안에 채울 수 있었다.


열심히 준비했던 문제풀이 ppt



교육생들은 일반교육생과 전공자 교육생으로 나뉜다.

일반 교육생은 말 그대로 이런 교육을 완전 처음 듣는 사람이고,

전공자 교육생은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의 보건계열 종사자로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전공자 교육생은 해부학 관련 교육은 패스다. 이미 전공자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는 분야라서 그런 것.

오늘 내가 맡은 부분이 신체기관 관련 부분이라 전공자 교육생은 대부분 앞시간까지 듣고 나가서,

나머지 일반 교육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으로 요양보호사 교육생은 나이대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60년대생부터 90년대생까지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강의 중간에 이 교육을 듣는 이유를 여쭤봤다.

요양보호사로 취업을 할 거예요,라고 하시는 분들보다는 

일단 따놓으려고요,라고 하시는 분이 많았다.


나름 작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선배(?!)로서 

또, 병원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노인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풀어가면서

시계를 봐가면서, 계속 말하니까 목이 아파서 물을 마시면서......

시간을 채우고, 다시 복습하고, 문제 풀이를 하고를 반복했다.


하루 쉬고 금요일에는 어디까지 진도를 빼야 되는 건지,

문제 풀이는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강사님들은 어떻게 이 시간을 다 채우시는지 궁금하다

유튜브도 틀어주고 한다는데, 틀어줄 만한 유튜브도 별로 없던데...

(차라리 이 강의안으로 내가 유튜브를 찍을까도 잠시 생각했다 ㅎㅎ)


10월까지 총 5일의 수업 날짜가 있다.

다섯 번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오늘 첫 번째 기록이다.


쉬는 시간에 본 비오는 바깥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