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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Sep 22. 2023

오 나의 구세주, 유튜브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오늘은 요양보호사 교육원에 두 번째 강의를 가는 날.


아침부터 요란하게 뛰어서 5분 전에 입실했다.

걸어갈까 하며 조금 일찍 나섰다가 바로 배에 신호가 와서 다시 집으로 왔다가

나가는 시간에 그쪽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

하지만 버스정류장에서 5분 정도 걸어야 했고,

교육원이 있는 건물은 병원이 대부분이라 한 대 있는 엘베는 무지 느렸다.

그래서 거의 1분 만에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ㅎㅎㅎ


파란 하늘과 흐르는 하천 위에 조류 두 마리


첫날에 5시간을 떠들었더니 목에 무리가 갔다.

이야기를 최대한 절제해야지 하면서 있었던 어제도 통화만 3건을 했다.

금요일은 9시부터 5시 반까지 풀 강의라서 목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수업의 내용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 목을 아끼기 위한 고민을 먼저 하게 됐다.


1. 첫날처럼 문제풀이를 많이 준비해 간다.

- 첫날은 정말 손가락 노동을 많이 해서 그나마 ppt를 준비했는데,

어제는 시간도 없었고, 사실 프린트를 하려고 오려 붙였다가 너무 희미하게 나와서 다시

스캔을 뜨는 등 손발이 고생을 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PDF로만 문제를 ‘못생기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독서모임이 있어서 3시간 나갔다가 들어온 후, 남편에게 큰일 났다고,

내일 하루종일 수업을 해야 하는데 남은 범위는 1시간 짜리라고 ㅎㅎㅎ 푸념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아주 좋은 꿀팁을 하나 알려주는 게 아닌가?

아, 역시 평생 학교에서 수업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먼!! 하고 감탄을 했더랬다.


그것은 바로  

2. 유튜브 영상 시청이다.

지난 시간에 했던 질병에 대한 영상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질 좋은 영상이 얼마나 많던지!!

욕창, 노인성 우울증, 노인성 당뇨, 치매, 섬망, 뇌졸중, 파킨슨까지 영상을 준비했다.


교육생이 주신 간식과 수업 때 사용하는 마이크



마침 교육원 원장님이 연락이 와서 ‘내일 하루종일 수업하면 힘드니까 체온 재는 법이랑 혈압 재는 법을 실습해 보세요’라고 하신다.

처음에는 그 카톡을 보면서 ‘체온 못 재는 사람이 어딨어? 그리고 나는 혈압 못 재는데…’라고 생각했다.

교육원에 갔더니 가정용 혈압계가 있었다. 쉬는 시간에 부랴부랴 설명서를 읽고, 교육생들에게 안내를 했다.

혈압계에 건전지를 넣는 동안 체온을 재보라고 했는데,

내 또래 교육생들은 능숙했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은 체온계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인지 잘 못하시는 분이 많았다.

‘이래서 원장님이 체온계 해보라고 하셨구나’


준비한 영상 외에도 점심 식사 후 수업 때는

‘치매 예방 운동법’이라는 영상을 찾아서

잠도 깰 겸, 스트레칭도 할 겸, 수업과 관련되는 내용도 될 겸, 정말 겸사겸사 영상을 보면서 체조도 함께 했다.


준비해 간 문제도 풀고, 유튜브도 적극 사용하고,

교재는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교육생들이 교재를 집에 갖고 가지 않고

강의실 입구에 차곡차곡 모아서 올려놓는 걸 보고

“여러분들 집에 가서 공부 안 하시죠?

주말에도 책 안 들고 가실 거죠?

그래서 여기서 계속 반복하시면서 익숙해지시라고

계속 반복하는 이유도 있답니다."

라는 말까지 하는 여유도 생겼다.




추석 지나고 다음 시간에는 원장님이 모의고사를

제일 잠 오는 시간에 한 시간 넣어주신다고 했다.

시험도 치고, 문제풀이도 하고,

또 동영상도 준비해 가야겠다.

다음 단원은 더 양이 적어서 걱정했는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신기한 경험을 한 것만 같다.



점심 때 인근 시장 지하 식당에서 먹은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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