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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Nov 18. 2023

내 든든한 뒷배

엄마는 늘 그렇듯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언제 시간 날 때 와서 카드 등록 좀 해줄래?"


항상 이런 일은 막냇동생의 몫이었다.

가까이 살기도 했고, 엄마와 가장 오랜 기간 같이 살아서다.

하지만 벌써 연락을 끊은 지 반년이 지났다.


엄마는 처음에는 그런 아들에게 분노를,

다음에는 후회와 걱정을, 

지금은 체념 단계까지 와버렸다.


동생은 전세기간이 끝나고 

가족 모두에게 어디로 이사 가는지 말하지도 않았다.

누나들이 알면 엄마에게 전달될걸 아니까 그러는 것 같다.


원래도 살가운 가족들은 아니었지만,

이러다가 점점 연락이 뜸해질까 봐 걱정이 된다.






친정에 들러서 엄마의 가려운 부분을 해결해 드렸다.

카드가 바뀌면서 온라인 쇼핑할 때 결제가 바로 안된다고,

그때그때 카드번호를 일일이 입력하는 것도 일이겠다 싶어서

그냥 등록을 해드렸다.


연습 삼아 쿠팡에서 풋크림도 사고, 네이버에서 팥된장도 샀다.

네이버 쇼핑에서 결제 취소하는 법까지 엄마는 연습하셨다.


그러다 또 옛날이야기

- 너희들 어릴 때 못 먹고 자라 가지고~~~

- 나 못 먹진 않았는데?? ㅎㅎㅎ

- 니 때는 좀 나았는가, 막내 한창 클 때는 맨날 냉장고 텅텅 빈 거 보고도 '엄마 뭐 먹을 거 없어?'라고 했지.

정말 아빠한테 부아가 나는 게, 막내가 수능 치는데 집에 오랜만에 와가지고는 '올해 니 몇 학년이고?'라고 하더라.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 와, 아빠 대박 (엄마에게 쌍 엄지를 척하니 보여줬다)


엄마가 싸준 먹거리들


엄마는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때보다 형편이 나아진 건지(? 응?)

항상 갈 때마다 먹을걸 하나라도 더 싸주려고 하신다.

이번에는 쌀을 사놨다고 가져가라고 한 것도 있었는데,  아는 분이 직접 농사지은 걸 샀다고 하셨다.(직거래가 더 비싸더라;;)

나는 엄마가 안 먹는 커피믹스까지 챙겨 왔다.


내가 결혼하고 7년이 지나서 엄마는 처음으로 반찬을 해줬다.

주변에서 결혼 한 딸에게 반찬도 한 번 안 해준다고 타박을 받았다고.

(아니 7년 동안 잘 먹고살고 있는데 갑자기?) 

평소에 안 하던 거 하지 말라고, 내가 계속 이야기해서 그 이후로는 반찬을 따로 만들어주시진 않는다.

(사실 시댁에서 많이 주시니까 굳이)


대신에 이런 먹거리들을 챙겨주려고 노력하시는 게 보이는데.

멀리 사는 둘째 딸, 혼자 살면서 배달만 시켜 먹는 막내 대신에 

나에게 이런 혜택이 주어지는 것 같다.


결혼 직후에는 이런 걸 받아오는 것도 

아직 남아있는 동생들 몫이라 생각해서 미안해했지만,

지금은 좀 뻔뻔해진 것 같다.




집에 와서 엄마가 직접 강판에 채 썰어주신

늙은 호박으로 전을 부쳐먹었다.

어릴 때 엄마가 해준 이런 호박전을 참 맛있게 먹었는데,

문득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엄마가 해준 무엇을 기억할까?


(설마 엄마와 함께 '사'먹은 마라탕이라던지, 회전초밥을 기억하진 않을까.)


나도 마흔이 넘고, 엄마도 칠순이 지났지만

엄마는 언제나 엄마이다.

아이들에게 '넌 존재만으로도 충분해'라고 하지만,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내 든든한 뒷배'라고.



엄마의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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