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탑

이형 석탑(異形石塔)

by 제이미


경주에서 가장 특이하게 생긴 석탑을 찾아 길을 나섰다. 경주 시내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렸을까. 어느 순간 뻥 뚫린 도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석탑에 다가가기 전부터 이미 주변 자연경관에 시선이 빼앗긴다. 도로 뒤로 산줄기가 크게 펼쳐져 있어서, 그 아래를 지나는 도로가 오히려 작아 보일 정도다.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은 봉좌산, 도덕산, 자옥산, 어래산이 둘러싼 골짜기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는 옥산서원과 장산서원도 자리해 있어, 탑과 서원이 함께 이 일대의 옛 풍경을 이루고 있다.

경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제작시기: 통일신라

국보

소재지: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답사일: 2026년 2월 8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은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형식의 석탑이다. 마치 네모난 목조건물 위에 탑을 올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층층이 다닥다닥 붙어 올라간 상부 탑신은 문득 김제 금산사 대적광전 앞 육각 다층석탑을 떠올리게 한다.

김제 금산사 육각 다층석탑

아래쪽 기단부는 흙을 다져 만든 넓은 방형 토대 위에 돌을 여러 단 둘러 보강한 형태다. 그 위에는 네 개의 돌로 이루어진 2단의 괴임이 놓여 있어 초층 탑신을 받치고 있다.

초층 탑신은 네 모서리에 기둥 모양을 세워 우주를 표현했다. 그 안쪽에는 네 개의 석재로 직사각형 틀을 세워 문 형태를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목탑의 구조를 석재로 번안한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 위로는 네 개의 석재로 이루어진 3단의 옥개받침이 놓이고, 다시 여섯 개의 석재로 만든 옥개석이 얹혀 있다. 특히 우동을 따로 만들어 바깥으로 돌출되게 처리한 점이 눈에 띈다.

그 위층부터는 옥개석과 옥개받침, 탑신이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어져 아래층과는 다른 구성 방식을 보인다. 모두 합해 12층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은 아래층과 위층의 구성 방식이 분명히 대비되는 구조를 보인다. 하층부는 여러 개의 석재를 짜 맞춰 비교적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구조는 단순해지고 층층이 다닥다닥 쌓이며 독특한 실루엣을 만든다.

아마 이런 독특한 구조 때문에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은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서도 매우 이례적인 존재로 꼽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석탑만 남아있는 이곳의 정혜사는 신라 선덕왕 원년(780)에 중국 당나라 사람인 백우경이 이곳으로 망명해 와서 살던 집을 후에 절로 고친 것이라 한다. 지금은 절이 사라지고 석탑만이 남아 있지만, 이런 깊은 골짜기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때 이곳이 얼마나 멋진 절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그 모습이 유난히 외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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