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의 발길을 멈춰 세운 석탑

광주 성거사지 오층석탑

by 제이미

화순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달려 광주에 도착했다. 광주는 백반의 도시로 불릴 만큼 맛있는 백반집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백반을 먹으러 들른 광주였지만, 이곳에서 또 하나의 석탑을 만날 수 있었다.

(전)광주 성거사지 오층석탑

보물

제작시기: 고려시대

소재지: 전라남도 광주 남구 천변좌로 338번 길 7

답사일: 2026년 3월 1일


석탑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탑은 이전에 성거사라 불리던 사찰에 있던 석탑이다. 현재는 광주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광주공원이 있는 이곳은 원래 성거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예전 사람들은 이 산의 형태가 거북과 닮았다고 여겼고, 이 거북이가 광주의 정기를 품고 있다고 믿었다.

AI로 만든 거북이, 거북이 목덜미 부분에 성거사지 오층석탑이 있다.

그래서 거북이가 멀리 떠나게 되면 광주에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거북이가 떠나지 못하도록 거북이의 등에 해당하는 위치에 성거사를 세우고, 목덜미에 해당하는 자리에 오층석탑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탑의 높이는 약 7m로 상당히 큰 규모이다. 단층 기단 위에 탑신을 올린 일반적인 고려시대 석탑 형식을 따르고 있으나, 전체적인 비례가 안정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부여 장하리 석탑이나 정읍 은선리 석탑과 비교해 보았을 때, 지붕돌과 몸돌의 크기 비율이 과하지 않고 위층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폭도 완만하여 균형감이 느껴진다.

초층탑신 아래에는 두 단의 받침이 놓여 있고, 그 위로 다섯 개의 별석으로 이루어진 탑신이 올려져 있다. 각각 다른 석재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주가 또렷하게 모각되어 있어 하나의 부재처럼 보인다.

그 위로 네 단의 옥개받침이 표현되어 있다. 치석이 비교적 정교하게 이루어진 옥개석에서는 통일신라 석탑의 전통적인 형식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때 지산동 오층석탑과 짝을 이루어 '서 오층석탑'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2010년 이 탑은 '성거사지'라는 제 이름을 되찾았다. 단순히 위치를 나타내는 이름보다, 탑이 세워진 본래의 목적과 사찰의 역사를 담은 지금의 명칭이 7m의 육중한 체구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아서왕의 전설 속 돌에 박힌 검처럼, 거대한 석탑이 거북의 목덜미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거북이를 붙잡아 도시의 안녕을 바라고자 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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