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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재 Feb 24. 2023

출장 1

출장을 가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출장을 같이 가자는 팀장의 말을 들은 다음부터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팀장과 함께 가는 출장이 별로 내키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오고 가는 내내 운전을 해야 되고, 저녁엔 불편한 술자리까지 생길 게 뻔하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 특히 높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너무 불편하다.

팀장과 방을 같이 쓰고, 밥을 같이 먹고... 이런 일상 자체가 불편하다.

출장을 갔다 온 다음 쌓여있을 일거리를 생각하면 징글징글하다.     


그런데 이번 출장은 내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런데 팀장은 ‘왜 하필 나를 점찍었을까?’      

     

가능성 있는 몇 가지 추정을 해보면;     


팀장은 나를 편안하게 생각한다. 적어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아무리 성인군자라 하더라도 싫다면 같이 가자고 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업무)을 위한 것 일수도 있고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을 소개해 주기 위한 것 일수도 있고

이런저런 경험을 쌓게 해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운전도 잘하는데 눈치까지 빨라서 팀장 취향을 잘 맞추니까 그럴 수도...     

다른 이유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경험상 이 정도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나한테 별일이 없다면, 출장을 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혹시 어떤 특별한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 특별한 일이란 업무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 특별한 것들을 하나씩 구분해 보자.     


a. 회사 일 중, 내가 아니면 처리가 안 되는 일 (단기적 프로젝트 처리나 업무 협의 등)     

b. 개인적인 일 중, 일정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일 _ 시험, 면접, 모임 등     

c. 업무 중,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출장 후 밀릴 수 있는 일 포함)     

d. 개인적인 일 중, 일정 변경이 가능한 일 _ 소수의 친목 모임 등     

     

이 중, a와 b는 출장을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c와 d는 대안을 만들어 놓은 다음 출장을 가는 경우로 가정하자.      


<a. 회사 일 중, 내가 아니면 처리가 안 되는 일 (단기적인 문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문제 더 나아가서 회사의 문제로까지 커질 수 있다. 특히 외부(거래 업체, 협력업체, 관공서 등)와 관련된 일들이라면, 출장 가는 일에 비해서 더 중요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팀장에게 얘기를 해서 미리 처리를 하든지, 출장 일정을 변경하든지 혹은 출장 갈 사람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운에 맡기는 일’은 없도록 하고 또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임의로 판단하는 일도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 팀장 : 박 대리, 다음 주 월요일 나랑 제주도 출장을 간다.     

박 대리 : 예. 그런데 팀장님 지금 유통 쪽 분기 결산에 미진한 게 있습니다.     

정 팀장 : 김 대리나 정 대리한테 맡기면 안 될까?     

박 대리 : 일반적인 거라면 괜찮은데, 지금 문제는 변경된 유통 담당 직원의 업무 미숙 때문이라 제가 같이 더블 체크를 해야 돼서요.      


정 팀장 : 박 대리, 다음 주 월요일 나랑 제주도 출장을 간다.     

박 대리 : 다음 주에는 OO 협력업체와 OO를 해야 되는데, 일정 변경이 어렵습니다.     

정 팀장 : 누구 맡길 사람은 없나?     

박 대리 : 지금까지 저 혼자 그 회사와 준비해 온 일이라 쉽지가 않습니다.     


만약 팀장의 기분이 최악이라는 느낌만 들지 않는다면, 출장 얘기를 들은 즉시 얘기를 해서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때 팀장의 기분을 고려해서 <나는 팀장님과 가는 것도 좋은데, 더 급한 일들 때문에 못 갈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런 마음이 조금은 느껴지게 얘기를 하자. 실제 그렇기도 하잖아!       

   

<b. 개인적인 일 중, 일정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일 _ 시험, 면접, 모임 등>     

     

혹시 이기적으로 보일까 하는 마음에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중요도의 우선순위만 놓고 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된다. 내 입장에서는 고민이 필요 없는 가장 간단명료한 상황이다. 팀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한 일들이며,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이해할 만한 일들이다. 물론 아래처럼 요령껏 말은 잘해야 되겠지만.     


이처럼 개인적인 사유로 출장을 가기 힘든 경우라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얘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 말은 신속하게 처리하기보다는 후유증 없이 정리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위 a의 경우는 팀장이나 회사의 책임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b처럼 오로지 나만의 개인적인 이유라면 <팀장의 성격이나 기분 등의 상황에 따라서> 또는 <나의 그 이유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출장을 가고 안 가고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후유증 같은 부작용을 염려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팀장에게 말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은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이른 아침이다. 커피 한 잔 들고 가서 그동안 고민했던 마음을 말하는 거다. 물론 팀장이 일찍 출근하는 경우 여야 가능한 방법이다. 이 경우 대화에 특별한 테크닉이 있을 필요는 없지만, 약간 주의할 게 있다면 내가 결론을 내서 말하기보다는 과정(이유)을 자세히 설명하고 결론은 자연스럽게 팀장이 낼 수 있도록 하면 좋다.      


만약 이른 시간이 어렵다면, 가급적 조용한 때를 이용하는 게 좋다. 팀장의 입장에서도 다른 방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또 이 얘기를 다른 팀원들이 동시에 듣게 된다면, 팀장이 나 대신 가야 될 직원을 결정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 팀장 : 박 대리, 다음 주 월요일 나랑 제주도 출장을 간다.     

            ~~~~~(인터벌)~~~~~~     

박 대리 : 팀장님, 어제는 말씀을 못 드렸는데요. 출장을 가는 날, 다음 주 월요일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시는데요. (또는 그날은 상견례하는 날인데 출장일이랑 겹쳐서요.) 어젯밤에 변경해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힘들 거 같아서 말씀드려요.     


여러 번 했던 말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중요한 건 “대화”를 하는 거다. 

끙끙 앓지 말고 말을 하자!     

내가 출장을 안 간다고 해서 회사가 어려워질 일도 없고 팀장의 출장이 망가질 일도 없다.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하다.     



명토 선생 가라사대.     


개인적인 사유로 출장이나 회사 일정을 수행하기 힘들다면 그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 스스로도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되고, 팀장이나 동료들에게도 내가 당당한 캐릭터로 보일 수 있다. 건방진 것과는 다른 의미다.      


출장을 같이 가자는 팀장의 말은 명령이 아니라 의견을 묻는 것일 수도 있다. 어려워하지 말고, 고민하지 말고 당장 가서 말을 해라.  


(이미지 출처 Pixabay.com)

         

<다음 출장 2에서는 c, d의 경우와 함께 출장이 나에게 도움이 되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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