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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재 Jan 30. 2023

회식, 긍정적 기능이 있을까?

직장 생활에서 회식은 직급 간, 나이 간 인식의 차이가 가장 큰 이벤트다. 윗사람들은 회사 일로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한다는 생각과 직원들 간 친목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2~30대의 직장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동료들과 친목도 다지고, 선후배들과 편안한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긍정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30대들에게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윗사람들만의 생각대로 만들어지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회식이란,


 예고 없이, 갑자기 만들어지는 업무의 연장인 것처럼 여겨지고,            

 개인의 시간을 침해당하는 것도 못 참겠는데, 술까지 강요당하는 분위기에           

 듣고 싶지도 않고, 도움도 안 되는 상사의 말을 계속 들어줘야만 되고,           

 게다가 상사의 기분까지 맞춰야 되는 게 싫은 거다.             


     ---> 그러면 내 기분은 누가 맞춰줄 건데?


하지만, 우리가 좀 다르게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다음 대화를 보면,


정 팀장 : 우린 옛날에 팀장이 시키는 일은 뭐든... 이러쿵저러쿵...

김 책임 : 팀장님, 술 한 잔 드려도 괜찮을까요?

정 팀장 : 고마워^^ 


--- 잠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형식적인 대화 --- 그리고 ---


김 책임 : 팀장님, 사실 좀 여쭤볼 게 있는데요.          

정 팀장 : 뭐가 궁금해?            

김 책임 : 혹시 이번 연말에 성과급이 나오나 해서요.           

정 팀장 : 매년 1월에 결정이 되는 건데, 왜?           

김 책임 : 학자금 대출 상황 때문에요.           
정 팀장 : 사우회 대출도 가능한데, 이자가 싸거든...           

김 책임 : 예, 감사합니다.~~           


물론, 이처럼 팀장의 말을 끊고 들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못 한다면 계속해서 수동적이고 불편한 관계 속에서 생활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 만약 팀장이 진지한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살짝 들어가는 것도 괜찮다. <공익>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들어갈 때는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을 멘트로, 예를 들면, <술 한 잔 받으시죠?> 등의 말이 가장 무난하다. 그리고 틈을 봐서 그동안 묻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한 번 던져봐라. 본인의 장황함에 무안해서 친절하게 답을 해 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진지하게 지적을 하고 있는 중이었거나 우리를 가르치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말을 끊지 말고 기다리면서 기회를 엿보면 된다.


또 다른 예를 보면, 이를테면, 회식 자리를 통해 궁금했지만 알기 힘든, 상급자만 알 수 있는 정보를 물어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이 책임 : 팀장님, 우리가 미국에도 진출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예요?          

정 팀장 :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되긴 하는데, 가능성은 꽤 높아. 현지 업체와 계약의 마무리 단계인 것 같아. 이 책임 : 우리도 미국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           

정 팀장 : 그럼, 파견이든 또는 출장이든...           


위의 두 가지 예를 대화로만 들어 봤지만, 표정이나 말투가 더해지면 그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아예 싫다는 생각에 말하기를 아끼다 보면, 직장 생활이 점점 더 지겹고 싫어질 뿐이다.


회식! 이렇게 생각해 보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회식의 순기능도 있다. 위의 대화에서처럼, 팀장의 말 중에 슬쩍 끼어들어 성과급 지급이나 소문으로 떠도는 여러 궁금증들을 해결할 수도 있고, 팀장이나 선배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좀 더 편한 직장 생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술만 먹게 마시는 회식보다는 공연을 보러 가거나, 운동 경기를 보러 가는 등 다양한 모임을 회식 대체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자꾸 권하는 윗사람이 있다면 거절해도 된다. 

거절할 때는 ‘술은 잘 못합니다만, 이 잔은 감사히 받겠습니다.’라는 정도면 충분하다. 30여 년 필자의 직장 생활 경험상 대부분의 회사에서 직장 상사들은 이런 걸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환영하는 팀장도 있다. 어쩌다 간혹 이런 상황을 수용하지 않는 상사나 팀장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고 그 사람이 이상한 것이며, 상사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상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꼰대라고 하는 역 꼰대나 후배들에게 꼰대 짓을 하는 젊은 꼰대도 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동료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명토 선생 가라사대,


* 회식은 업무가 아니다. 

개인의 시간에 벌어지는 공반사반(公半私半)의 구속일 수도 있으나, 어차피 직장 생활에서 피해 갈 수 없는 면이 강하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생각하자. 문화를 바꾸는 것도 필요에 의해서, 필요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쫄지 마라! 

팀장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팀장이 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때까지의 인생이 고달프다.


* 최근, 회식 전후의 사고에 대해서 산재처리로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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