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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재 Jan 30. 2023

갑작스러운 파견 공지


어느 대기업의 연구원 신입사원들의 3개월간 공장 교대 근무 파견 공지가 올라왔다. (실사례)


주요 공지 내용 ;

  대상은 2022년 연구원으로 입사한 신입 사원들이다.

  4조 3교대로 근무 형식으로 파견한다.

  숙소는 7평 규모 오피스텔의 월세와 관리비를 지원하며,

  셔틀 교통편도 지원한다. (안전상의 문제로 자차 지원은 불가)


 대상자(문제 제기자)의 의견 ;

  교육을 빙자한 공장 라인 땜빵이다.

  연구원도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방법은 옳지 않다. 

  출장이 아닌 파견인 이유는 "교육과 실습"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비용 절감 때문이 아닌가? 

  원래 계획 사항이었다는데 공지부터 파견까지 불과 1주일 밖에 시간이 없다.


이 공지 내용에 대한 의견들은 근무 연차에 따라서, 가치관에 따라서 많이 갈라지는 것 같다. 물론 표본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단순히 세대에 따라서만 갈라진다고 할 만큼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 독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스팅한다. 예를 들면, 지금 느끼는 의견, 그리고 이 포스팅을 모두 읽은 다음의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같은.



우선 위의 공지 내용에 대한 의견들을 정리해 봤다.


"하라는 대로 해야지 별 수 있나? 억울하긴 하지만, 조직에 들어온 순간 내 맘대로 한다는 생각은 접어야지. 축구 감독이 선수들 포지션 바꾸는 거랑 같은 거야."      

     

"이런 회사에 충성할 필요가 있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어. 불합리한 건 불합리하다고 말해야지."         

  

"처음부터 수비수를 뽑아야지 왜 공격수를 뽑아놓고 수비를 하라고 해!"     

     

"신입인데 무슨 공격수? 수비수? 사정에 따라선 팀장급들도 하루아침에 직무가 바뀌는데"        

 

"사기업에서 직무가 불만이면 나가야지. 훨씬 일 많이 시키는 회사도 많고, 생산직 하청이 파업하면 연구직을 생산에 투입시키는 곳도 많아. 또 이공계 어느 학과든 어차피 처음부터 다 교육은 시키는 건데."     

      

"저게 현실이지.  삼***, 하***도 전공이랑 상관없는 직무 배치 허다해. 취업 준비생들 입장에서는 이런 불만 당연한데, 그런 생각으로 회사 가면 본인들만 힘들어져. 회사는 돈 받고 가르치는 대학이 아니라 돈 주고 부리는데야"          


"하라면 해야지, 능력 되면 인정받고 딴 데 갔겠지!"           


"삼*, 현* 대기업들 바로 경기에 안 뛰게 하고 계속 교육이나 실습 연수 시킴"          


"설계하는 입장에서 현장이나 공정을 잘 알면 좋긴 하겠지만, 저렇게 해서 크게 배우는 게 있을까? 인력이 부족하니까 파견 보내는 거라고 인정하는 게 낫지."  등등

필자도 오랜 직장 생활 동안, 이런 사례들을 수도 없이 보고 경험을 했다. 대상자로서 파견 근무 명령을 받았던 적도 있었고, 또 팀원들에게 파견 근무 통보를 했던 적도 있었다. 누구든 지금의 사례처럼, 느닷없이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지역에 있는 사업장으로 교대 근무의 파견을 가라고 하면 놀라고,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회사라는 곳은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들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사례의 경우, 회사는 미리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듯하다. 그래도 공지를 하기 전에 소통의 기회 정도는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이유 불문하고, 만약 이런 상황이 발생되었다면 대상자이자 신입사원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둔다거나 또는 파업이라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파견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원래 하던 업무나 근무 형태와 달라진다면, 얼마나 달라지고 그건 또 수용할 만한가?

일반적인 경우, 팀이나 업무 변경 요청 등은 직원 본인이 원할 수도 있고, 회사 측의 결정일 수도 있다. 즉, 직군이나 직렬의 변경은 충분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사전 소통이 있었는가 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이런 소통 과정이 없이 결정되었다면 수용할 만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일의 난이도나 양, 작업 환경, 인적 구성, 그 밖에 내 삶이 바뀌게 되는 것들은 무엇이든 모두 해당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근무지가 바뀌었다면, 그곳의 환경은 어떤가?

대부분의 채용 공고문에는 근무지가 명시된다. 물론 근무 중 정기/비정기 인사 발령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는 있지만, 기존의 신분(소속, 직급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파견되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렇게 임시적 또는 일시적으로 파견되는 경우라면, 나의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한 것들을 요청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숙소, 식사, 교통, 본가 방문 기간 등이다.


파견의 목적이 교육이라면, <현재의 업무>와 <교육의 내용>과의 연관성은 얼마나 있는가?

연관성이 없는 경우만 생각해 보면 되겠다. 사전 소통의 과정이 없이 다른 직군의 교육을 받게 한다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거기다가 교육 대상자들의 어떤 특별한 공통점(예를 들면 직급이나 나이 등)까지 있다면, 퇴직을 시키기 위함이 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더 명확해진다. 그렇다고 대상자 모두가 퇴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필자가 듣거나 본 사례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 버티는 사람도 생각보다 꽤 많다. 하여튼 어떤 경우의 파견 근무든, 근무의 기한이나 수당 등의 조건은 명확하게 하는 게 좋다. 나로 인해서 공정하지 않은 사규가 바뀔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런 정도의 질문을 던져 본다면, 좀 더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볼 수 있고 또 필요한 것들을 챙겨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또 파견 근무 대상자의 입장에서, 파견지의 교통 환경이 좋지 않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대화를 예를 들어 보면 ;


대상자 : 근무지가 너무 멀고, 외딴곳이라 다니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네요

인사팀 : 근처에 원룸 숙소를 제공하고, 셔틀버스도 운행할 겁니다.

대상자 : 현장에서는 그러면 되겠지만, 본가로 가고 오는 것도 중요하죠.

인사팀 : 주 1회 왕복 교통비를 청구하면 지급을 해드릴 겁니다.

대상자 : 그 외의 수당들은 어떻게 되죠?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조를 나누어 현장에 투입되는 

            근무니까, OT나 기타 현장 근무자 기준으로  적용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인사팀 : 지금은 파견 교육에 준해서 시행하는 거라 그 문제는 우리 팀장님에게 따로 보고를 드려서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물론, 회사 규정을 쉽게 바꾸고 뒤집을 수는 없지만, 파견 근무를 교육이라고 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건의를 해 볼 만한 사유는 된다. 인사팀 담당자와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 팀장에게도 말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회사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면, 해당 팀장 간의 협의나 합의로도 어느 정도의 조정은 가능하다. 상황을 봐서 우리 팀장에게 먼저 말을 해도 된다. 


 

명토 선생 가라사대


갑자기 교육을 빙자한 파견 근무 통보를 받게 된다면 당연히 기분은 나쁘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성급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행여 그 성급함이 먹혀 들어갈 수도 있으나, 그 회사 있는 내내 힘들어질 수 있다. 


사실 회사의 파견 발령은 거부하기가 어렵다.

우리 팀장이나 인사팀 등을 통해서, 수당 등을 보상을 얻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

또 직원으로서 의무감과 책임감도 어느 정도는 작동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원들이 경영진의 결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이번 사안처럼, 파견 대상자들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교육 파견이라면, 어디에선가 소통이 되지 않았거나, 숨기는 게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괜히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도 회사고, 풀어야 하는 것도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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