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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재 Jan 27. 2023

회사 가기 싫다!

내 마음 : 회사 가기 싫다.

내 머리 : 월급을 받잖아!

내 마음 : (가기 싫은 마음이 좀 덜 해진다.)

              ~~~~~~

내 마음 : (그래도 왜 이렇게 가기가 싫지???)     


일요일 저녁이다. 

연휴 마지막 날 저녁은 특히 더 심해진다.     


수십 년 해봐라답이 나오나~~          


예전에 필자는 토요일 저녁부터 슬슬 월요일 출근 걱정이 되곤 했다.     

더 어렸을 때는 학교 가는 것도 싫었다. 당연히.

학교는 아무리 가봐야 월급도 없다. 

월급은커녕 시험도 봐야 되고, 얻어맞기도 한다. 도시락 까먹는 재미로 다녔나 보다.     


학교든, 회사든 간에 이왕 가야 되고, 해야 될 일이라면 그럴 만한 확고한 이유 한두 개쯤은 만들어져 있을 법도 한데.     


그냥 다닐만하다고 하니까, 뭐 그런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되고, 출근길에 시달려야 되는 고달픈 인생이란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란 큰 보상이 있으니까 다닐만한 건 맞는 말인 것 같다. 한 편에선 배부른 소리라는 말도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을 뒤로 돌려 보자.      


학점에 목매달아야 했고, 스펙도 쌓아야 했고, 그렇게 열심히 했던 건, 오로지 취업을 위해서였다.

수 십 군데 이력서를 내고 면접도 봤다. 제발 합격만 하자는 심정으로,

면접에서는 열정을 불살라 일하겠노라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합격만 하면 정말 열심히 일하겠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도 했다.     


그랬던 내가, 채 1년도 채 안 된 지금, 일요일 저녁이면 내일의 출근 스트레스에 심하게 시달린다.

괜찮다. 직장 생활 1년이면 그러고도 남을 시간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태산 같은 과거의 꿈이나 고통보다, 뒷동산만 한 현재의 꿈이나 고통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과거 한때, 연봉 협상이란 절차가 있었다. 다들 정해진 액수보다 좀 더 높여 주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고는 진정 어린 눈과 입으로 말을 하지만, 그 약효는 채 1주일이 못 간다. 넉넉잡아 2주일 정도면 그런 말을 했는지, 들었는지 당사자들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말하고 연봉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은 ‘현재’를 충실하게 잘 사는 사람이다.     


왜 그렇게 가기가 싫을까?

‘가고 싶게’까지는 아니어도, ‘싫지 않게’는 만들 수 없을까?

월급 빼고는 좋을 만한 게 정말 하나도 없을까?          

사무실에

나를 기다리는 어떤 게  있다면,

내가 보고 싶은 어떤 것이 있어도 좋을 것 같고,

내가 돌봐줘야 할 게 있다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     

     

사무실 내 책상 위에 조그만 화분 한두 개 정도 있으면 어떨까

관리라고 할 것도 없고, 화분도 여러 가지 모양의 예쁜 것들이 많다. 화분 몇 개로 “가고 싶은 회사”가 될 리는 만무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을 때만큼은 다정하게 나를 내려다보면서 토닥여 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를 가기 싫은 이유가 사람이 싫어서라면 좋은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 된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가 모두를 좋아하지 않은 것처럼. 그냥 싫은 사람들과는 가벼운 형식적인 관계로만 설정해 놓자. 만약 그 사람이 팀장이라도 마찬가지다. 팀장이라고 내 영혼을 보여줘야 할 이유는 없다.      


만약 일이 너무 많거나 혹은 그 일 자체가 어려워서라면?     

어차피 일이란 건 끝나게 되어있다. 반드시 나 혼자만 해야 될 이유도 없다. 팀장과 얘기하고, 선후배들의 조력을 받으면 될 일이다. 만일 내 역량을 키우고 싶다면 퇴근 후에 학원을 가거나 공부를 하는 방법도 있고, 체력이 문제라고 생각되면 운동을 하면 된다. 안 될 이유보다는 가능한 방법들이 훨씬 더 많다. 회사는 효율성을 가장 중시하는 조직이고 그래서 사원들이 맨땅에 헤딩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내 마음만 열려있어서, 그래서 소통만 할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지 않은 회사라면 망설이지 말고 퇴사 계획을 준비하는 게 옳다.      



명토 선생 가라사대,     


출근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면, 그 마음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자!

그리고 지난 약속을 생각하자.

가족과의 약속, 회사와의 약속, 나 자신과의 약속.      


그런 약속들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면, 

통장 잔고나 하늘을 찌르는 이자율을 생각해 보자!

그래도 괜찮다면 퇴사를 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게 옳다.          

하지만, 아직은 퇴사를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언젠가는 하게 될 퇴사를 꿈꾸며 기다리자.

조용히 가족의 얼굴을 보면서 기다릴 수도 있고, 사무실 책상 위에서 나를 기다릴 조그만 화분들을 떠올리면서 기다릴 수도 있다.     


아무것도 효과가 없다면, 배우자나 부모나 형제나 친구에게 칭찬을 해달라고도 해보자. 어색하기도 하고,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하다 보면 나아진다. 이것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는 없지 않을까? 

만약 나에게 칭찬을 해 줄 만한 이가 없으면 내가 먼저 하자!  

나에게~ 혹은 동료나 친구에게~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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