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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Jul 09. 2015

Dive into Bohol

보홀의 매력으로 뛰어들어 볼까요?!


여름과 바다. 바다와 여름. 어떻게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두 단어.

바야흐로 바다의 계절이다. 바다를 즐기는 방식은 몹시도 다양하다. 해변에서의 선탠, 물놀이, 서핑, 보트를 이용한 패러글라이딩 등등 바다는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해양스포츠의 보고다. 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또 다른 레저로 다이빙만한 것이 없다. 다른 스포츠가 수면 위에서 즐기는 것이라면, 다이빙은 직접 바다 속으로 들어가 그 속살을 들여다보는 기쁨을 준다. 전세계 다이버들의 천국이라는 필리핀 보홀로 떠나보자.



인천공항을 떠나 4시간.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 덕에 퇴근 후 밤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제법 많다. 필리핀 세부 공항에 내려 한여름 밤의 후덥지근한 공기를 먼저 느낀다. 새벽에 도착하는 경우 잠자리가 몹시 애매하다. 세부에서 보홀까지는 배로 2시간. 첫 배가 6시에 출항하는 관계로 4시간 정도를 묵기위해 호텔을 잡기도 어려운 상황. 물론 세부에서 하루를 지내고 느긋하게 보홀로 건너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미 세부 시내에는 24시간 운영하는 마사지샵들이 세부를 거쳐 주변 섬으로 가려는 여행객의 요구에 맞춰 놓았다. 마사지 룸을 내주어 쉴 수 있게 하고 원한다면 식사와 마사지도 선택할 수 있다. 길지 않은 비행이지만 퇴근하고 바로 건너온 여행자에게는 꿀맛같은 휴식을 선사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거나 라이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두를 필요 없겠지만 처음 시작해서 라이센스를 따려는 경우라면 첫 배를 타고 보홀에 들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2박3일의 교육을 수료하면 오픈워터 다이버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이빙 후 12~24시간의 휴식을 해야 비행기를 탈 수 있으므로 하루 정도는 여유있게 날을 잡는 것이 좋다. 그래서 바쁜 시간을 쪼개야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3박4일 일정으로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서둘러 보홀에 들어간다. 이른 아침, 해가 뜨는 바다를 향해 쾌속정이 속도를 낸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다이빙 포인트가 있지만 그 중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보홀. 제주도와 비슷한 규모로 필리핀에서는 열 번째로 큰 섬이다. 세부의 막탄이나 보라카이 등 여타 필리핀의 휴양도시들이 잘 정비된 느낌이라면 보홀의 매력은 소박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 현지의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뛰어놀고, 친근한 사람들이 반겨주는 그런 곳이다. 물론 그렇다해서 리조트 시설이 쳐지는 것은 아니다. 알로나 비치 주변의 고급 리조트에서 해먹이나 선베드에 누워 해가 지는 모습만 바라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거기에 저렴한 필리핀의 음식과 맥주는 덤이다. 


수심 5미터부터 아름다운 산호 군락이 펼쳐지기 때문에 스노클링이나 체험 다이빙만으로도 바닷 속을 즐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너머의 산맥과도 같은 지형에 층층이 내려가는 다양한 생태계를 보려면 최소한 오픈워터(Open Water) 라이센스는 필수다. 수영을 못해도 문제 없다. 첫날은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 이론수업과 제한수역, 즉 수영장에서의 수업으로 시작한다. 다이빙 장비에 대한 이해와 안전, 건강에 대한 수업을 듣고 나면 바로 실습을 시작한다. 특히 공기통과 그에 연결된 호흡기는 생명과 직결된 것이므로 정확하게 숙달해야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잠시. 어느정도 물과 친해지고 나면 무엇도 선사하지 못했던 자유를 준다. 이것이 바로 다이빙의 매력. 물 속을 날아다니듯 자유롭게 다니며 해양생물과 눈을 맞춘다는 것. 해 보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쁨이다. 


보홀에서는 개방수역 수업부터 직접 배를 타고 나가 실습을 한다. 바다의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블루홀로 유명한 이집트의 다합에서는 해변에서 장비를 메고 걸어들어가 다이빙을 시작한다. 동남아시아 다이빙의 매력이라면 배에서 바로 바다에 들어가고 나오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덜 하다는 점. 장비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직접 메고 바다에 드나들면 그만큼 금방 지친다. 물론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이 더 좋고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고전문학의 문체가 다소 무겁지만 깊이가 있고, 현대문학이 읽기 편한 반면 자극적이듯 말이다. 적응도에 따라 고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금새 바다에 가까워진다. 당연히 처음부터 깊은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수심 5~8미터에서 실습을 하는데 이것 또한 축복이다. 다른 곳에서는 해초나 모래 뿐인 수심 5미터에도 보홀에는 산호와 물고기들이 많기 때문. 또 깊은 바다보다 수면에서 부서져 들어온 빛이 많기 때문에 아름다운 장면을 환히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바다거북이의 유영, 다양한 색의 산호초, 바라쿠다나 리프 피쉬, 파이프 피쉬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습의 해양생물을 볼 수가 있다. 보홀 주변의 다양한 포인트가 있지만 그 중에서 남서 쪽의 발리카삭이 가장 유명하다. 마치 새의 날개를 펼친 모양의 전통배 방카를 타고 약 50분 정도 가면 닿는 곳이다. 바닷 속에서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면 끝간데 없이 깊어지는 절벽형 해저 지형이 나온다. 물이 맑아 가시거리가 좋은 데다 해류가 부드러워 전 세계의 다이버들을 유혹한다.


다이빙의 또 다른 매력인 야간다이빙. 오픈워터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초급자를 위한 라이센스가 오픈워터라면 한 발 더 나아가 어드밴스드(Advanced Open Water)에 도전해보자. 지역에 따라 교육 과정 중에 20미터 이상 심해 다이빙과 야간 다이빙 등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 중 야간 다이빙의 시야가 압권이다. 무서울 것도 없다. 원래 바다의 깊이가 더해질 수록 물속에서는 더욱 급격히 어두워지는데, 수중 랜턴으로 더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해양생물도 주간과 야간에 따라 활동하는 개체군이 다르므로 더욱 화려하고 독특한 생물을 만날 수 있다. 나아가 완전히 불을 꺼도 물 속은 어둡지 않다. 바로 야광충이 빛을 발산하기 때문. 플랑크톤 중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종이 있는데, 특히 마찰이 생기면 불꽃놀이 하듯 조그만 빛들이 춤을 춘다. 앞서 가는 다이버의 오리발 끝에서 또는 그저 손을 휘젓는 것 만으로도 아름다운 빛의 축제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 파이이야기의 환상적인 밤 바다 장면이 그저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단지 바닷 속 만이 보홀의 매력은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이라 일컫는 로복강에서 부터 보홀의 인기스타 안경원숭이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꼬리까지 다 합쳐도 고작 10~15cm의 손바닥만한 원숭이의 귀여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타르시어(Tarcier), 현지에서는 마오막이라 부르는 이 귀여운 마스코트는 눈 하나가 머리만 해 안경원숭이라 이름붙여졌다. 더구나 강제로 서식지를 옮기면 스트레스에 죽어버리기 때문에 이곳에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희귀종이다.  



보홀 섬 한 가운데 있는 초콜렛 힐 또한 독특한 장면을 제공한다. 제주의 오름이나 경주의 왕릉을 연상케하는 이 지형은 층층히 겹쳐져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단지 화산이 만든 것이 아니라 바다의 산호섬이 융기해 이러한 모양의 언덕을 이루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세모난 초콜릿 모양으로 솟은 지형은 약 1700여개에 이른다. 녹색의 잔디가 뒤덮은 언덕은 건기인 12월부터 5월 사이에 갈색으로 변해 정말 초콜릿을 연상하게 한다. 가장 높은 언덕의 전망대까지 가는 계단의 숫자가 214개이다. 최초 212개 였던 것을 초콜릿 언덕으로 알려지면서 발렌타인 데이의 2월 14일에 맞추어 두 개의 계단을 더 놓았다. 이렇게 로맨틱한 지역을 4륜구동 바이크로 돌아다니는 것도 큰 즐거움의 하나다.


바쁜 도시의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한 번 쯤 떠나보는 다이빙 여행. 우리의 여행을 막는 수 많은 걸림돌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을 넘어서면 자유로운 날갯짓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모두가 땅 위의 거북이를 느림보라 칭하지만 실상 물 속에서 유영하는 거북이는 나는 듯이 빠르다. 모든 것은 각자의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달려있다. 여유롭고 활기찬 삶의 환경을 이루는 것이 어쩌면 좋은 직장과 연봉을 위해 뛰는 것 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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