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에는 정답이 있을까?
- 다소 상투적이지만, 간략히 저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국내 대기업과 게임 인더스트리에서 15년 넘게 인사(HR)와 노무(ER)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하우스(In-House, 사내) 노무사입니다. 커리어의 시작을 인사채용 업무로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인사와 노무업무만을 담당하고 있으며, 인사노무의 채용부터 퇴직까지에 걸쳐져 있는 수많은 영역에 대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온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인사(HR) 업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인사 담당자 중의 하나였다가 직장생활 도중에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그 이후에는 인사(HR)와 노무(ER)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습니다. 노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 노무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사 업무도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스스로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도, 단순히 인사 또는 노무 업무 중 하나에만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사 노무 둘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인사노무담당자라는 생각이 듭니다.1)
-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물음은 "HR 또는 인사노무에는 정답이 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HR 또는 인사노무는 조직 내의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채용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인재가 조직의 구성원이 될지를 결정할 수 있고, 교육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직원들의 숙련도의 정도와 조직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평가보상 정책은 직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영역 중 하나이고, 근태관리나 휴가, 휴복직에 이르는 유지관리의 영역은 직원들의 생활과 큰 관련이 있죠. 그리고, HR의 가장 마지막 단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방출, 퇴직은 조직과 구성원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서로에게 남기느냐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는 전반적인 노사관계 측면을 다루고 있죠. 그럼에도 과연 이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HR 또는 인사노무 정책을 기획,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정답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 "HR에 정답이 있느냐"는 물음에 답을 찾아보기 위해서 "HR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나름대로 찾아보았습니다. 잘 모를 때는, 저보다 훨씬 많은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가진 선생님들의 책을 뒤적여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때가 은근히 많습니다.
1)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s Management)란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유지하고 개발하는 등 관리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H. Jung, 『Personalwirtschaft』 8판, 2008년)
2) 인적자원관리란 전략적인 가치를 지닌 인적자원을 기업과 근로자의 욕구를 함께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확보, 유지, 개발, 보상하는 일련의 과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김영재, 김성국, 김강식, 『신인적자원관리』 3판, 2015.8월, p.23)
3) 인적자원관리란 기업의 경제적 효율성(생산성, 성과)과 구성원의 사회적 효율성(만족, 동기부여)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사람과 그가 수행하는 직무를 대상으로 확보, 개발, 평가, 보상, 유지 및 방출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통제하는 제 활동을 총칭한다. (최중락, 『인사관리와 고용관계』 9판, 2022.11월, p.8)
- HR의 가장 원론적인 개념을 여러 번 뒤적여 보면, HR의 목적과 수행하는 기능들은 굉장히 잘 설명되어 있고, 특히나 최근의 HR Trend에 따르면 HR이 지행해야 되는 방향성은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그리고 그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해서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전략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모두 옳은 말입니다. HR은 조직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자원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을 조직이 지향하는 바에 맞게 잘 활용하게끔 하는 일련의 활동인 것이죠. 다만, 실무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그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한 HR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려고 할 때, "구체적이고 실무적으로 무엇을 고려하고, 어떻게 설계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 어쨌든 현실적으로 볼 때, HR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최고경영진과 HR 담당 임원의 목소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HR 정책을 설계할 때 "이거다"라는 모범 답안이 없기 때문에, 특정인, 정확히는 조직 내에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그리고, HR 일을 하다 보면 소위 BM(Benchmarking)이라는 것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우리 조직이 아니라 다른 조직이 HR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인지 확인해서, 우리 조직의 HR 정책을 설계할 때 고려하는 것이죠.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 우리는(또는 우리도) 이렇게 한다"라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꽤나 큰 설득력을 가집니다. 남과 비교해서 우리가 어떤지 살펴보는 것만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은 없습니다. "저 회사는 Pay를 얼마나 준대?", "저 회사는 초과근로하면 수당을 더 준대?", "저 조직은 A라는 복지 제도를 운영하던데, 왜 우리는 없는 거야?"라는 비교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잘 기억될 수밖에 없고 조직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매우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 조금 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최근의 HR Trend를 보면, HR Analytics라는 용어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활용사례 때문에 더 유명해진 하나의 HR Trend인데, 쉽게 설명해 보자면 개인의 경험이나 비정량화된 사례에 근거해서 HR 정책을 설계/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Data와 객관적인 자료에 기반해서 HR 정책을 설계/운영하자는 흐름이죠. 그런데, 이는 역설적으로 HR 정책이 그동안에는 객관적이거나 명확한 근거 없이 설계/운영되었다는 반증 아닐까요? 그동안 HR Analytics를 하지 않았으니,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요즘 시대에 HR Analytics가 각광받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마지막으로, HR을 주제로 하는 인사잡지나 웹사이트, LinkedIn 등을 살펴보면 HR과 관련된 강의나 세미나, 칼럼 등을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조직문화가 어떻고, 어떠한 HR 정책을 설계/운영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 조직에는 어떤 식으로 적용을 해봐야 하고, HR 정책은 어떤 식으로 설계하고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 강의, 세미나를 들어보면 틀린 말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매우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매우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는데도 "맞아. 그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반대로는 옳은 말이 워낙 많다 보니 HR이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HR 담당자나 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외부 강의와 교육, 세미나를 듣는 이유는 Insight를 얻고 그것을 현실에서 써먹기 위함인데, 옳은 말이 워낙 많으니, 정작 무엇을 어떻게 현실에 구체적으로 적용을 해야 할지 난감해지는 역설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 https://blog.naver.com/myungnomusa/223621624380
1) HR(Human Resources)이라 함은 실제 다수의 기업 내에서는 좁게는 인사(채용, 교육, 평가, 보상, 유지)를 말하고, ER(Employee Relations)이라 함은 보통 노무, 노사관계 등을 뜻하여 HR과는 약간 구분되는, 특화된 영역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ER도 넓은 의미에서는 HR의 하나의 영역으로 볼 수 있고, ER을 HR과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서는 HR은 ER을 제외한 좁은 의미의 인사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인사노무라 함은 HR과 ER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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