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다고 기준도 없는 것은 아니다.
- 1편부터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 누구는 뻔한 얘기하고 있다라고 얘기하실 것이고,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실 수도 있죠. 모두 옳습니다. "반박 시 님의 의견이 모두 맞습니다". 진짜로요. HR에 정답이란 없으니까요.
-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HR에 정답이 없다고 해서, 기준도 없는 것은 아니다"로 들어가게 됩니다. "노동법(Labor Law)"이 다양한 HR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기준을 제안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기준,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최소한 이것은 고려해야 한다", "이것만큼은 고려해서 정책을 설계, 운영해야 한다"라는 것을 얘기해 줄 수 있다라는 것은 인사노무 담당자에게 적잖은 위안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의 헌법과 각종 노동법을 살펴보면 최소한의 기준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다양하게 언급이 됩니다. 그 예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데, 이러한 법문은 HR 정책을 설계할 때 1차적으로 고려해야 되는 기준이자 대원칙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근로기준법 제3조 (근로조건의 기준)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다.
최저임금법 제6조 (최저임금의 효력)
②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 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된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
①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 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 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
- 노동법이라는 이름을 가진 법은 없습니다. "노동법"이란 헌법 제32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근로의 권리"와 헌법 제33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노동 3권"을 구체화한 각종 법률들,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남녀고용평등법, 4대 보험 관련 법률 등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일체의 법률들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노동관계법령"이라고도 부르는데, 노동법의 영역에 속하는 구체적인 법령을 열거해 보면 최소한 30가지가 넘을 겁니다.1)
- 최근 HR Trend 중의 하나는 HR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법적 Risk를 점점 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서 노동법의 영역은 훨씬 넓어졌고, 훨씬 자주 개정되며,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훨씬 깊어졌습니다. 그만큼 법률의 복잡성도 늘어났고, 조직과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으며, 근로자가 근로조건과 관련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은 점점 더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사가 챙겨야 하는 영역도 점점 더 넓어지고 있고, 알아야 되는 사항도 점점 많아집니다ㅠㅠ.) 무엇보다 훨씬 넓어진 노동법은 HR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더 폭넓게 기준점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 노동법의 영역과 그를 활용하는 인사노무 담당자의 업무범위는 앞으로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을 것 같습니다. AI가 점점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근로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계가 대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술이 점점 더 발전을 해도 AI가 가장 본질적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사람을 다루는 HR 영역이 아닐까 생각되거든요. HR은 Human Resource의 약자인 것처럼, 사람 그 자체를 다루는 영역이니까요.
- 조직 입장에서만 보자면, 조직이 커지면서 "상시 근로자"가 증가하고, 그에 상시 근로자수에 따라서 적용되기 시작하는 노동법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상시근로자수를 고용하기 시작했을 때, 5인 이상일 때, 10인 이상일 때, 30인 이상일 때, 100인 이상일 때 적용되는 법률이 수없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조직의 Life Cycle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조직이 성숙해질수록 제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HR의 기능은 세분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HR 담당자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전문가가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 또는 컨설턴트로서 고도화되면서 고려해야 되는 요소가 점점 더 많아집니다. 그리고 근로자의 생활에 노동법이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노동법과 아예 무관한, 법적 Risk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HR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 "정부는 채용, 임금인상, 퇴직금, 휴가 또는 동일한 직무에 대한 성별, 학력별 임금 차이의 해소 등에 대해서 개입한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점증하는 추세에 있으며,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법과 규정을 잘 이해하고 따르는 것은 인적자원관리만이 아닌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합니다.2) 다른 말로 바꿔보자면, HR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전반적인 Risk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Risk라는 것은 지금 당장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Risk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다가 나중에 예기치 못한 곳, 나중에 예기치 못하는 타이밍에 나타납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HR 정책을 설계할 때 법령의 요구를 잘 준수함으로써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서 경쟁 우위 요소를 가질 수 있다" 3)라는 의미가 됩니다.
- HR 또는 인사노무의 기능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저명한 교수님들마다 또는 담당자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법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이론과 실무의 영역이니까요. 어떤 HR 서적에서는 7가지 기능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서적에서는 8가지, 또 어떤 서적에서는 5가지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 다만, 어떠한 구분을 따르더라도 일반적으로 확보(채용), 교육(인재개발), 평가, 보상, 유지, 방출까지의 6가지 기능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노무(ER, 노사관계)는 HR과는 구분되는, 특화된 기능으로 구분하거나 "유지"기능에 포함시킬 수도 있습니다.4)
- 그렇다면, 노동법이라는 기준은 HR 또는 인사노무 전반에 걸쳐서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제안하고 있을까요? 보통, 노동법은 인사노무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특히 노무(ER, 노사관계) 영역에서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유지, 방출의 영역에서도 다양하고 폭넓은 기준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적을 뿐이지, 알고 보면 채용, 교육, 평가, 보상 등 다른 HR의 영역 상당히 다양하고 깊은 기준과 최소한도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원칙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동법은 단순히 노무라는 좁은 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HR 또는 인사노무 전반에 걸쳐서 하나의 기준이자 나침반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총론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그럼 HR의 각 영역에서 노동법은 어떠한 최저기준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지 각론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개발(교육), 평가 등 노동법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부터 살펴보고 이후에 채용, 보상, 유지, 방출, 노무 등의 순서로 살펴보겠습니다.
- (3편. 교육 첫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https://blog.naver.com/myungnomusa/223651223388
1)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근로자의 근로조건 또는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법률을 단순하게 열거만 해보아도 다음과 같습니다.(가나다 순) 감염병예방법, 개인정보보호법, 고령자고용법,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고용정책기본법, 고용보험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선거법, 국민연금법, 국민투표법, 국제사법, 근로기준법, 근로복지기본법, 근로자의날법, 근로자참여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남녀고용평등법, 노동위원회법, 노동조합법, 모자보건법, 민방위기본법, 민법, 병역법, 사회보장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양성평등기본법, 영유아보육법, 임금채권보장법, 장애인고용법, 중대재해처벌법, 채용절차법, 파견법 등. 이외에도 인사노무 업무를 하면서 한 번이라도 뒤적여봤던 법률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2) 김영재, 김성국, 김강식, 『신인적자원관리』 3판, 2015.8월, p.59
3) Noe, Hollenbeck, Gerhart, Wright, 『인적자원관리』 7판, 2018.1월, p.58
4) 이외에도 직무관리 역시 노무(노사관계)처럼 별도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Payroll(급여)과 복리후생은 보통 보상의 영역으로, 산업안전보건은 유지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