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수 있는 것만
SNS의 알고리즘은 가끔 내 불신보다 끈질기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쏟아지는 ‘기적의 식단’이나 ‘4주 완성 영어’ 같은 문구들은 평소라면 코웃음과 함께 넘겨 버릴 소음일 뿐이다. 그럼에도 유독 마음의 빗장이 헐거워지는 순간이 있다. 비가 내려서 기분이 가라앉았거나, 거울 속 내 모습이 평소보다 유난히 푸석해 보이는 그런 날 말이다.
그날도 그랬다. 화면 속 여자는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뽐내며 속삭였다. "돈 버릴 일 있어요? 집에 있는 바셀린과 베이비 오일이면 끝나요."
단순하고 명쾌한 그 논리에 바로 베이비 오일을 주문했고, 서랍 구석에서 잠자던 바셀린을 꺼냈다.
성실한 학생이 되어 바셀린 한 스푼에 베이비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 섞기 시작했다. 투명하고 끈적이는 이 점성체가 힘 빠진 푸석한 내 머릿결을 비단처럼 만들어줄 걸 상상하며 손바닥에 가득 묻은 기름기에 몇 초 망설이다가, 결국 '반짝이는 머릿결'이라는 꼬임에 멈출 수 없었다.
머리카락 끝단부터 조심스럽게 발라 나갔다. 뭔가 이상했다. 영상 속 그녀는 우아하게 비단결의 머리를 넘겼건만, 내 손끝에 닿는 머리카락은 실크가 아니라 덜 마른 튀김 반죽처럼 뭉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뒤에 샴푸만 하면 돼요."
그녀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 시간 뒤, 나는 욕실에서 절규했다. 베이비 오일과 바셀린의 강력한 결합력은 샴푸 한 번으로는 기별도 가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심지어 주방 세제를 써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머리카락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물기를 닦고 거울 앞에 섰을 때, 그곳엔 일주일쯤 머리를 감지 않은 노숙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머리카락은 반짝이는 게 아니라 기름기에 찌들어 번들거렸고, 빗질을 할 때마다 묵직한 오일 향이 코끝을 찔렀다.
네 번의 샴푸 후에도 정상적인 몰골을 찾지 못했다. 머릿결은, 글쎄 올시다.
자러 가기 전에 벼겟잇 위로 타월 한 장을 올렸다.아침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도 않다. 설마 하면서 넘어가 준 내 자신에게 너그럽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SNS의 '비법'들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평범한 오후, 또 다른 기적의 레시피가 방어를 내려놓은 내 마음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면 설마 하다가 역시 하겠지. 삶은 가끔 근거 없는 희망에 몸을 던져 보는 멍청함을 용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