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관찰 전문가가 되고 있다
1.
서점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걷고 있다.
서점 이름은 '리지블루스'로 정하고, 이에 걸맞은 카피를 고민했다.
아래 3가지 후보를 정해 SNS를 통해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봤고, 단순한 선택 뿐 아니라 피드백을 참고해 최종안을 결정했다.
(후보)
1. 당신의 마음을 위한 심리상담서점
2. 책을 통해 위로하는 심리상담서점
3. 내 마음의 우산을 만드는 심리상담서점
(결정안)
"위로를 건네는 심리상담서점"
카피를 바탕으로 명함과 스티커 디자인을 기획해 디자이너님한테 보내고, 오늘 시안을 확정했다.
2.
결혼 준비도 그러했지만, 가게 준비도 결정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정말 뭣도 모른다.
뭐라고 검색해야 내가 생각하는 "그것"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디자인물만 해도, 나는 보통의 명함이 아니라 뒷면이 쿠폰카드인 명함을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낑낑댔는데, "명함제작"이라고 검색하고 제작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이런 제품을 "쿠폰명함"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통용되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명함 하나를 만들어도 업체 선정, 디자인 기획, 종이 재질 선택, 후가공 선택 등 고려하고 생각해야 하는 게 꽤 많았다. 쿠폰을 찍어줄 도장도 따로 주문해야 한다.
3.
이후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다.
- 부동산 계약 확정(잔금 치르기)
- 사업자등록
- 내부 정리 및 페인트칠
- 어닝 천갈이
- 가구 들이기
- 기타 인테리어
- 책 들이기
- 카드 결제 단말기 구입
- 상담 준비물 제작
- SNS 홍보글 제작
적고 보니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페인트칠만 해도 공부할 것도, 알아볼 것도 참 많다.
가게 밖에서 비나 눈을 막아주는 차양을 어닝(awning)이라고 하는데, 현재 내가 얻은 가게의 어닝이 보라색이어서 파란색으로 천갈이를 하려 한다. 이것도 업체에 다 전화해서 견적 비교해보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4.
선택과 비교는 정말이지 무척 피곤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일에 중개인이 끼는 걸거다.
결혼도 그렇고, 부동산도 그렇고, 인테리어 시공도 그렇고.
예전에는 중개인의 존재 가치에 대해 크게 공감을 못했다.
그냥 중간에서 수수료 가로채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들은 내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가치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었다.
5.
아무튼, 가게를 준비하다 보니 다른 자영업자 분들이 새삼 대단해보인다.
딱 봐도 돈 제대로 들여 인테리어 하신 분의 가게는 용감한 투자가 대단해보이고,
오물조물 스스로 하나씩 해나가신 분들은 감각과 노력이 대단해보인다.
한동안은 우연히 들린 카페나 빵집에서 주는 쿠폰이나 스티커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배울 점이 한 두개씩 보이는 게 신기했다.
혼자서 A to Z을 하다 보니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디테일의 디테일까지 알아가는 게 나름 재밌고 보람차기도 하다.
오픈할 때까지 이런 재미 마인드가 유지되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