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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Oct 25. 2017

D-7. 새 노트북, 새 폰

이야 계탔다

1.

오늘은 진정 계탄 날이다. 

새 휴대폰과 새 노트북이 동시에 생기는 날이라니.


2.

얼마 전 갑자기 벽돌이 되어 날 당황하게 했던 이전 폰은 서비스 기사님의 심폐소생술 덕분에 잠시 살아났으나, 어제 갑자기 휘리릭 꺼져버리고 다시는 켜지지 않았다. 

이번엔 놀라지도 않았다. 

다행히 필요한 데이터는 미리 백업해놨으니까.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신혼여행 기간 중에 안 이런게 어디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대치 예산 한도 내에서 갤럭시 s8을 샀다.

요즘은 워낙 동기화가 잘 되고, 대부분의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되다 보니, 새 폰을 사도 몇 분만 지나면 이전 폰 데이터가 그대로 옮겨져 온다. 

어떤 의미에서는 새 폰을 장만해 이리저리 세팅해보는 재미가 줄었달까. 


3.

노트북은 친오빠와 새언니의 결혼선물이다. 

맥북에어를 선물받았는데, 지금까지 다닌 3개의 회사에서 다 맥북을 써왔던지라 내가 선택했다. 

드디어 온전히 내 것인 맥북이 생기다니, 감회가 새롭다.


4.

내가 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첫 번째 회사 사장님 덕분이다.

나는 사장님의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이었는데, UX디자인회사 사장님답게 나에게 UX의 진수를 맛보려면 맥을 써야 한다고 종용하셨다. 

그때는 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곧 실체화되었다)이 있어서, 내 윈도우 노트북을 가져오겠다고까지 말씀드렸는데, 사장님은 안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한/영키 바꾸는 것도 모른채 맥과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어느새 새로운 회사에 입사할 때마다 '맥 쓰고 싶어요!'를 외치는 내가 되었다.


5.

솔직히 맥은 가성비가 뛰어난 녀석은 아니다.

내가 맥을 사는 이유는 50%는 허영을 담은 간지와 50%의 묘사하기 어려운 편리함 때문이다.

휴대폰을 아이폰을 쓰는 것도 아니라서 동기화의 매력은 딱히 없다. 


6.

내가 갤럭시 시리즈에 묶인 이유가 삼성 페이라는 킬러앱 때문이라면, 맥북의 킬러앱은 키노트다. 

나는 그래픽 디자인 툴(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전혀 못쓰는 디자이너여서 웬만하면 디자인 업무를 해야 할 일은 없었지만 간단한 이미지 작업은 키노트로 하고는 했다.

물론 파워포인트로도 얼마든지 엄청난 디자인을 하는 분도 있지만, 나는 어느샌가 키노트에 익숙해져 버렸다. 


파워포인트와 키노트는 조금씩 룰이 다르다.

예를 들어, 개체 선택을 할 때, 키노트는 그 개체가 조금만 포함되어도 선택을 한다면 파워포인트는 개체가 온전히 포함되어야만 선택된다. 

어떤 룰이 우월한지는 잘 모르겠다. 

파워포인트를 쓰다가 키노트를 쓰기 시작했을 때 이 룰 때문에 당황했고, 이제는 파워포인트를 쓸 때 당황한다.

익숙한 UI가 제일 좋은 UI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7.

이게 글감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더이상 미룰 날짜가 안 남아서, 쓰고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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