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리지의 서점 주인 도전기
1.
오늘은 2017년 11월 29일입니다.
이틀 뒤인 2017년 12월 1일, 수원 매탄동 변두리의 작은 서점 '리지블루스'가 문을 엽니다.
네, 제가 여는 서점입니다.
2.
리지블루스는 작은 서점입니다.
작습니다. 첫 주문이 약 100권 정도 됩니다.
리지블루스는 심리상담서점입니다.
서점인데, 심리상담을 진행합니다.
대상은 성인입니다.
알아두셔야 할 것은, 저는 심리학이나 상담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대학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UX기획자 및 리서처로 3년을 일했습니다.
직업 특성상 낯선 사람을 만나서 대화(인터뷰)를 진행한 적은 많습니다.
하지만 질문도,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제게 있었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질문을 찾고, 같이 문제의 해결 방향을 찾아보려 합니다.
3.
저는 올해 28살의 여자입니다.
스물 네 살에 처음 우울증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부정하고, 감추고, 숨었습니다.
멀쩡해지기도 했다가, 다시 심하게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출근을 못가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졌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마음도 없애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우울해서 회사를 못 다니게 된건지,
회사를 다녀서 우울해진건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게 중요한 건, 살아가고 싶다는 에너지의 끈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심심한 게 세상에서 제일 싫습니다.
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몰아치는 할 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서점을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출근을 못하게 되는 날에도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4.
그래서 심리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치료자가 자신의 상처를 계기로 남을 돕는 치료자가 된다고 합니다.
저 역시 제 상처를 개인적 경험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에너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별로 자신은 없습니다.
심리학도, 상담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상담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직접 해봤습니다.
총 9명의 내담자를 만나 17회차의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어려웠습니다.
누군가의 상처를 만난다는 것은.
그래서 책의 힘을 빌렸습니다.
제 상담은 기본 2회차로 진행됩니다.
1회차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 주제를 뽑고 이에 걸맞은 책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2회차에서 책을 토대로 심화된 이야기를 나눕니다.
생각보다 책의 힘은 강했습니다.
책 속 인물 또는 저자의 시선에서 자신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면서 내담자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대체로 2회차 상담은 시작할 때부터 뭔가 밝아진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만의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여기에 걸맞은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카페도, 스터디룸도 크게 마음에 드는 공간은 아니었거든요.
5.
마음이 힘든 누군가가 정신과나 심리상담소보다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서점을 시작합니다.
리지블루스에서 '리지'는 제 영어이름이고, 블루스는 느릿느릿한 춤입니다.
우울한 제가 최선을 다해 추는 춤-이라는 애매모호한 뜻입니다.
일단 목표는 1년을 버티는 것입니다.
중간에 아무리 손님이 없어도 그만두지 않고, 하루하루 묵묵하게 제 공간을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이외의 목표는 운영하면서 천천히 생각하려 합니다.
이 길의 과정에서 그리고 끝에서 무엇을, 누구를, 어떤 스스로를 만나게 될지 궁금합니다.
6.
오글거리는 출사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지블루스의 최신 소식은 인스타그램에서 접하실 수 있으며, 브런치에는 주요 공지와 책리뷰, 책방을 운영하며 드는 생각을 써보려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도 운영중입니다.
- 위치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로160번길 15 1층 (네이버 지도 / 다음 지도)
- 영업시간 : 화-일 오후 1시~9시(저녁시간 6시-7시, 매주 월요일 휴무)
- SNS
>> 인스타그램 : @bookstore_lizzyblues
>> 이메일 : lizzyblues0330@gmail.com
- 심리상담 신청 : 구글 서베이 양식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