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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Jun 27. 2016

4주간의 알바 노동자 경험에 대한 회고

그들이 지킨 것과 지키지 않은 것

1.

4주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매일 4시간~5시간 정도 일하는 업무였는데, 오픈 조라 서빙보다는 여러 가지 기물들을 원위치에 놓고(이렇게 쓰니 엄청 간단해 보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수행해도 40분 정도 걸린다) 홀 청소를 하는 오픈 준비와 에이드 재료 및 피클, 치즈 등을 미리 잘라놓는 밑 작업을 훨씬 많이 했다.

생계형이라기보다는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했던 아르바이트였지만, 노동자의 관점에서 이러저러하게 생각할 게 많았던 4주였던 지라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알바 노동자 권리 관련 잡지식 정리와 함께 회고를 해본다.


2.

<그들이 지킨 것>

- 근로계약서 작성

- 점심시간을 포함한 30분 휴게시간 보장

(4시간 근무 시 30분, 8시간 근무 시 1시간의 자유롭고 방해받지 않는 휴게시간을 제공받아야 함. 아무리 바빠도 이 시간 동안에는 일을 시키지 않았음)

- 4대 보험 가입

- 주휴 수당 지급

주휴 수당이란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1일의 유급 주휴일을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에 40시간씩, 한 달에 160여 시간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근로계약서에서 기준 근로시간이 209시간이 된다. 이는 어떠한 근로 형태(아르바이트, 계약직, 정직원 등)를 막론하고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을 만근하면 받아야 하는 것이다. 주휴수당은 계산법에 따라 산정되어야 하며, 현재 최저시급인 6,030원을 기준으로 약 1200원 정도가 주휴수당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서 시급이 7000원 이하인 곳은 대부분 최저 임금 미달로 주고 있다는 것인데... 알바천국만 검색해도 이런 곳은 너무나 많다.


>> 사실 위의 네 가지는 알바 노동자에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들인데, 기본을 지키지 않는 곳이 너무 많아서 정리해봤다. 사실 이런 걸 안다고 해도 고용주가 고의적으로 지키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해 (해고를 각오하지 않는다면) 따질 수 있는 알바 노동자가 얼마나 있겠냐만, 위의 4가지는 고용주의 호의 등에 기대지 않고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걸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또한 1년 이상 일했을 경우 4대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알바 노동자도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들이 지키지 않은 것>

- 매일 15분의 무임금 노동 강요 및 지나친 지각비 징수

이곳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시업 시간 15분 전, 정사원은 30분 전에 스탠바이(라 쓰고 업무 시작이라 읽는다)하는 것을 규칙으로 정해놓았다. 처음에는 15분 전에 미리 와서 유니폼도 갈아입고 일할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15분 전은 유니폼 환복을 마치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 입력된 출근 시간(컴퓨터로 출퇴근 시간을 입력해야 함)이 15분 전을 기준으로 1분이라도 늦으면 30분 급여를 깎는다. 즉, 급여로 인정되는 노동은 10시부터 시작하지만, 9시 45분까지 유니폼을 갈아입고 출근시간을 입력해야 하며, 9시 46분에 근무 시간을 입력할 경우 30분 급여가 차감되어 10시 30분까지 무임금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급여에도 산정되지 않은 시간을 기준으로 급여를 깎는 것은 불법이며, 1분을 지각해도 30분의 급여를 깎는 것은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지각을 할 경우 지각한 시간만큼만 급여를 삭감해야 한다. 관련 기사 참고)

>> 알바를 하면서 가장 화가 나는 조건이었다. 시업 시간보다 10~15분 정도 미리 오라고 '권장'은 할 수 있겠지만 30분 임금 삭감(실제로는 45분 임금 체불)의 가혹한 페널티를 주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3.

<그들의 호감 행동>

- 무료 점심 제공(고용주는 알바 노동자에게 밥을 줘야 할 의무가 없다)

- 알바 노동자도 정직원과 마찬가지로 레스토랑 이용 시 할인 혜택 제공

- 무료로 포장 피자 한 판 제공

(원래 할인 가격에 돈 주고 사려 했는데, 성실한 알바 노동자에게 알바 마지막 날 선물로 피자를 주고는 한다며, 당겨서 무료로 주겠다고 했다)


<나의 호감 행동>

- 무지각 및 무결근

(지각은커녕 15분 전 시간을 기준으로도 10분 더 일찍 와서 일한 날이 많았다)

- 종종 무임금 잔업

30분 단위로 급여를 산정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5분~15분 정도의 잔업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급받지 못한다. 내 업무의 특성상 주어진 시간만큼만 일하고 가는게 아니라, 오늘 내가 할 일을 끝마쳐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많게는 15분도 무임금 잔업을 했다.(20분이 넘어갈 경우, 매니저급에 요청해 10분 정도 더 근무해 30분을 채운 후 퇴근)

- 퇴사에 대한 이른 공지

(15일 전에 퇴사 의사를 밝혀 그들이 후임자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4.

<그들의 비호감 행동>

- 퇴사하는 사람에게 유니폼 세탁 및 반납을 요구

물론 유니폼을 반납하기 위해 왔다갔다한 나의 시간과 교통비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왔다'는 말을 붙이며 이를 요구했는데, 이전 사람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수행했다고 해서 이게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이니까 이런 요구에 대해 깽판을 칠 수도 있었지만, 역시 마지막이기 때문에 굳이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하라는 대로 해주었다. 하지만 다음 알바 노동자 역시 듣게 될 '그동안 이 일을 했던 사람'에 나 역시 동참한 것이 미안하다.


- 단기간에 숙련된 노동 요구

내가 아침에 해야 하는 오픈 준비 업무는 정해진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정리를 최대한 효율적인 동선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였다. 첫째 날 업무를 배우고 둘째 날은 직접 해보면서 사수의 감독을 받고, 셋째 날은 오롯이 혼자서 일했다. 사수의 말로는 빨리하면 40분에 할 수 있다는 일을 하는데, 첫째 주는 거의 80분이 걸렸고, 이후 어느 정도 숙련이 된 후에는 별 다른 변수가 없으면(마감을 하는 사람과 전날 매장 사정에 따라서 추가로 정리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기도 했다) 50분 정도에는 할 수 있었다. 80분이 50분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는 매일 '느리다' '더 빨리 해야 된다' '일을 마치고도 효율적으로 일을 할 방법에 대해 궁리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30분 주어지는 휴게 시간 이외에는 정말 한시도 쉴 틈 없이 일했고, 특히 오픈 준비 업무를 할 때는 오픈 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에 정해진 시간보다 대체로 10분 일찍 와서 일하곤 했는데도 느리다는 소리를 계속 들었다. 정사원인 사수는 자신은 정해진 시간에 준비를 마치기 위해 거의 30분~1시간 넘게 일찍 오곤 했다며 자신의 성실함과 나의 불성실한 무책임을 비교했다. 이런 잔소리가 싫어 매니저급에 출근 시간을 30분 앞당겨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정해진 시간 안에 하는 데까지 할 것'이었다. 나는 무임금 노동보다는 질책을 선택했다.


<나의 비호감 행동>

- 6개월 일한다고 얘기하고 한 달만에 그만둠

(3개월 정도 일할 생각이었지만 오랜 기간 일하는 걸 선호하는 걸 알기 때문에 6개월 할 거라고 거짓말했다. 예상치 않게 다른 일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겨서 한 달 만에 그만두게 되었는데, 이건 내 잘못이다.)


- 그들의 기준에 못 미치는 일처리

(대부분의 일들이 숙련도가 떨어져서 또는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안 하는 일들이 많긴 했지만, 내가 칼질을 심하게 못하는 편이긴 했다.)


- 상사에게 대들기

 나보다 4~5살 어린 두 명의 정직원과 한 번씩 말다툼을 했다. 일하는 동안 족히 100번이 넘는 지적을 받았는데, 모두 내가 고쳐야 하는 것들이긴 했음에도 계속 지적을 받다 보니 슬그머니 섭섭함이 쌓여갔다. 매니저 레벨의 분들은 연륜이 있어서, 혼낼 때는 혼내도 '열심히 하고 있는 거 알아'와 같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줄 알았는데, 어린 직원들은 까칠한 말투로 줄기차게 지적만 해댔다.
내 실수의 원인은 대체로 1) 몰랐거나 2) 알았지만 잊어버렸거나 3) 알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우선순위에 밀림)것 이었는데, 한 직원은 지적할 때의 말투가 한결같이 '내가 이미 알려줬는데 왜 안했냐-'였다. 안 한 건 내 잘못이었지만 한두 번 알려주고 이런 말을 들으니 바보 + 불성실한 사람 취급받는 느낌이었다.(말투는 더 까칠해도 '이거 안 하셨어요'라고 내 실수만 깔끔하게 말해주는 직원의 지적이 훨씬 나았다)
 두 번의 말다툼 모두 나의 실수에 대한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는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라고 하는 대신 '이게 다른 것보다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 일이냐' 또는 '이렇게 바꾸면 안 되느냐'라고 딴지를 걸었고, '내가 어려도 직원인데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느냐', '이렇게 하면 그만둔다고 열심히 안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그렇게 우선순위 논할 거면 일하지 말아라'같은 소리를 들었다. 나 역시 '알바는 직원한테 할 말 못 하냐', '나는 너만큼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지 않다'같은 말로 응수하며 개싸움을 했다.
 어떤 말투로 말했든 상사가 실수를 지적한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잘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 역시 나에게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만 했느냐고 묻고 싶다.


5.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연봉계약서 '00시간의 야근 시간을 이미 포함한 연봉임. 동의하셈'과 같은 조항을 집어넣는 등 완전히 사측 마인드를 가졌던 나였는데, 4주간 알바 노동자로 지내면서 알바노조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고, 알바노동자들이 겪는 부당 행태에 대해서 분개하게 되었다.

생계형 노동자가 아니었던지라 알바노조에서 가장 강력하게 외치는 '최저시급 1만 원'의 절실함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근로기준법에서 이미 규정해놓은 노동자의 권리가 시급제 알바 노동자에게 꼭 지켜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출처 : http://live-view.tistory.com/150


덧))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주의했던 것이 '알바생'이 아니라 '알바노동자'라고 적었던 것이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2118782

위 기사에서 언급하는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생활비와 용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르바이트의 개념이 '일 경험'이 아니라 '생계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르바이트는 일 경험, 임시직'이라는 편견에 갇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이 학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알바생'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된 것 같지만, 그들이 학교에서는 학생일지라도 일터에서는 엄연히 급여만큼의 노동을 해내는 노동자다.(후임자로 온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모두 스무 살인데도 불구하고 고2 때부터 2년 넘게 레스토랑 일을 한 경력자여서 나보다 훨씬 일을 빨리 배웠다) '노동자'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느낌이 커서 좀 더 나은 용어가 나오길 바라지만, 적어도 개념이나 방향성에서 알바생보다는 알바 노동자가 훨씬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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