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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Sep 04. 2018

ep12.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대 직장인 장모시 님의 이야기 

<온 더 레코드>는 심리상담서점 리지블루스를 찾은 내담자들 중 철저히 동의하신 분에 한해 상담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익명화를 거쳐 이야기를 공유하는 매거진입니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친했던 오빠랑 싸웠어요


위로 언니 오빠가 있고, 엄마랑 넷이 같이 살아요. 

아빠는 별거한 지 10년 정도 되었고요. 

언니는 까칠한 성격이고, 엄마랑도 안 맞는 부분이 많아요.

그나마 가족같이 지내는 사람이 오빠였는데, 최근에는 오빠랑도 싸웠어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집에 돌아왔는데, 제 방이 없어졌어요. 

어쩔 수 없이 안방에서 제 공간을 만들고 사는데, 엄마가 자꾸 제 물건을 모르는 곳에 치워요. 

그런데 엄마는 야간에 일하시고 저는 주간에 일해서 같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어요.

몇 번을 말해도 안 바뀌는 엄마한테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물건을 못 찾으니까 화가 났는데, 점점 엄마한테 화가 커져서 '엄마한테 상처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번지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언제 한 번 집에 있는 책장을 엎고 물건을 던지면서 화를 냈어요.

그때 오빠가 그러더라고요. 너마저도 화를 내면 안 되지 않겠냐고. 

오빠 말이 맞다는 건 알아요. 

이런 식으로 화내면 안 되죠. 

그런데... 답답했어요. 그럼 제가 화나는 건 어떡해야 하죠?


원래는 오빠랑 매일 대화하곤 했어요. 오빠가 집에서 일을 해서, 집안일도 잘 했고 그런 게 고마워서 퇴근할 때 같이 먹을 야식 같은 걸 사가기도 했어요. 

회사 일도 얘기하고 서로 농담도 하면서 잘 지냈는데... 

가족에 대한 유일한 끈 같은 사람이었는데... 

오빠랑 평생 처음 싸워봤어요. 


엄마는 저를 이해해주지 않아요 


전 정말 잘 우는 편이에요.

그런데 엄마는 우는 걸 정말 싫어하셨어요. 

울면 운다고 혼이 났고, 힘들다 그러면 제가 아직 덜 바빠서 그런 거라고, 여유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전혀 이해해주지 않으셨어요. 


가족이랑 외식을 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먹어봤자 감자탕을 먹어봤네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일을 하느라 바쁘셔서,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 밥을 차려 먹었어요. 

친구랑 잘 놀지도 못했어요. 놀려면 돈이 필요했으니까요. 


아빠가 차라리 집에 없는 게 편했어요


아빠가 중학생 때까지는 집에 들어오셨어요. 

그런데 아빠가 집에 계시면 집안이 무거워졌어요. 

차라리 나가서 들어오시지 않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고는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고, 명절 때만 집에 왔어요. 


친구관계는 그냥 평범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룹 내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따돌림을 당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연락을 자주 하는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랑 밥을 먹는데, 먹다가 체했어요. 

같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갔는데, 저는 이런 데를 와본 적이 없어서 당황했어요. 친구는 능숙하게 메뉴를 시켰고요. 어릴 때랑 다르게 날카로워진 친구 때문에 불편했어요. 


남자 친구는 있어요. 

대학교에서 만나서 5년 넘게 사귀었는데, 지금은 군대에 있어요.

참 착한 사람이에요. 저한테 거의 다 맞춰주거든요.


대학교 4학년 때 1년 동안 상담을 받았어요


대학생 때 4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무료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1년 정도 받았는데, 주로 제가 푸념을 하고 상담 선생님은 질문을 많이 하셨어요. 

한 걸음 물러나서 제게 벌어진 일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되었어요. 

마음껏 울면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아쉽게도 졸업하면서 끊겼지만요.


화가 나면, 중간을 잘 못 지키겠어요.

회사에서도 팀장님이 거의 찍어 누르는 회의를 하셨는데, 못 참고 막말을 했어요.

말을 안 하거나 막말을 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중간이 잘 안돼요. 


감정 조절을 하면서 인간관계로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엄마랑은 5분만 같이 있어도 힘들어요. 

저를 무시한다고 느껴지고요. 의사소통이 안되어서 벽이랑 얘기하는 느낌이에요.

어떨 때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독립하고 싶기도 하지만 경제적 여유도 없고, 이렇게 나가면 제가 가출하는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요. 

 

내면이 성장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처럼 미친 듯이 화를 내지 않고, 현명하게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시 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나 염려가 되어 적자면, 저나 제 글에 대한 댓글에는 대응을 하겠지만 모시 님에 대한 공격성 댓글은 무조건 삭제하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위로가 됩니다' 

매거진 <온 더 레코드> 12화 마침. 



글/ 김명선

- 수원에서 심리상담서점 <리지블루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bookstore_lizzy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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