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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Oct 14. 2018

패키지여행에 대하여

2018년 10월, 8박 9일 동유럽 여행 후기

0.

시부모님, 남편과 함께 8박 9일 일정으로 동유럽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루프트한자 항공을 이용해서 독일 뮌헨으로 IN 해서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헝가리-오스트리아-체코를 거쳐 다시 뮌헨에서 OUT 하는 일정이었다. 출국과 귀국 일정을 모두 함께한 한국인 인솔자 한 분과 31명의 관광객, 그리고 전세 버스 기사와 함께했다. 패키지여행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 경험이 모두 중국이었고 각각 15년 전, 8년 전에 경험했던지라 이번 유럽 패키지여행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패키지여행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이번 여행에 대해 기대를 1도 품지 않았었는데 막상 다녀와서는 굳이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기대 이상(4점/5점 만점)'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패키지여행에 대한 단상과 도움이 될만한 팁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본다. 


플리트 비체 국립공원 @크로아티아

1.

패키지여행 덕분에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고 시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결혼한 지 1년 정도가 되어 아직 시부모님과 데면데면한 사이고, 시부모님이 이번 여행을 제안한 것도 친해지자는 의미가 있으셨다. 하지만 자유여행이었다면 동선 짜기도 신경 쓰이고 알아봐야 할 것도 많았을 것이다. 패키지여행은 그런 면에서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예전에는 매번 패키지여행만 가는 부모님이 안타까워서 여행을 간다면 꼭 자유여행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다녀오니 '부모님과 함께라면' 패키지여행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부다페스트 @헝가리

2.

이번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전세 버스를 대절해서 내내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짐 걱정 없이 미친 일정(ex. 아침은 부다페스트에서, 점심은 비엔나에서, 저녁은 프라하에서 먹기)을 소화할 수 있었다. 렌터카만큼의 자유도는 아니지만 차에 타면 맘껏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3.

전용 버스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었지만 긴 버스 이동 시간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초반 일정에서는 독일까지 10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와서 또 5시간 정도 이동해서 숙소에 가야 했다. 그 외에도 웬만한 이동은 대체로 2시간~6시간을 넘나 들었다. 하지만 크게 지루하지는 않았던 게, 인솔자가 방문할 도시에 대한 소개부터 유럽 역사 및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내 준다. 패키지여행을 많이 다녀본 시부모님께 물어보니 유럽 지역은 대부분 이렇게 해준다고 한다. 역사 시간에 배우는 것만큼 칼같이 정확한 정보나 균형 잡힌 시각이 들어가는 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해주시는 게 큰 장점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역사, 특히 세계사에 정말 관심이 없었던 내가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뿐 아니라 보스니아 내전, 코소보 사태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지도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세르비아라는 나라가 유럽 역사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신기했다. 나 혼자 자유여행을 다닐 때에 비해서 시간은 촉박하지만 훨씬 풍성하게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 중학교 정도 되는 아이한테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심어 주기에 참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부다페스트 야경 @헝가리 

4.

패키지여행에서는 대체로 물가가 저렴한 도시 외곽 지역에서 숙박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오스트리아 필바흐, 크로아티아 보디체, 자그레브/부다페스트/체코 외곽, 독일 뮐도르프 등에서 잠을 잤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관광을 하면서 근처 수원이나 인천 등에서 잠을 자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수원이나 인천의 호텔 근처에 아무것도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유럽도 비슷했다. 물론 지역마다 다르긴 했지만 웬만한 도시에는 마트와 레스토랑 등을 찾을 수 있었다. 하루 일정은 대체로 밤 8시~9시 사이쯤 끝났는데, 뭔가 아쉬울 때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주변을 돌아다녔다. 구글 맵을 통해 괜찮은 장소를 찾거나 현지 마트에 갔다. 이 방법을 통해 자유 시간이 부족하고 메뉴 선택권이 없는 패키지여행을 단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한 것 같다. 


밤에 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은 프로슈토 @보디체, 크로아티아


5.

패키지여행을 하다 보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점이 화장실에 가는 것과 물 구하기다. 유럽은 버스 기사의 노동조건에 대한 규정이 잘 되어 있어서 휴게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열심히 달리다가 15분, 30분씩 쉬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화장실 타임을 잘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유료/무료 화장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무료 화장실을 효율적으로(?) 잘 이용하는 것도 돈을 아끼는 방법이다. 

그리고 물은 일단 한국에서 출발할 때 큰 생수 2병 정도와 작은 생수 2병 정도를 가져가면 큰 도움이 된다. 패키지여행에서는 현지 마트에 가기가 쉽지 않고 대부분 휴게소를 이용하게 되는데 현지 마트의 약 2배 정도의 가격이다. 호텔은 여행사를 통해서 묵어서 그런지 무료 물을 주지 않는다.(유럽 특성일 수도 있다) 그나마 버스 기사가 파는 물이 싼 편인데, 이것도 계속 이용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한다. 시부모님이 물을 챙기라 그래서 챙긴 것이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6.

패키지여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복불복 요소는 인솔자/가이드와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이다. 인솔자나 가이드도 개인마다 스타일이 있다. 파이팅이 넘치고 방방 뛰는 가이드가 있는 반면 차분하게 설명해야 할 것만 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인솔자/가이드를 만나는 건 큰 복이다. 또한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배려심 있고 남한테 피해를 안주는 사람들 인지도 정말 중요하다. 우리 팀의 경우 대부분 칼같이 약속 시간을 지키는 편이라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배려심의 영역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식당 등에서 자리를 잡다 보면 누군가가 찢어져서 앉아야 되는 경우가 있는데 관찰해보면 항상 찢어지는 팀이 찢어졌다. 양보하지 않는 팀은 죽어도 안 했다. 어차피 자기네 가족끼리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9일을 함께하다 보면 다 보인다. 누가 밉상이고 누가 괜찮은 사람인지. 


존 레논벽 @프라하, 체코


7.

패키지여행에 포함되어 있는 쇼핑센터 관광의 경우도 중국/동남아 지역과 달리 구매에 대한 압박이 거의 없었다. 총 3곳의 쇼핑센터를 방문했는데 시간도 30분 내외로 크게 길지 않았고, 일부 물건에 대해서 특별한 소개를 하기는 했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 몫이었다. 그렇지만 확실히 비싼 편이긴 하다. 헝가리에서 유명한 '토카이 와인'이라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 쇼핑센터에서 35유로(약 46000원)에 한 병을 구매했는데, 마트에서는 비슷한 이름의 와인을 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다. '악마의 발톱'이라는 근육통 크림도 쇼핑센터에서는 한 통에 20유로씩 했는데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현지 드럭스토어에서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쇼핑센터에서 파는 물건이 현지에서 파는 것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쇼핑센터 전용 물건이 있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어떤 게 질이 더 좋은지는 알 수 없다. 또 현지 마켓을 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쇼핑센터에서 구입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크로아티아 자두 @스플리트, 크로아티아


8.

여행 중에는 엄청나게 많은 얘기를 적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적다 보니 별게 없다. 아무튼 결론은 가족여행을 가는데 패키지는 분명 장점이 꽤 많은 선택이라는 것이었다. 숙소의 위치와 자유 시간, 음식에 대한 선택을 좀만 포기한다면 말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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