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데이트
1.
'잠만보 부부의 영화 데이트' 프로젝트 두 번째 영화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워터 보이즈>(2001)였다. 남편이 골랐는데, 자신은 예전에 이미 본 영화이지만 너무 재밌게 봐서 골랐다고 한다. 물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 크리스마스이브에 안 어울려 보일 수도 있지만,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라는 점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영화였다.
2.
#줄거리(스포일러 포함)
한 남고의 유일한 수영부원 스즈키는 수영을 참 못한다. 연습해야 할 수영장은 거의 폐허나 다름이 없고, 부원도 자신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미모의 여교사가 수영부를 맡게 되면서 수영부는 부원이 미어터지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교사는 싱크로나이즈 전문 교사였고, 이를 알면서도 수영부에 남은 부원은 딱 5명이었다. 첫 훈련날 여교사는 임신 8개월이라며 출산 휴가를 떠나고, 5명의 남자 싱크로나이즈팀은 해체 위기에 빠진다.
호스트바의 여장남자들에게 표를 팔면서 수영장 물값을 구하고, 돌고래 조련사에게 야매 훈련을 받으며 이들은 축제 연습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TV 뉴스에 훈련 현장이 나오게 되면서 동네의 유명인사가 되고, 부원도 더 많아진다. 축제날까지 우여곡절은 끊이지 않지만, 이들은 무사히 공연을 하게 된다.
3.
이 영화, 일단 웃긴다.
일본 영화 특유의 황당하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개그 코드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남편과 내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았던 사토 역의 타마키 히로시의 아프로 머리에 불이 붙는 장면은 정말 빵 터진다.(참고로 타마키 히로시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냉미남 치아키인데, 여기서는 완전 개그 캐릭터로 나온다. 주인공 스즈키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 역시 풋풋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남편은 어릴 때 봤을 때는 그냥 마냥 웃겼는데, 지금 보니 애들 고3인데 수능 6개월 앞두고 싱크로나이즈 연습만 한 게 좀 걱정이 되었다며, 자기가 나이 들었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난 중학교 때 친구들 3명과 4명 팀이 되어 수학여행 공연에서 NRG의 '대한건아만세'라는 노래에 맞춰 춤을 췄던 게 생각났다. 다른 영화나 만화에서 본 걸 토대로 생각해봤을 때, 일본 고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동아리 활동과 축제 준비가 발달해 있다. 공부가 아닌 뭔가를 진지하게 열심히 해보고, 동료들과 자신만의 무대를 통해 선보이는 경험을 10대에 해보는 건 분명 귀한 경험이다.
오합지졸 캐릭터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무모한 도전을 하는 이야기.
일본 남고교 버전 <무한도전>이었다.
4.
잠만보 부부의 별점과 한줄평>>
- 잠만보 아내 : ★★★★ /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10대 시절 만드는 아름다운 삶의 원형.
- 잠만보 남편 : ★★★★ / <냉장고를 부탁해>의 김풍 셰프 같은 영화. 뭔가 조금씩 어설프지만 본인만의 색깔이 있고 어찌 됐든 맛있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