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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Jan 01. 2019

완벽한 타인

세 번째 데이트

1.

새해를 맞아 서점을 일찍 닫고 여유롭게 저녁 식사를 한 후 영화를 봤다.

오늘의 영화는 가을~초겨울에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완벽한 타인>. 커플끼리 보면 안된다고 하던데, 뭐 우리 부부한테는 별 일은 없었다. '아직은'일지도 모르지만?


2.

#줄거리(스포 있음)


영화 속에는 흔히 '불알친구'라고 할 수 있는 속초 출신의 네 소년이 어른이 되어 와이프들과 함께 집들이를 하는 내용이다. 정신과 의사인 여자가 게임을 하나 제안하는데, 식탁에 스마트폰을 모두 올려놓고 그 시간동안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를 모두 공개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숨기고 싶었던 각자의 사생활이 폭로된다.

앞에서는 온갖 좋아하는 척을 다 해놓고 뒤로는 흉을 봤다는 건 가장 약한 비밀에 속한다.

누군가는 바람을 피워서 임신까지 시켰고, 누군가는 알고 보니 게이였고, 누군가는 12년생 연상이 정기적으로 가슴 사진을 텔레그램으로 보내온다.

파국으로 치닫았던 이들의 관계는, 그러나 이 게임을 실제로는 하지 않았나보다. 진실은 그대로이나, 폭로되지 않았기에 이들의 일상과 관계는 평온하다.


3.

영화는 재밌다. 유해진, 이서진, 염정아, 조진웅, 김지수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고 시나리오도 재기발랄하다. 남편은 장면의 구도나 음악, 몰아가는 과정 등에서 시종일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코미디 요소가 다분하면서도 스릴러 못지 않게 옥죄는 요소가 분명 있다.


메시지도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제목 그대로, 40년이 넘는 친구도 아이를 낳고 같이 살았던 남편이나 아내도, 결국은 완벽한 타인이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사실도 많다.

또 다른 메시지는 비밀의 폭로에 대한 가치이다. 어떤 비밀은 비밀인 채로 남았을 때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 이에 대해 남편은 비밀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진웅이 투자를 했다가 사기를 당했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던 것처럼 알게 되었을 때 감싸주고 싶은 비밀이 있다. 반면에 이서진이 바람을 피우는 것처럼 감싸주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


4.

커플마다 핸드폰과 관련해 허용하는 문화가 다른 듯하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핸드폰을 딱히 보지 않는다. 남편은 진심으로 내 핸드폰에 관심이 없는 듯하고, 나는 가끔 궁금해서 남편의 카톡을 본 적이 있다. 나중에 봤다고 말했는데, 남편은 개의치 않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남편에게 우리도 서로의 핸드폰을 교환해 10분 정도 보자고 제안해봤다. 남편은 자기꺼는 봐도 상관없는데 내 핸드폰을 굳이 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봐도 별게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혹시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다면서.


5.

우리가 둘 다 명장면으로 꼽은 장면은 유해진이 친구 대신 게이로 몰리면서 처음에는 엄청 부정하다가 나중에는 받아들이고 게이인 척 연기하는 장면이다.


별점과 한줄평은 다음과 같다.


-잠만보아내 : 4.5점/비밀은 비밀인 이유가 있으며, 아는 데에는 책임이 따른다.

-잠만보남편 : 4점/아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며, 불편한 진실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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