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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Oct 01. 2019

리지블루스는 3년 차를 맞이할 수 있을까

수원 매탄동에서 작은 서점 '리지블루스'를 운영한 지 1년 11개월 차가 되었다. 

다음 달까지만 더 하면, 꼬박 2년을 채운다.


1년만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서점이었다.

나라는 사람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2년을 지속한 게 대단한 일이다. 다른 서점을 둘러봐도 2년과 3년을 기점으로 많이들 사라진다. 사라진 것보다 더 많이, 더 빠른 속도로 생기고 있으니 독립서점이 붐이네 트렌드네 하면서 여기저기서 인터뷰를 요청한다. 개인이 출판사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책을 만드는 '독립출판'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유통해주는 독립서점이 뜨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책 1권쯤은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는 것 같으니, 이 시장은 앞으로도 유지되거나 커질 것 같다. 아직은 인디 갬성을 유지하면서 수익 역시 인디스럽게 나고 있지만, 뭔가 판을 바꿀 수 있는 플레이어나 정책 같은 게 나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20대에 시작했던 뭐 하나 2년 이상 해본 적이 없었다. 회사를 3개 다녔지만 첫 회사만 2년을 채웠을 뿐이다. 입사할 때 자꾸 나한테 오래 다닐 사람 같지 않다는 식으로 공격하길래 "3년은 꼭 다닐 겁니다"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그 말을 지키지 못한 게 종종 마음에 걸렸다. 딱 다니고 싶은 만큼만 다니고 떠났던 것 같다. 다른 데 돌아가는 눈과 마음을 붙잡아 1년 더 그곳에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서점을 그만두고 싶다고, 여름부터 계속 생각했다. 

일단 내가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서점에 가는 것도, 별 일이 없어도 서점에 존재하는 게 힘들었다. 서점 운영 초반에는 할 일이 없어서 서점에 있기가 힘들었다. 요즘은 할 일이 차고 넘쳐서 때로 야근이 필요하기도 한데, 어차피 일은 노트북만 있으면 되는 일이 많으니 집에 가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서점 성장에도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외부 책 판매 + 자체 책 판매 + 독서모임 운영 + 기타 수익을 합해서 적자는 내지 않고 있고, 1년 차에 비하면 나름 유의미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한 달에 쓰는 돈을 못 벌고 있다. 서점에 앉아있는 시간은 주 40시간이 안되어도, 집에서나 길에서나 일하는 시간을 합치면 주 40시간 정도는 일하는 것 같은데, 최저시급 받고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 적은 돈을 벌고 있다. 물론 나는 내가 선택한 일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좀 덜 벌어도 괜찮다. 그런 마음으로 그동안 지냈는데, 이제 슬슬 지쳐간다. 고작 2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름 2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나도 이제 내가 쓰는 돈만큼은 내가 벌고 싶은데. 부모님이 마음 편하게 내가 드리는 용돈을 받았으면 좋겠다. 

금전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 중요하게 날 지치게 하는 것은 서점을 하는 것도, 책을 만드는 것도 나한테 그다지 새로운 모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뭔가를 해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쁘고 재밌는 것이기 때문에 과정이 보상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정이 주는 보상감은 떨어지고, 나는 결과를 원하게 되었다. 아직은 서점도 책 만들기도 더 납작 엎드려서 실력을 갈고닦아야 하는 것 같긴 한데. 머리로는 아는데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렇게 몇 년을 더 하면, 뭔가 달라질까?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9월 동안 했고, 일단 잠정적으로 서점을 1년 더 해보기로 마음을 잡았다. 시즌3으로 해보고 싶은 콘셉트도 생겼고, 실험해볼 것도 꽤 많다. 나름 재밌을 것 같기도 한데, 막 에너지가 샘솟는 느낌은 아니다. 시기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해가 짧아지고 있고, 기온은 낮아지고 있다. 강제 겨울잠을 자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점을 22개월 정도 운영하니, 나름 괜찮은 데이터가 생겼다. 1년 차에는 워낙 자리를 못 잡아서 데이터가 심히 불안정했는데, 2년 차에는 꽤 흐름이 보인다. 이걸 요소별로 분석해보면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고, 서점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읽을 만한 내용이 될 것 같기도 해서 2달간 글을 써보려 한다. 우선순위에서는 떨어지는 일이라 얼마나 열심히 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은 의무감보다는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서니까 좀 낫지 않을까 싶다.


리지블루스는 3년 차를 맞이할 수 있을까.

11월 30일에 좋아하는 손님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면서, 나는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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