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 <Love, Poem>
어제 아이유의 <Love, Poem> 콘서트 투어가 광주에서 시작되었다. 어제를 첫 콘서트로 오늘 밤에 한 번 더 하고, 이후 부산-인천-서울을 찍은 뒤 아시아 투어로 연결된다. 나는 마침 이번 주에 광주에 일 때문에 내려와 있는지라 열심히 콘서트 티켓팅을 했고, 한 장을 겨우 주워서 3층에서 콘서트를 보았다. 다른 가수들 콘서트는 몇 번 가봤지만, 아이유는 콘서트는 물론 축제 등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으로 라이브를 듣는 거였고, 아이유 콘서트 경험도 처음이다. 나름 콘서트 전에 노래 스터디(?)를 했지만, 워낙 곡이 많은 가수이다 보니(멜론에서 플레이리스트 만드니 거의 200곡에 가까웠다) 어제 셋리스트에서도 처음 듣는 노래가 종종 있을 정도였다.
이 글은 막귀를 가진 아이유 라이트 팬의 콘서트 첫경험담+ 관찰기 정도로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콘서트 말미에 아이유가 스포 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어디까지가 스포이고 아닌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름 조심하겠다.
이제부터는 음슴체를 포함해 쓰는 TMI 대잔치!
1. 콘서트는 총 4부로 구성된 본공연 + 앵콜 2곡 + 앵앵콜 시간으로 구성. 6시가 콘서트 시작이었는데, 일 끝나고 가니 좀 늦어서 6시 40분쯤 들어갔더니 (나중에 확인해본 셋리스트 기준으로) 세 번째 곡을 부르기 직전. 아마 6시에 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닌 듯. 본공연은 9시쯤 끝났고, 앵앵콜까지 끝나니 10시 10~20분쯤 되었다.
2. 의상은 총 7벌 정도 본 것 같음. 1부 살구빛 여신드레스. 2부 가죽스키니바지에 미니 원피스 같은거 입고 나왔다가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오버핏 검은 티로 변경. 3부 아이보리색 스웨터+치마, 4부 우주 느낌이 나는 반짝이는 검은 원피스. 앵콜 때 4부랑 비슷한데 브로치 같은 게 달린 드레스를 입었던 거 같고. 앵앵콜 때 편한 트레이닝복 입고 나왔음.
3. 아이유 본인이 그러는데 어제 콘서트에서 말을 좀 많이 했다고. <Love, poem> 앨범 발매가 늦어진 사정이나 그 때문에 콘서트 구성이 좀 바뀐 것처럼 뭔가 정보성 이야기도 하고, 광주 콘서트장이 좋다, 앞으로도 첫콘은 광주로 할까... 같은 얘기도 하고. 콘서트 직전까지 말을 하나도 준비하지 않아서 스태프들한테 열심히 웃기나 하겠다-라고 했다는데 자기도 모르게 계속 말이 나와서 신기하다고.
4. 갠적으로 제일 좋았던 무대는 '무릎'. 아이유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고, 아이유 스스로도 노래를 소개하면서 "나중에(100년쯤 뒤에) 내가 잊혀지는 가수가 될 때쯤 내 대표곡으로 기억되었으면"과 같이 말해서 더 좋았음. 콘서트 밴드 중에 기타를 적재가 맡았는데, '무릎'은 적재 기타 반주 하나를 기반으로 부른거라 더 감동적.
5. 초반에는 라이브가 좀 불안정한 부분도 있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더 안정된 느낌이 났다. 앵앵콜 때 말하길 , 사실 지금 감기에 걸려있다고. 앵앵콜 토크할 때는 확실히 코맹맹이 소리가 나던데, 본공연 때는 노래는 물론 토크할 때도 감기 걸렸는지 전혀 모르게 했던지라 더 대단...
6. 2부에 가죽스키니 입고 나와 댄스곡들 위주로 불렀는데, 한 번은 무대 밑으로 내려와서 2층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갔다. 3분 동안 노래 부르면서 거의 500미터 정도 달린 듯. 동선 가까이 앉아있던 관객들 진짜 부러웠음 ㅠㅠ
7. 이번 콘서트 셋리스트 짜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함. 작년 콘서트 셋리스트가 워낙 좋았는데, 그렇다고 비슷하게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끄응... 하는 고민. 특히 자기가 앵앵콜을 많이 하다 보니, 진짜 '오랜만에' 들려주는 노래가 사실 별로 없어졌다고... 그래서 앵앵콜 줄이려고 한다는데 어제도 결국 40분 정도 함ㅠㅠ
8. 평소에 잘 안 부르는데 어제 불렀던 노래 중 하나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였던 '내 손을 잡아'. '느낌이 오잖아~' 부분 너무 깔끔하게 잘 불러서 소름.
9. 동료 가수들이 아이유 콘서트 놀러 오면, 관객들이 어쩜 그렇게 발라드 부를 때 숨죽여 듣냐고 부럽다고 한다고. 근데 아이유는 가끔 관객들이 노래 전주에서 '이걸 불러? 헉' 하면서 놀라는 반응을 해줬으면 하는데 그런게 없어서 아쉽다고. 이 말을 하고 난뒤 관객들이 바로 대놓고 놀라는 반응을 했고... 아이유는 웃음 터질 뻔했다고.
10. 2부 끝나고 게스트 가수가 나와서 2곡을 불렀는데, 관객들이 대거 화장실 다녀오는 게 보였음. 사실 콘서트 시간이 길다 보니 중간에 인터미션 같은 게 있나? 이 인원으로 인터미션 하면 겁나 복잡하겠다 ㄷㄷ 싶었는데 결국 가야 되는 사람만 중간에 어떻게든 가는 식이고 나머지는 참거나 버티거나... 공연 전환 시기에 영상을 틀어주는데 이때도 많이들 다녀오는 듯.
11. 내 자리는 3층 가운데 구역 가장자리였는데, 내 구역에서 1열이었다. 표 살 때는 좋다고 했는데... 막상 가니 안전용 투명판이 붙어있었다 ㅠ_ㅠ 앉은키를 조금 낮추면 판을 통해서이지만 걸리는 게 없는데, 등 펴고 앉으면 스텐바가 시야를 가려서 슬펐다. 별로 좋은 자리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공연장 자체가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었고(6800석?), 전광판 화질이 워~~~ 낙 좋고 잘 찍어줘서 콘서트 경험은 매우 좋았다. 무대 위의 실제 아이유가 면봉보다는 훨씬 컸지만... 얼굴 표정이 보이는 수준은 아니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전광판만 보고 있는게 조금 슬프기도 했다.
12. 3층에서 봤을 때 2층에 빈자리가 꽤 많이 보였다. 특히 어떤 구역은 한 줄이 통째로 비어있기도 하고... 분명 매진이었는데 뭐지?? 의아했다.
13. <너랑 나>, <좋은 날> 같은 경우 음악프로 공개방송 같은 데서 할 거 같은 팬 구호가 있었다. 1층 분들이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고... 3층 사람들은 대부분 나 같은 머글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아이유도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2, 3층을 종종 챙기는 시도를 했다.
14. 노래를 소개할 때 자기가 만든 건 자작곡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ㅎㅎ 그 외에도 어떤 사람이 만들었는지 이름과 함께 그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면서 자세히 설명해주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15. 앵앵콜에 나와서는 이건 자기도 밴드도 진짜 실력이 아니고, 그냥 습작하는 거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달라고 했다. 즉석에서 관객들한테 뭐 듣고 싶냐고 물어본 뒤 노래를 고르는데 마이너한 곡은 밴드에서 연주가 힘든 경우도 있어 무반주로 조금 들려주기도 했다. 암튼 연습 없이 부르는 거라는데 개잘함 ㄷㄷ 역시 11년 차 프로 뮤지션.
16. 앵앵콜에는 아이유가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해서 다들 사진 찍고 동영상 찍고 했는데, 막상 돌아다니는 현장 스태프는 계속 찍지 말라고 주의 줘서 관객둥절. 이외에도 엠디 판매 관련해서도 잡음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아이유가 말미에 나와서 사정을 설명하면서 사과하고, 이해를 부탁했다.
17. 만 번 정도 불렀다는 <너랑 나>를 부르고 나서, 아직도 이 노래를 부르면 뭔가 생각을 하게 되는 곡이어서 신기하다고 했다.
18. 아이유 콘서트 티켓팅은 처음에 땡 하고 들어가서 사려고 하면, 그냥 들여만 보내줘-의 마음으로 사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일단 접속하기도 어렵지만, 들어가더라도 남은 좌석을 눌러보면 다른 사람이 구매진행 중이라고 하고... 정말 클릭질을 열심히 연습할게 아니라면, 차라리 장기전으로 가는 게 좋다. 코어 팬들은 끊임없이 노력해서 결국 1층 앞쪽 표를 잡을 때까지 노력한다. 그들이 무통장입금으로 잡아놨던 (그들 기준) 안 좋은 자리 표가, 입금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취소되고 이 표는 다음날 자정을 지나 풀린다. 그 시간대에 들어가면 취소표가 꽤 풀려있기 때문에 다시 도전해볼 수 있다. 틈날 때마다 들어가서 중간 취소표를 공략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해야 하는 거라 쉽지 않은 듯. 이런 취소표는 첫 티켓팅 직후나 무료 예매 취소 기간 직후 등을 공략하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자리 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콘서트 자체의 입장은 결국 어느 정도는 의지의 문제인 것 같다.(광주콘의 경우고, 서울콘은 훨씬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
이상입니둥.
혹시 팬분들이 보기에 스포처럼 보이는게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아이유 머글팬의 첫 아이유콘 경험담 마침.
아이유 화이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