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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Dec 24. 2019

[글담] 첫 번째 글담

첫 번째 글담 개요

- 진행일 : 2019년 12월 21일 토요일 2시

- 글담 파트너 : 40대로 추정되는 워킹맘 레이크 님

- 글감 : 1) 독서의 즐거움 2) 책 리뷰 (둘 다 레이크 님이 선정)


나의 글


1) 독서의 즐거움


  서점을 하는 사람이라면 쓸 얘기가 참 많아야 할 주제일 것 같은데, 딱히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없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세상에 책 안 읽는 사람이 참 많으니 이쪽저쪽 따졌을 때 나는 분명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서점에 앉아 있으면 다양한 독서가들을 만날 수 있고, 그중에는 나보다 훨씬 진지하고 열심히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비교하는 마음은 참 쓸데없기도 하다. 쉽게 버려지지는 않지만, 버리려고 노력하고 싶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극을 받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이 또렷하게 써놓은 생각과 마음을 읽다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나 역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머리가 복잡할 때도 책을 찾게 된다.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을 테니까 그런 책을 찾아 읽어본다. 제목 낚시가 많아 그 시점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을 찾는 게 쉽지는 않지만, 시점이 맞지는 않아도 감응할 수 있는 책은 분명 만난다. 자극을 받고 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만, 대화는 쌍방향이기 때문에 나는 조금 긴장을 해야 한다. 책이 일방향적 매체라는 게 때로는 아쉽지만, 이건 책이 가진 큰 장점이기도 하다. 결국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건 독자이고, 나는 저자에게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있다. 책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도 내 자유다. 못내 궁금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검색해보고 말지만, 검색하고 나면 어떤 방향으로든 내가 혼자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은 희석된다. 다듬어진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매 에피소드마다 댓글이 수백 개에서 수천 개씩 달리는 웹툰을 보면, 때로 내 생각이 주요 댓글의 영향을 받아 여론에 휩쓸리는 것을 느낀다. 과거 만화잡지에 연재하다가 중단되었던 만화가 웹툰으로 연재를 재개했는데, 매회마다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비난의 댓글이 달렸다. 만화로만 볼 때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처음에는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회를 거듭할수록 심해지자 좀 불편해졌다.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만 작가는 연재를 중단했고, 나는 좀 안타까웠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창작자에게 힘이 될 때도 있겠지만, 좌절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 것은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외롭다. (...)


> 자평 :  이 글감을 시작하기 전에 레이크 님이 책을 혼자 읽고 나서 그 느낌을 누군가와 나눌 수 없어 외로웠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난 오히려 그런 점이 독서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웹툰 얘기로 넘어가서 글이 산으로 간 느낌. 글 속에서 예시로 들었던 만화의 정체는 한승원 작가의 <프린세스>.


2) 책 리뷰


  독립출판물 <비행기 모드>를 최근 코타키나발루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약 5시간이 소요되는 저녁 비행기였는데, 저가항공이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내식이 없었고, 의자에 달린 스크린도 없었다. 철저히 준비를 했다면 영상을 다운로드했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원하는 건 푹 자는 거였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나는 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챙긴 <비행기 모드>를 읽게 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작가의 여행기이다. 독일의 베를린을 비롯해 몇몇 도시를 남편과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인데 사실 여행 중의 이야기는 많지 않고 책의 1/3을 차지하는 내용은 잠이 오지 않는 독일행 비행기 안에서의 내용이다. 어쩌다 보니 남편과 옆에 앉지 못한 채 창가 쪽에 앉은 작가 옆에는 두 명의 모르는 남자가 앉았고 작가는 약 10시간 동안 동안 비행기 안에서 관찰하는 사건들과 떠오른 생각을 쓴다. 옆사람들에게 비호감을 품었다가 그들의 선의를 접하고 그들에 대한 평가를 슬그머니 바꾸는 내용이나, 듣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들의 직업이나 성격을 유추하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작가의 행선지가 독일이었던 점도 끝까지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유였다. 두 달 전 나도 베를린에 갔었고, 책에 나오는 서점 두 곳을 갔었는데 몰랐던 정보가 나와 신기하기도 했고, 같은 장소에서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느낌을 받았던 게 흥미로웠다. 한 장소에 대한 여행 콘텐츠는 다녀온 뒤에 보면 ‘아 나도 저기 가볼걸’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비슷한 장소에 대해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을 마주치는 게 즐겁기도 하다. 

  강민선 작가는 전직 도서관 사서였고, 여전히 도서관을 참 좋아해서 그런지 여행 중에도 몇 곳의 도서관을 방문했다.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읽어나가던 소설 역시 전설 속의 한 책에 대한 것이었다. (...)


> 자평 : 책을 읽고 소개해서 파는 게 직업이라, 본격적으로 서평 쓰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책을 만들게 되면서 누군가의 책을 함부로 평가하는 게 어려워지기도 했고. 서평을 쓸 만큼 나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레이크 님이 서평을 쓰자고 했을 때 일단 떠오른 책은 가장 최근에 읽은 <비행기 모드>여서 시작했다. 나중에 읽으면서 파란색 문장처럼 '그들(의)'가 네 번이나 나온 문장을 접하고 나의 문장력에 좌절했다. 하지만 다시 봐도 어떻게 고쳐야 명확한 의미를 잃지 않으면서 '그들'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초록색 문장 역시 비슷하게 불필요한 지시어가 많아 수정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문장 안에서 풀려고 하니 어려웠다. 


레이크 님의 소감

-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15분 동안 한 편을 쓸 수 있어 신기했다. 오늘 쓴 두 편을 가지고 당장 블로그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실제로 예전에 만들어뒀으나 방치했던 블로그를 찾아내 이날 쓴 글을 올리셨다) 

- 글을 쓰고 싶지만 계기가 딱히 없는 사람이 해보면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글을 쓰고 나서 낭독하는 게 좋았는데, 서로의 글을 바꿔서 낭독해도 좋을 것 같다.(정말 재밌는 아이디어!) 

- 15분 내에 글을 쓰려면 즉흥성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글을 쓸 때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힘들 수도 있겠다. 


나의 소감

- 15분은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다. 완성도 있는 글을 쓰기에는 부족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글감에 싹을 틔워줄 정도는 된다. 

- 이날 썼던 글을 제대로 수정해서 올리려고 하다 보니, 부담만 되고 하기 싫어졌다. 글담에서 썼던 글은 최소한의 수정만 해서 빠르게 올려야 쌓이지 않고 올릴 수 있을 듯하다. 

- 레이크 님은 리지블루스가 심리상담서점이던 시절 독서모임에 여러 번 참여하셨는데, 거의 1년이 넘어 정말 오랜만에 서점에 재방문해주셨다. "버텨주어서 고맙다"라고 하셨는데, 내가 정말 버텼던 건지 그냥 연명했던 건지 알 수 없지만, 고마운 말이었다.



-> 리지와 글담 신청하기 

(며칠 전 글담을 신청하신 '박*경' 님께 알립니다. 전화번호를 잘못 기재하셔서 [총 11자를 적으셔야 하는데 10자만 적혀있어요ㅠ] 제가 연락을 드릴 수가 없네요. 확인하시면 한 번 더 신청 부탁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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