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와김루트, <오빠야>
1.
우연히 특이한 노래를 들었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도 나를 좋아하고... 어쩌구 하는 노래가 빠르게 반복되는 노래였다.
발랄한 여자의 목소리와 약간은 성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반복되길래 처음에는 악동뮤지션인 줄 알았다.
마침 신곡도 나왔으니까.
아니었다.
노래의 주인공은 인디밴드 신현희와 김루트.
한 아프리카BJ 때문에 2015년 발매한 노래가 차트 역주행을 해서 흥하게 된 것이다.
오늘 보니 요즘 핫하다는 드라마 <김과장>의 OST에도 참여를 한 거보니 제대로 뜬 것 같다.
2.
뭐 아직 팬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오빠야'는 정말 중독성이 있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를 좋아하고
너도 나를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고
우린 서로 좋아하는데도
그 누구도 말을 안 해요
노래의 대표적인 후렴구로 반복되는 이 구절을 반복적으로 따라하다 어느새 완벽히 따라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희열이란!
전반적으로 이 노래는 발랄한 멜로디 때문에 웃긴 정서가 깔려있지만,
듣다 보면 가사는 꽤나 슬프다.
서로 좋아하는데 그 누구도 말을 안하니까.
3.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그 누구도 말을 안하는 이유는 무섭고 두려워서이다.
말을 하면 멀어질까 너무 두려워
너를 잃기가 나는 너무 무서워
흔히들 남녀 사이에 친구 관계는 없다고 하지만, 영원한 친구 관계가 없을 뿐, 한시적인 친구는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정말 아무런 이성적인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시기가 존재한다.
그게 영원하리라고 보장할 수 없을 뿐.
처음에는 친밀함으로 시작했는데, 그 마음이 이성적인 애정으로 발전하는 건 이제는 드라마나 소설에서 너무 많이 소재로 쓰여 진부할 정도다.
하지만 원래 친밀한 사이였던 사람에게 고백하는 것은 애초에 잠재적 연애대상이 아니었던 사람한테 고백하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크다.
고백에 실패할 경우, 마음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까지 잃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에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말만 듣고 섣불리 고백했다가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잃고 나서야 생각보다 소중한 친구였다는 걸 알 수도 있으니.
4.
노래를 듣다보면 궁금해진다.
그런데, "너"가 나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니?
정말... 확실해?
5.
사랑하자는 건 헤어지자는 거지. 안 그래?
너와 내가 사랑만 안 하면 평생을 볼 수 있는데
뭣 때문에 사랑을 해서 일이 년밖에 안 봐야 돼?
나는 그게 납득이 안 가.
나는 그래서 너의 프로포즈가 이해가 안 가.
- 이석원, <보통의 존재> 중에서
실로 그러하다.
현재의 일부일처제 하에서는, 평생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뿐이다.
이 사람은 평생 볼 수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일이 년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일까?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무섭고, 두렵다.
좋아하는 마음을 말하는 것은.
그래서 그 누구도 말하지 않나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