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서점을 접고 두 달이 지났다.
5월은 참 더디게 갔고, 6월은 속도감 있게 지나갔다.
5월에는 이것저것을 시도했고
6월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서점을 닫고, 당분간 쉬어야겠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마음은 조급했다.
서점을 닫고도 할만한 일을 열심히 계획하고, 대부분은 실행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게으름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쯤, '3년쯤은 쉬어보라'라고 말하는 분을 만났다.
별다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학교나 고등학교도 3년은 다니는데 인생 살면서 3년은 쉬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분이 말했기 때문에 설득이 되었다.
쉬고 싶다고 누구나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경제적 환경이나 사회적 시선 등 외부적 요소 때문에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한다.
나의 경우는 참 감사하고 운이 좋게도, 쉬지 못하는 이유는 온전히 내면의 채찍 때문이었다.
그리고 5월의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나에게 '돈만 안 벌지 뭔가를 열심히 하는 쉼'이 아니라 '진짜 무쓸모하게 빈둥대는 쉼'을 허락했다. 노력해서 해야 하는 일은 가능한 하지 않았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참 즐거운 5월이었다.
6월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삶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나는 가능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외로움이 쿵, 아나톨이 냄비 맞듯 나를 찾아왔고 하루하루는 지루해졌다.
집에는 500권 정도 책이 있고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를 동시에 구독하고 있지만, 심심했다.
5월이 운이 좋은 거였다.
다시 혼자 놀기에 무능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외향성.
뭐라도 해야겠구나... 생각했을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건 글쓰기였다.
작년 가을부터 끊임없이 나에게 실패를 주었던, 외향적인 나와는 참 어울리지 않는 글쓰기.
나중에 책이 될 수 있게 기획을 해보려고 했지만, 그러는 순간 글의 독자,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등 온갖 의구심이 고개를 들면서 시작도 안 해보고 고꾸라졌다.
결국 생각해낸 건, 서점을 열기 전 진행했던 <백일의 백수>의 2탄 격인 <백 편의 백수>.
<백일의 백수>가 100일 동안 100편을 쓰는, 쓰다 보면 슬럼프가 오고 글쓰기에서 도망치게 만드는 강행군이었다면, <백 편의 백수>는 상대적으로 널널한 시간 동안 어떻게든 100편의 글을 쓰는 걸 목표로 한다. 하루에 두 편 써도 되고, 열 편 써도 된다.(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100편을 쓰는 기간은 올해 말~내년 1월 정도까지로 생각하고 있다.
꽤 긴 기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따져보면 평균적으로 이틀에 한 편은 써야 된다.
매일 한 편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이틀에 한 편도 꽤 빡세 보이는데...
모르겠다. 정 안되면 그 이후에도 또 쓰지 뭐.
와 역시 브런치에 엔터 팡팡 치면서 글 쓰는 건 너무 재밌다.
이런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잡문 쓰기!!! 그리웠다.
또 시작이다.
'다시'가 아니라 '또'를 선택한 이유는 살면서 시작만 너무 많이 해서 이젠 좀 지겹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시 시작은 설렌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