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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Sep 28. 2022

서점을 닫은지 2년 5개월

서점을 했던 시간만큼 시간이 흘렀다

1.

2년 5개월 동안 운영했던 작은 책방을 닫은지 약 2년 5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태어난 아들은 어느덧 19개월차의 생을 살아가고 있다.

저녁 7시에 자고 밤에 두세번씩 깨서 분유를 먹어야 했던 녀석은, 밤 10시에 가까운 깜깜한 밤에도 타요 붕붕카를 타고 집안을 휘저으며 잘 생각을 안한다. 

아들래미는 무럭무럭 성장중인데, 나의 일은 서점을 닫은 2년 5개월 전에 여전히 멈춰있는 느낌이다.


서점을 닫고 바로 임신을 했는데, 시기는 코로나가 막 유행을 하고 있었고, 임신은 그 자체로 생각보다 힘든 경험이었다. 아이를 낳고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까지는 내 시간이라는게 없었다. 아기는 하루에 3~4번씩 낮잠을 잤지만, 때로는 낮잠을 재우는데 1시간이 걸렸고, 30분만에 깨버리기도 했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이제 좀 뭔가 해보려나 싶었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자주 아팠고, 하원 후 6시간의 육아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오전에 뭔일을 제대로 하고나면 오후에는 녹초가 되어서 육아가 너무 힘들었다. 뭔가 좀 차근차근 해볼라치면 아이가 한번씩 아파서 나의 일상은 다시 육아로 점철되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훌륭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분들도 세상에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상냥하게 다독이면서 여전히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

서점을 닫고 나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생기고, 내가 서점을 했던 얘기를 하면 대부분 제일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왜 그만두셨어요?"와 "다시 할 생각 없어요?"이다. 서점을 했던 나는, 서점을 닫는다는 사장님을 만난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어떻게 지금까지 하셨어요?"


내가 서점을 닫은 이유가 서점의 열악한 수익성과 무관하지는 않다. 나는 서점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얻는게 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척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 경제적 보상이 내 생계와는 큰 상관이 없더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서점을 닫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서점이라는 틀 안에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못했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서점 컨셉으로 서점을 열고, 인터뷰 서점으로 컨셉을 바꾸고, 1권의 에세이와 2권의 인터뷰집을 만들고 나서 고민했다. 다음 컨셉은 무엇일까. 다음에는 뭘 해야 하지. 


인터뷰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좋았지만, 서점이라는 틀은 점점 갑갑하게 느껴졌다. 화장실이 열악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도, 2년이 지나도 일평균 1명의 방문객을 위해 일정 시간을 서점 안에 있어야 하는 것도. 그래서 일단 서점은 닫기로 결정했던 거고, 다시 서점을 열 생각은 아직 없다. 물론 물리적 공간이 서점이라는 형태로 실재하는 것이 주는 장점도 꽤 컸다. 별거 아니긴 해도 나를 설명하기 좋은 소속이 되어주었고, 독립서점 트렌드를 통해 여기저기 소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할 수가 없다. 내가 서점에서 죽치고 시간을 보내면 아들래미는 누가 보나.


3.

오늘 흥미로운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건 뭐든 저지르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을 저질러본다.

내가 만들어야 할 다음 틀에 대해 고민중이다.

일단 전업주부는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회사나 학교일까. 아니면 다시 나의 작은 브랜드일까. 

모르것다.




/22.9.28 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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