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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Jul 28. 2017

D-93. 감정의 성장

김녹두, <감정의 성장>

0.

지난번에 이어서 김녹두의 <감정의 성장>에서 골라낸 문장을 정리해본다.


1.

감정을 성숙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 안에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지 않고 그 감정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 127페이지


내 안에 어떤 감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인식하는 게 쉽지 않다.

내 우울증은 회사를 가기 싫다는 행동으로 발현되는데, 그때 내 안에 생기는 감정은 '회사가 싫다' '일이 두렵다' 이 두 가지이다.

꽤 괜찮은 회사를 다녔다는 점에서 왜 회사가 싫었는지 잘 모르겠다.

꽤 일을 잘했다는 점에서 왜 일이 두려운지는 잘 모르겠다. 누가 못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지레 내가 일을 못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걸까...

아무튼 그 감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게 감정의 올바른 인식을 해칠 수 있다.

일단 받아들일 것.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볼 것.

어떻게 할지는 그 후에 결정할 것.


2.

"성장이 그렇게 힘든 일이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낫겠어." 이렇게 생각하고 뒤돌아서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심을 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분명히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처음부터 너무 멀리 있는 종착점을 바라본다면 더 어렵고 까마득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치지 않고 먼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은 한 걸음, 한 걸음, 지금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 143페이지


직장생활 기간 중 가장 오랫동안 일했던 팀장님은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 충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분이었다. 그 분이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아는데도, 쓴 약은 삼키기 힘들었다.

그리고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그냥 이대로의 나에 머물겠다고. 성장 따위 필요치 않다고.


내가 그렇게 힘들어했던 건 처음부터 저 먼 곳에 있는 종착점을 바라봐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종종 나는 팀장님과 나를 비교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하곤 했다.

나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쌓아온 경력과 경험을 무시하고 현재의 나와 현재의 팀장님을 비교해서 스스로를 자책했다.


성장은 분명 힘든 일이다.

하지만 무작정 종착점만 바라보지 않고 지금 내딛을 수 있는 만큼의 한 걸음에만 집중한다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3.

화는 무조건 바깥으로 배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고 욕을 해서라도 그 감정을 털어내야 화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죠. 정신과의사 초기에느느 나도 화가 나면 화를 내는 것이 건강한 것이라고 착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래야 할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내 안의 화를 옮기는 것에 불과한 건 아닌지 먼저 살피는 일입니다. 화가 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방식으로 표현할 길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내가 화를 표현하는 방식까지 정당화해주지는 않습니다.
- 154페이지


이 문장을 읽고 바로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그 사람이 분노조절장애를 가졌다고 스스로 진단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똑같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도, "그 순간에만 그렇지 뒤끝은 없어"라고 변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뒤끝이 없을 수밖에 없지. 그 순간에 낼 수 있는 화를 다 끌어모아 내니까.


커가면서 그 사람의 화 뒤에 있었던 이유도 보게 되긴 했다.

하지만 역시, 이유가 그 표현 방식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4.

우리는 아이들에게 "네 인생은 네 것이므로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라고만 가르칠 게 아니라 "네 인생은 네 것이므로 네가 책임지고 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살다 보면 힘에 부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단다. 그럴 때는 반드시 도움을 청하렴"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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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있음을 인정하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주체적인 삶의 표현이고 건강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의존적이지 않지만 배타적인 독립성을 고집하지도 않는, 상호 의존적인 태도가 성숙한 사람의 삶의 방식입니다.
- 171페이지


난 어릴 때부터 누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환경의 영향이기 보다는 타고난 기질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내가 다닐 피아노학원에 혼자 상담을 가고, 병원에도 씩씩하게 혼자 가는 나를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의존적이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니 배타적인 독립성이지 않았나 싶다.

너의 도움은 필요 없으니 나의 도움도 바라지 말라-는 태도였다.


하지만 살아가는 건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여전히 기브앤테이크 정신을 가지고 살긴 하지만, 이제는 도움을 주는 것이 반갑다.(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다)

혼자서 살아가는 건 너무 외롭고, 또 거의 불가능하다.


5.

친해지는 것과 친밀한 것과는 분명 다릅니다. 많은 사람과 금세 친해지는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금세 친해지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서히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한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생기는 기쁨과 열정, 고통과 분노, 미움과 용서, 헌신과 책임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짊어지는 것입니다. 나무가 사계절을 반복하는 동안 나이테를 만들어가며 성장하듯이 관계 안에서 사랑, 미움, 화해, 용서, 이해 등이 시간과 함께 켜켜이 쌓이면서 관계는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 205페이지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사람과 관계를 시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는 약하고, 꽤 선별적이다.

친밀한 관계 하나를 만드는 것은 아는 관계 백 개를 만드는 것보다 위험 부담이 크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친밀한 관계만이 줄 수 있는 충만함이 있다.

모두와 친밀하게 지낼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을 굳이 두려워하고 싶지는 않다.


*이 글 속의 모든 인용구는 <감정의 성장>(김녹두, 위고)에서 인용되었습니다.


<끝>




글/ 김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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