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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Jul 27. 2017

D-94. 못노는 사람?

나야 나

1.

백수생활 6일째.

주말은 모두 쉬는 날이니 빼면 고작 4일째다.

나는

정말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다.


2.

일단 나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한다.

월요일부터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5km씩 조깅을 한다. 물론 걷는 비율이 높지만, 쨍쨍한 오전에 뛰다 걷다 보면 꽤 힘들다.


그리고 어제부터는 수영을 시작했다.

월수금은 강습을 받고, 화목은 자유수영을 간다.

오늘은 자유수영날이었는데, 25m 레인을 20바퀴 돌았다.

오후 2시에 하고 왔는데, 8시가 넘은 지금도 팔이 후들거린다.


3.

그리고 글을 열심히 쓴다.

1일 1브런치가 목표인데, 아직까지는 순탄하다.

그런데 벌써부터 소재 고갈이 조금씩 느껴지긴 한다.

아침부터 오늘은 뭐에 대해 쓰나... 고민한다.


4.

그리고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독서 목적), 영어로 된 책을 읽고(영어공부 목적), 심리학 강의를 듣는다.(그냥 호기심)

기타 연습도 한다.

결혼 준비도 한다. 오늘은 청첩장이 도착해서 250장을 접어서 봉투에 넣었다.

조카도 조금씩 본다. 거의 엄마랑 새언니가 돌보는 거고, 나는 정말 '보기만' 하지만 그래도 조카가 집에 있을 때는 뭔가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정말 귀여운 녀석이긴 하다.


5.

오늘은 우울증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

작년 11월부터 먹고 있으니 약 8개월째다.

엄마는 약을 좀 줄이라고 하고 있지만, 난 의사 선생님의 말을 존중한다.

그냥 지금 먹는 용량 그대로 먹으라고 하셔서 그렇게 받아왔다.

때로는 우울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먹는다.

안 먹다가 안좋아지면 약을 안 먹은 게 후회될 것 같다.


6.

선생님이 요즘의 근황을 물어보셨다.

회사를 그만두고, 잘 지낸다고 했다. 위에 쓴대로 내 근황을 들려드렸더니, 논다고 하더니 노는게 아닌 것 같단다.

저는 이게 노는 건데요-라고 답하긴 했지만,

돌아와서 청첩장을 접으며,

할 일 목록에서 오늘 한 일을 체크하며,

느끼는 감정은 뭔가 힘들다-이다.


노는 게 과연 뭘까?

술 마시고, 클럽 가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즐기는 게 노는 걸까?


아니면 여행인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즐기고 맛보는 게 노는 걸까?


아니면 게임인가?

컴퓨터 게임이든 폰게임이든 보드게임이든 게임의 세계에 푹 빠지는 게 노는 걸까?


잘 모르겠다.

아무도 나에게 노는게 뭔지 제대로 가르쳐준 적이 없다.


7.

지금의 근황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회사도 안 다니는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평소에 나름 하고 싶은 일이었으나, 귀찮아서 안 했던 일들을 척척 해내고 있는 내가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설렘은 없다.

내일이 막 기대되는 그런 삶이 아니란 말이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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