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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Sep 16. 2017

D-43. 타로카드로 보는 나

우연을 운명으로 만드는 의지

1.

내 기타선생님인 Y님은 기타도 잘치고, 노래도 잘 부르고, 그림도 잘 그린다.

여러모로 다재다능하신 분인데, 최근에는 8개월동안 타로카드를 배웠다고 하면서 오늘 내 타로카드 점을 봐주었다.

쓰다보니 타로카드 '점'이 되었지만, 실상으로는 타로카드 '상담'에 가까웠다.

과학도 좋아하고, 원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Y님이 어찌 보면 비과학의 끝에  있는 타로카드를 배우다니. 뭔가 아이러니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런 분이 봐주는 타로카드라서 그런지 지금까지 재미로 봤던 타로카드와는 비교도 안되는 묵직한 경험을 했다.

얼마나 묵직했냐면, 굉장히 심각하게 타로카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타로카드가 높은 확률로 '진짜' 미래나 현재를 맞출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타로카드를 하나의 영감의 원천으로 본다면, 카드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연은 아무리 연이어 일어나봤자 우연의 연속일 따름이다. 거기에 의지가 섞여 들어가야 운명이 된다.
- 장강명, <5년만에 신혼여행> 중에서


2.

처음에는 내 생년월일을 토대로, 나의 타로카드를 찾고, 이에 대한 해석을 들었다.

왼쪽 두 장의 카드가 핵심카드이다. 추진력을 의미하는 전차 카드와 지배를 의미하는 황제 카드가 내 핵심카드이다.

윗줄의 나머지 카드는 타워와 여황제이다.

타워는 엄청난 변혁을, 여황제는 사랑과 보살핌을 뜻한다.

아랫줄의 빈자리에는 다시 타워가 위치해야 하고, 오른쪽에 있는 카드는 태양이다. 태양답게 빛나고, 밝은 것을 의미한다.


6개의 카드를 조합해서 나라는 사람을 묘사해보면,

추진력과 리더십, 사람들에게 밝음을 전파하는 면을 가졌지만, 반골 기질이 있어 뭔가 뒤엎는 변화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성향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잘못 발현되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엄마가 될 수도 있다.

좋은 리더로 주위 사람들을 이끌어갈 수도 있지만, 넘치는 에너지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와중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지치게 할 수도 있다.

전차, 황제, 타워, 태양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가지는데 여황제가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진다.

이 성향을 소중히 해서 다른 카드가 너무 강할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의 균형을 맞추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3.

올해와 내년, 내후년의 주요한 부분을 의미하는 카드도 보여주셨다.

올해의 카드는 제일 왼쪽의 전차 카드. 올해는 뭔가를 추진하는 해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지 않은 해가 있었냐마는, 올해는 그래도 인생일대의 행사라는 결혼을 추진하고 있고, 퇴사도 추진했고, 백일간 글쓰기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의 카드는 힘겨루기 카드다.

한 여인이 사자와 힘을 겨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와 싸울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내면적으로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일로 힘을 겨루든 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원칙을 지키면서 쉽게 지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내후년의 카드는 은둔자 카드다.

조용히 내면을 돌아보는 한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후년이면 딱 서른인데, 은둔형 성찰자가 되려나보다.


4.

그 다음에는 질문을 가지고, 원형의 '마더피스'(그 전까지의 직사각형 카드는 유니버셜) 타로카드를 이용해 점을 보았다.

먼저 나의 가까운 과거, 현재, 미래를 보았다.

맨 왼쪽의 카드는 흙을 뜻하는 디스크 카드이며, 그림을 보면 명확한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는 궁수의 모습이 있다.

내가 최근에 추진했던 일들 - 결혼, 퇴사 - 에 대하여,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생각해서 방향성을 가지고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쉬운 마음으로 결정한 일들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봤을 때는 갑작스레 결정한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가운데 카드 역시 흙을 뜻하는 디스크 카드이며, 현재 내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치료받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흙의 경우 무겁고, 단단한 성질을 지닌다)


오른쪽 카드는 컵 카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바다와 강이 교차하는 곳에서 내가 균형을 잡으면서 걸어가는 거라고 해석해주셨던 것 같은데, 조금 난해한 카드였다.


5.

그 다음 질문은 내가 서점을 할 경우와 안할 경우 각각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거기서 핵심이 되는 카드를 골랐다.

서점을 하게 될 경우, 초반에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을 많이 받지만(스타 카드), 중반에는 혼란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춤을 추게 되며(템퍼런스 카드), 후반에는 묵묵히 버티기 위해 일을 하게 된다고(디스크 카드, 밀가루 반죽을 하는 여자) 한다.

듣고 나니 실제로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초반에는 오픈버프로 주변 사람들이 좀 찾아주겠지만, 어느 정도 하다보면 '내가 왜 하는 거지?', '제대로 하는게 맞나?' 같은 의문과 혼란 속에서 춤을 출 것 같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면 밀가루 반죽 만드는 느낌으로 반복적인 나날들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곧 접겠지!)


서점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초반에는 아까처럼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활을 쏘지만(디스크 카드), 중반에는 과녁 없이 중구난방으로 활을 쏘게 되고(완드 카드) 후반에는 뭔가 아름다운 결합을 이룬다고 한다.(러버스 카드)

서점을 안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해보겠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거리면서 불발탄을 마구 쏘아댈 것 같다. 그 후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일단 러버스 카드가 나왔고, 나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일 것이기 때문에, 좋은 동업자를 만나는 것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핵심카드는 다시 전차 카드가 나왔다. 뭐가 됐든 추진은 하나 보다.


이 질문과 카드 리딩이 정말 흥미로웠다.

서점을 하게 될 경우나, 하지 않을 경우나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서점을 하고 나서 반복적인 반죽 만들기에 지쳐서, 다시 접고 서점을 안할경우의 길을 따라갈지도 모르겠다.


 6.

결국 선택은 오롯이 내 몫이다.

우연히 뽑은 카드가 살짝 열어놓은 문틈을 더 벌려서 활짝 열지 닫을지 결정하는 것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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