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을 챙겨 읽는 편이 아니고 독서량도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영화처럼 '2025 책 베스트'를 꼽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그래도 올해 내가 읽은 책의 만족도를 스스로 점검하는 차원에서 정리해 본다.
아이디어만 흥한 SF는 문학답지 않고, 서사만 유려한 SF는 SF 답지 않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핀스커의 이 단편집은 아이디어와 서사가 기술적으로 정확하게 맞물렸다. 읽으면서 이 책의 많은 단편이 '블랙 미러' 에피소드로 각색될만하다고 생각했다. '블랙미러'는 내가 넷플릭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다.
휴직할 때 회사 후배가 선물로 줬다. 마음의 위로, 실용적인 정보를 주는 목적의 책은 아니었지만, 책에 빠져 독서하는 시간에 절로 마음이 따스해졌다. 작가의 전작 '마션'보다 재미있다.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년에 개봉할 영화를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보고 싶다.
카렌 암스트롱의 책은 몇 권 읽었다. 지적으로 흥미롭고, 종교에 대한 입장도 나와 부합한다. 암스트롱은 비교적 쉬운 대중서도 많이 썼지만, '신의 역사'는 단연 역작이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등 유일신교는 물론 동서양의 여러 다신교까지 아우른다.
올해 중반쯤 국내외 미스터리 몇 권을 이어서 봤다. '64'는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경찰 소설은 경찰 소설이되, 홍보 담당 경찰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일본이나 한국에서나 가능한 '관료 미스터리'가 아닐까.
킹이 노벨문학상 받을 수는 없겠지?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골랐다. 이런 종류의 생물학, 생태학 서적으로 좋아한다. 생태와 기후 위기에 대해 목소리 높이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인간도 언젠가 시체가 돼 이 모든 선순환에 기여해야 한다.
파주페어 북앤컬처에서 글항아리 부스에 들렀다가 샀다. 대표가 상당히 잘 쓴 글씨로 적은 붉은 봉투 안의 손 편지, 샤오룽바오 포토카드도 받았다. 물론 책은 굿즈 이상의 퀄리티다. 이 책을 읽고 중국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재료와 요리법을 상상해 보려 노력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다.
70대 후반의 영국 백인 남성이 쓴 글에 이렇게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정작 동세대 한국 국 작가의 글에 그런 적은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