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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묭윤김 Jun 11. 2023

도서관 냄새를 보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답답해서 도서관에서 글을 쓰기로 했다.

한 여름에 왜 굳이 모르겠지만 땀을 흠뻑 흘리며 도서관을 향했다.

아직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우선 걷고 싶었던 것 같다.

도서관까지 온 수고 덕분인지 꽤나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건 도서관이란 공간에서 결코 존재하면 안 되는 기괴한 냄새였다.

순식간에 먼저 나의 몸냄새를 의심했다.


사실 최근 1년 사이에 살이 급격하게 찌면서 나 스스로의 가장 큰 변화는 내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콤플렉스가 있는 이후부터 냄새 자체의 나도 모르게 민감해졌다.

냄새의 행방을 찾아 난 조용히 그리고 열렬히 킁킁 되었다.


'나는 아닌데… 나는 아닌데… 정말 아닌데…'


다행히도 정말 나는 아니었다.

앞을 쳐다보니 키 150에 몸무게는 70킬로를 육박할 것 같은

그리고 머리는 약간의 탈모가 있는지 헝클어져있고

옷차림은 허름하고 기괴한

아줌마에서 할머니로 진화 중인 한 생명체가 조용히 마트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나는 곧장 자리를 피해 옆자리에서 그녀를 지켜봤다

저 불쾌한 생명체가 도서관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난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된다.


'이 죽일 놈의 동네를 떠나든지 해야지, 저런 싸구려 인간과 같은 동네에 사는 내가 병신이고 싸구려지'


냄새로 인한 화는 순식간에 나를 뒤집었고 저 생명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

집중해서 쓰고 있는 글이 무너졌기에 더욱더 화를 낸 걸까. 아님 나 말고 아무렇지 않게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일까. 그럴 거면 집에서 글을 쓰지, 왜 이렇게 오픈된 곳에서 글을 써?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의 발걸음으로 도서관에 온 게 잘 못된 걸까.


냄새 한 번의 나는 이 화, 분노를 넘어서 불필요하게나와 타인의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고 하늘 구경을 하고 왔다.

하늘은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로 변해가고 있었다.

카페라테를 한잔을 하며 멍을 때렸다.

그러자 뜨거운 물이 더욱 냉장실에서 빠르게 얼듯 내 감정도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로 했다.


'오케이 별거 아니야 거의 다 왔어. 마감에 맞출 수 있어'


도서관에 돌아와 글을 쓰다 힐끔 앞을 바라보았다.

아직 내 눈앞의 생명체는 그대로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스마트폰 지갑은 너무나도 낡았고 누런 영수증으로 가득 찼다.

자세히 보니 할머니보다는 아주머니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무슨 사정이 있겠지... 무슨 사정이 있겠지...'

동정심은 나를 뒤덮었고 그녀의 세상만사를 모두 '이해' 하고 '용서'를 시작했다.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에게도 도덕절 우월감을 느껴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비닐봉지 부스럭 소리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뚫고 들어온다.

그녀가 무언가 부스락 부스락 뭔가 비닐봉지에서 뭔가 꺼낸다.


'뭐지... 또 또 먹는 걸까?'


그녀는 이번에 세면도구와 양치 세트를 꺼냈다.

그리고 도서관 공중 화장실로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저 사람은 도대체 뭐지... 저 사람에게 도서관은 도대체 뭐지... 왜 저러는 거지...'


알 수 없는 불쾌감에 나는 서둘러 도서관을 떠났다.

그녀는 목이 다 늘어난 핑크색 옷을 입었고 도서관에서 냄새를 풍기며 식사를 했고 양치와 세수를 했다.

그리고 모두 그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무렇지 않은가?

불쾌한 사람들로 가득 찬 도서관이었다.


애당초 오지 않는 게 좋았다.

그녀는 정말 나와 같은 사람이었을까.

나는 그녀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냄새와 행색만으로 나는 그녀를 죽이고 또 살린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같은 사람일까?

나 역시도 그녀를 하나의 생명으로 볼까.

냄새로 인한 이 강렬한 경험을 난 글을 통해 그녀에 대해서 이렇게 남긴다.

옳은 걸까. 옳지 않을 걸까.

오랜만에 내 안에서 무례하고 함부로 타인을 짓밟고 싶은 마음과 마주한다.

그녀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잊겠지만 내가 이토록 이 일에 대해서 오랫동안 괴로워할 이유는

사실 나의 진짜 '냄새'를 만나서 서늘하고 불쾌했기 때문 아닐까.

냄새를 통해 멋대로 짓밟고 차별을 하는 내 모습 말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네는 온통 비 냄새로 가득 찼고 나는 우산 없이 오랜만에 길을 걷는다.

냄새가 뭐길래. 나를 이토록 지배하는 걸까.

한동안 도서관은 못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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