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적어보자면
저는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6년차 AE*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면 광고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찬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일찌감치 "나는 광고회사는 안 갈래. 그리고 AE는 진짜로 못할 것 같아."라고 말하고 다녔으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광고회사에만 합격을 해서 어쩔 수 없이 AE로 일을 하게 된 케이스거든요. 그런데 매일같이 쏟아지는 일을 쳐내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건사고를 수습하고, 선배들이 하던 일을 조금씩 조금씩 받아서 하고, 그러다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해서 새로운 회사의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환경과 분위기에 적응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6년이 지나버린 거죠.
* AE(Account Executive, 광고기획자) : 클라이언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고, 캠페인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컨셉을 정리하고, 제작팀과 의견을 조율하며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매체팀이나 미디어렙사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광고가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게 하고, 프로젝트를 마감하면서 청구와 지급이 누락되지 않고 잘 진행될 수 있게 하는 일을 합니다. 더 짧게 요악하자면 "aㅏ... eㅣ것도 저것도 전부 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이네요." 라고 할 수 있습니다.
aㅏ... eㅣ것저것 다 하다 보니 어느 새 6년.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그렇게나 많이 흘렀다는 것을 처음 자각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걱정스러움'이었습니다. 사원일 때나 지금이나, 작년이나 지금이나, 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벌써 6년차라뇨. 나만의 색깔과 무기를 갖추지도 못한 채 어영부영 연차만 쌓여 버린, 어정쩡한 사람이 된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어느 날 불현듯 시작된 고민은 '나'는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뭘 더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소속해 있는 조직에 어떤 기여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직장, 직업, 직무명이 아니라 다른 말로 나를 설명할 수는 없을까?' 라는 고민들 속에 파묻히게 된 거죠.
직업을 갖고 6년만에 처음 해본 고민들이었으나, 이내 그 고민이 낯설지않게 느껴졌습니다.
Client : 김뮤
- Brand/Product : 직장인 김뮤 / 광고 업계에서 AE 포지션으로 기획 업무를 담당
- Objective : 브랜드 정체성 확립을 통한 가치 제고 및 존재감 확대
고민의 대상을 '직장인 김뮤'라는 제품 브랜드로 놓고 생각해 보니, 제가 회사에서 기획자로서 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이 브랜드가 줄 수 있는 핵심 가치를 찾고,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고,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 말이죠.
잠깐. 평범한 직장인인 김뮤를 브랜드로 볼 수 있냐고요? 저는 우리들 개개인 모두가 이미 그 자체로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브랜드 네임(본인의 이름, 닉네임, 혹은 소속된 그룹에서 불리는 별명)이 있고, 브랜드 심볼(외모의 특징적인 부분, 주로 옷을 입는 스타일 등 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비주얼적 요소)이 있고, 브랜드 철학(가치관,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이 있으며, 브랜드 스토리(살아온 이력과 경험)도 있으니까요. 주력 제품 또는 주력 서비스(직업, 스킬, 강점, 장점, 취미, 특기)도 있고요. 종종, 주위에 있는 친구나 회사 동료들에게 "너는 참 ○○한 사람인 것 같아." 라는 공통된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스스로 자각을 하지는 못했지만, 브랜딩*까지도 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 브랜딩(Branding) : 브랜드에 특정한 이미지와 느낌, 정체성을 불어넣는 과정을 말합니다.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들은 하나의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보다 더 쉽게 기억될 수 있고,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6년차 AE이자 기획자의 관점에서, 직장인인 제 자신을 더 나은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셀프 브랜딩하는 작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직장인 김뮤'가 직장에서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포지셔닝* 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나 어떻게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고 포지셔닝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직장인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제 자신을 브랜딩하고 포지셔닝 하는 과정과 포트폴리오 제작 작업을 했던 과정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 포지셔닝(Positioning) : 브랜드가 타겟 소비자의 인식상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하는 전략입니다. 쉽게 말하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많은 브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브랜드의 가치를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