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글쓰기의 시작에 앞서, 처음으로 적는 나의 다짐
몇 달 전, 학교에서 김영하 작가의 강연을 보았다. 비록 김영하 작가의 책은 <여행의 이유> 단 한 권만 읽었을 뿐이고, TV예능 <알쓸신잡>에서 본모습이 내가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의 전부였지만, 어째서인지 강연을 너무 보고 싶어서 수업이 없는 날인데도 1시간 거리를 달려 학교로 갔다.
보통 강연을 하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어떻고 전망이 어떤지 목차대로 설명을 한다. 하지만 작가님의 강연은 많이 달랐다. 생각지도 못한 주제로 시작을 해서 또 다른 주제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피피티도 없었고 대본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구난방 하지도 않았고, 전부 일리가 있었고, 단 한 번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아주 재밌는 라디오방송을 듣는 기분이었다.
왜 그의 강연은 재미있었을까? 그리고 과학부터 사회까지, 왜 이렇게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그의 직업적 특성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작가님은 가상의 인물을 진짜처럼 만들기 위해 전혀 모르던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직접 외국으로 떠나 그곳에 머물러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꽤나 넓은 지식을 얻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설득할지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이는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능력이다. 나는 나의 미래를 위해 지금보다 유식해지고 싶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텔링 능력을 터득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글을, 그것도 이번엔 제대로 써보기로 했다.
나는 부산의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원래 전공은 산업디자인이었다. 원래 꼭 시각디자인을 가고 싶었지만 지원한 3곳의 학교 중 붙은 곳이 이 학과뿐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디자인인데, 할만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년 반의 공부 끝에 올해 3학년 1학기, 뒤늦게 전과를 결심했다. 학과가 안 맞는 것은 나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기도 했고, 대학 졸업 후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자유롭게 하는 것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듣기 시작한 시각디자인의 수업들은 산업디자인에 비해 조금 더 인문학적인 성격을 보였다. 에세이를 쓰는 수업, 나의 의도를 담아 그림을 그리는 수업, 글자를 다루는 수업까지. 이전까지 접하던 산업디자인 수업들에 비해 과제물에 나의 생각을 좀 더 표현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득 김영하 작가의 강연을 들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앞서 적은 서론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 역량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엄마가 초등학교 때 담임과의 상담을 갔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ㅇㅇ이는 글은 정말 잘 쓰는데, 국어 성적이 그에 비해 너무 낮게 나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모두 내 글이 교지에 실린 적이 있다. 직접 기고한 건 없었고, 수행평가 때 쓴 글을 몇몇의 선생님들이 마음에 들어 하셨다. 교지에 내 글을 실으신 고등학교 2학년 때의 한 국어 선생님은 나한테 직접 찾아와서 진지하게 작가나 국어선생님의 진로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내가 쓴 글을 너무 싫어했다.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볼 때마다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썼는지, 너무 오글거리고 부끄러웠다. 교지에 글이 실리면 기분이 좋은 것보단 공개처형을 당하는듯한 수치심이 더 컸다. 오히려 다른 친구들이 쓴 글이 더 좋아 보였다. 이 때문에 내 글쓰기 실력은 평범하다고, 계속 그렇게 믿어왔었다. 글쓰기 대회에 나가볼 생각이 없냐는 몇 번의 제안도 그때는 모두 거절했다.
일단 학년이 올라가니까 여러 방향으로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당장 할 과제에 관한 고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미래에 관한 고민, 감정에 관한 고민...
최근에는 고민을 계속하다 그만 그 우울한 감정에 매몰되어 과제도 못하고 침대에서 펑펑 울다가 잠든 적도 있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고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내 글쓰기 역량을 나의 진로를 위해서라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앞서 내가 전과를 했다고 했는데, 산업디자인의 수업이 마냥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었다. 작업물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 주제에 맞춰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은 나의 기획 역량을 키우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내가 그 과정을 남들보다 더 재밌어하고, 잘하기도 했다. 덕분에 기획자나 광고분야의 아트디렉터, 마케터 등의 진로에 최근 많은 관심이 생겼다. 세 직업의 공통점은 누군가를 설득시키기 위한 스토리텔링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지금 배우는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교수님들이, 그리고 클라이언트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기획자의 글쓰기>라는 유명한 책이 있는 것 같다. 직접 읽어보고 다음에 기획과 글쓰기의 연관성과 중요성에 대해 더 써보도록 하겠다.
글을 쓰다 카테고리를 나눌 것 같긴 한데, 일단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 세상에 관한 생각, 디자인과 진로에 관한 고민, 문화예술에 대한 감상,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누어 글을 쓰려고 한다. 순서를 따로 정할 생각은 없고 꽂히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부터 쓸 것이다. 아래는 지금 당장 생각나는 나의 글쓰기 소재 버킷리스트다.
1)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
- 나는 왜 경험을 중요시하는가
- 나는 왜 쉽게 불안과 우울에 빠지는가
- 사랑에 관한 고민
- 좋은 이별이란 무엇인가
- 죽음에 관한 고민
2) 세상에 대한 생각
- 정치에 관한 생각 (특정 정당에 치우친 대한 얘기보다는 정치 그 자체에 대하여, 사회적 현상, 사람들의 의견차이 따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함)
- 대한민국 혹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사건사고에 관한 생각
3) 디자인과 진로에 관한 고민
- AI기술, 디자인과 예술 관련을 중점적으로.
- 내가 관심 있는 직업이나 기업에 관한 탐구
- 학교 과제나 공모전, 대외활동을 하며 든 생각
- 미래에 관한 막연한 고민
4) 문화예술에 대한 감상
- 정우, 한로로 등 인디가수들의 노래에 관하여
- 콘서트와 페스티벌에 관하여
- 영화 및 책 감상문
- 트웬티원파일럿츠(밴드)의 세계관 탐구글
- 게임에 관한 생각
적다 보니 평소 생각하는 거나 글 쓰고 싶은 주제가 정말 많은 거 같고... 종종 내가 두통이 오는 경우를 알 것 같기도 하다.
1) 서론, 본론, 결론에 관한 계획을 꼭 세우고 쓰자
여태껏 혼자 휴대폰 메모장에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글을 썼었다. 아무 말이 넘쳐나는 감정쓰레기통 글은 생각정리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글쓰기에도 계획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오랜만에 서론, 본론, 결론을 나눠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이게 오히려 글이 훨씬 술술 잘 적힌다. 앞으로도 꼭 계획을 세워서 쓰기도, 읽기도 좋은 글을 쓸 것이다.
2) 여기의 글만큼은 절대 AI의 도움을 받지 말자
여러 학교 과제를 하면서 AI를 사용한 글쓰기에 너무 익숙해지고 말았다. 과제가 급하거나 귀찮을 때 자주 찾았다. 정말 편하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쓰는 것만 못한 결과물이 나온다. 막상 챗지피티는 남들 답변할 때 내 글 갖다 쓰겠지만.. 그래도 이건 나를 위한 글쓰기니까 순도 100% 수제 글만을 쓰려고 한다.
3) 맞춤법을 중시하자
브런치에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는 게 너무 신기하다! 나의 전반적인 언어생활에도 맞춤법 지키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4) 쓰는 사람도 재밌고 읽는 사람도 재밌는 글을 쓰자
나는 설득능력을 높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니 이 규칙을 최대한 지킬 것이다.
작심삼일의 내가 꾸준한 글쓰기 프로젝트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꽤나 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스스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끈기를 가지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