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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면지언니 Apr 15. 2020

책 읽는 도시, 크라코프

크라코프의 영어 전문 서점 Massolit과 책 읽는 문화

어느 공연 기획자의 세계 방랑기 -  폴란드, 크라코프 # 3



책 읽는 도시, 크라코프 

크라코프의 영어 전문 서점 Massolit과 책 읽는 문화


 폴란드 크라코프에 위치한 영어 서적 전문 저점 Massolit은 다양한 장르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크라코프의 주요 독립 서점 중 하나이다. 서점과 카페를 겸하는 문화가 압도적인 이곳 크라코프인만큼 Massolit 역시 카페와 서점을 겸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모이는 카운터에서는 간단한 커피 메뉴와 함께 직접 만든 것이 분명해보이는 쿠키, 브라우니 등이 소박하게 놓여 있다. 오래된 건물의 구조를 살린 이 서점은 복도를 돌아 구석구석의 방들이 서가로 가득 차있었다. 영어 전문 서적을 찾는 이들이 크라쿠프에 얼마나 많은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복도 한 구석에 놓인 정보 교환 보드에 빼곡하게 붙어 있는 메모들을 보면 이곳이 도시의 커뮤니티에 제법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운터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는 서점의 직원들이 직접 선정한 책들의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고, 고전 문학, 현대 문학을 비롯하여 폴란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폴란드-유대 문학 역시 별도의 섹션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대, 폴란드의 문학 서적의 양이 방대하기로 유명했다. 또한 주목할만한 점은 유럽의 역사와 유대인, 폴란드의 역사에 대한 책들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역사서적 코너였다. 이 코너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비롯하여 정치 사회학적 관점에서 폴란드를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풍성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문화화 철학에 대한 섹션도 많은 이들이 찾는 코너 중에 하나였으며, 종교, 심리학, 지리 및 환경학, 연극학, 예술, 미학, 아시아 연구 등의 다양한 주제들이 서가의 한 코너를 든든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복도를 중심으로 배열된 서가의 특성 상 책을 찾을 수 있는 분류를 맵을 통해 만들어 놓은 것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방문객들은 책을 사거나, 혹은 자신의 책을 가져와서 카페에서 읽으며 차나 커피를 마신다. 오랜 시간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서점의 공간 곳곳을 활용하고 카페 공간을 이용하여 문학 모임이나, 전시회, 작은 음악 연주 등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문화 활동 등도 개최된다. 


흑백의 사진을 표지로 한 소프트 카피의 책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는 것이 여러 서점에서 눈에 띄었다. 책의 제목은 도시의 이름을 하고 있었다. '크라코프' '바르샤바' '비엔나' 등 이름을 들으면 알수 있을 법한, 이 곳 주변의 큰 도시들이었다. 저자는 도시와 관련된 문학들을 콜렉션 하여 책으로 구성하고, 각각에 어울리는 사진들을 페이지마다 배치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한장 건너 한장씩은 백지로 비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독자가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둔 것이다. 책의 컨셉은 '쓰기 위한 책(A Book For Writing)'이었다. 이 책은 영어와 폴란드어, 프랑스, 독일어 등 유럽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있었는데, 이 도시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권쯤 가져봄직한 디자인에 직접 글을 쓸 수 있는 셀프-수필집이 된다고 하니 더 사람을 솔깃하게 만들었다. 도시를 감각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크라코프는 유네스코 지정 2018 문학의 도시로, 도시의 여러 서점들을 연결하는 행사를 비롯하여 강연, 축제, 바자회 등의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서점마다 붙어 있는 문학의 도시 포스터에서는 이번주에 열리는 문학 관련 행사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그 방식이나 장소 등도 제각각 흥미로웠다. 크라코프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폴란드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크라코프인 만큼 공부하는 학생들도 굉장히 많은데, 이들은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카페를 겸하고 있는 서점 - 우리의 북카페와는 좀 다른 개념이었다. - 에서 책을 쌓아놓고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 스타벅스를 보아도 개인적인 업무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이 곳은 서점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켠에서는 오래된 서적들을 파는 바자회가 열렸다. 먼지까지도 세월을 말해줄 만큼 오래된 책들부터, 폴란드의 옛 노래들을 담은 악보, 음반, 그리고 오래된 문학의 초판들까지 수많은 보물들이 햇살을 쬐고 나와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전통 민화를 이야기로 들려주는 배우가 아이들을 앉혀 놓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고, 부모들은 그 뒤에 앉아 책을 한권씩 들고 읽으며 적당하게 쉬고 있었다. 밴더로 참여한 이들은 서점도 있었지만 개인들도 제법 있었다. 


책을 읽는 문화가 도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 과언일까? 책을 읽는 이 도시는 시간이 흘러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2018.07. (c) myunz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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