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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Jul 23. 2024

졸업하고 처음 개발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다.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려 했으나 6개월 만에 잘렸다.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보처리 자격증을 위해 강남역에 있는 학원을 등록했다. 

c언어를 배웠다. 열심히 자판을 두드렸다. 

강사가 알려준 소스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실행을 시켰다. 

‘와~~~ 결과가 나온다’라고 생각했다. 

뭔가 해서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에 난 매료 되었다. 

사실 난 성격이 급하다. ‘참고 인내하라’를 무지 못한다. 

강사가 따라 해 보라는 예제 소스 몇 개를 해봤다. 결과는 바로바로 강사가 말한 대로 나왔다. 

한 달 정도 학원을 다닌 거 같다. 

역시 시험 보는 걸 난 못한다. 

시험은 떨어졌고 자격증은 따지 못했다. 

자격증 없이 그냥 취업했다. 


내가 졸업하고 취업한 시기는 1997년 경이다. 

1990년대임을 고려해서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학교 동아리에서 이것저것 배운 걸 이력서에 썼다. 

작은 회사에 취업했다. 

직원은 사장, 팀장, 개발자 1명뿐이 회사였다. 

추가로 개발자 3명을 뽑았다. 나와 전문대를 졸업하고 야간대를 다니는 초보 1명, 경력자 1명.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팀장 말로는 자율 출퇴근제란다. 하지만 팀장의 출근 시간까지는 출근해야 하고 팀장이 가기 전에 퇴근하면 눈치를 준다. 

팀장은 거의 매일 9시 넘어서 퇴근했다. 물론 출근도 10시 되어서 했다. 

새로 입사한 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늦어도 10시까지는 출근하고 팀장이 퇴근하는 9시까지는 있어야 했다. 

경력자 1명과 기본에 있던 선배 개발자만 7시나 8시에 퇴근했다. 

특히 나는 일찍 출근했다. 아침 8시 정도에 출근해서 대부분 시간을 앉아 있다가 9시 정도에 퇴근했다. 

회사는 작고 팀장은 따로 가르쳐 주는 건 없었다. 입사해서 C++이란 언어로 개발해야 한다고 팀장이 책 한 권을 주시며 공부하라고 했다. 두꺼운 Visual C++ 언어 책은 class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었다. 한 달 정도 그 책을 본 것 같다.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개발해 보라고 하지만 예제로 나온 소스 외에는 응용을 못했다. 

팀장은 답답했는지 Java 1.0 영어로 된 원서를 주었다. 고등학교 때도 대학 때도 영어는 싫었다. 물론 대학 때 영어 원서로 공부를 하긴 했다. 영어 번역하기 진짜 힘들었다. 근데 Java라는 것도 모르는데 영어로 된 책을 준 것이다. 책은 Visual C++ 보다는 얇았다. 반정도의 두께의 책이었다. 예제를 컴퓨터로 해보면서 책을 다 보긴 했다. 하지만 역시 응용은 못하겠다. 

팀장은 Perl이라는 언어로 또 바꿨다. 이번엔 Event Mail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지정된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달 이내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긴 처음이었다. 

다시 Visual Basic이라는 언어로 바뀌었다. 일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했다. Visual Basic은 학교와 졸업하고 잠깐 해봤던 언어이다. 화면을 그리고 배치한다. 버튼을 배치시키고 버튼에 실행하는 소스를 넣어야 한다. 

Visual Basic은 그냥 보기엔 쉬워 보인다. 화면이 하나 보이긴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 처리되는 소스 개발할 땐 나의 머리는 비워진다. 

‘도대체 뭘 써야 하는 거야’ 

난 매일 밤늦게 까지 남아서 개발에 몰두했다. 결과물의 진전은 별로 없었다. 

이렇게 회사에서 일 한지 6개월이 되어 갔다. 

직원 한 명이 잘렸다. 나와 같이 입사한 야간대를 다니는 신입이다. 그 직원의 집은 경기도 광주였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강남구 역삼동에 있었다. 

가끔씩 술을 먹고 집이 멀어서 회사에서 와서 잠을 잤나 보다. 팀장은 그 모습이 싫었던 거 같다. 그 직원은 학교 간다고 일찍 퇴근해야 하기도 했다. 일찍 퇴근하면서 술 먹고 사무실에서 잤으니 싫을 만도 하다. 

같이 입사한 우리 3명은 1명이 잘리는 것에 불만이 생겼다. 새로 입사한 3명은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열심히 했으나 팀장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았던 거 같다. 

우리끼리 이젠 야근을 하지 말고 일찍 퇴근하자고 했다. 난 말없이 6시에 퇴근하기 시작했다. 경력직으로 들어온 직원이 하루는 퇴근하면서 ‘이젠 일찍 퇴근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도 나는 할 말이 있으면 별로 눈치를 보지 않고 말하는 편이었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직원이 말한 내용을 듣고 내가 주도했다고 윗분들은 생각한 거 같다. 

난 Visual Basic 프로그램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6시에 퇴근을 하고 있었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6시나 7시에 퇴근하는 것이기에 할 일은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윗분들 생각은 달랐다. 

일주일도 안되어 사장이 불렀다. 

‘연 씨는 근성은 있는데 실력이 너무 없네요. 우리 회사는 작아서 실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금 하는 일까지만 마무리하고 그만두었으면 좋겠어요’

하던 일은 마무리하라고 했다. 밤새워 가며 일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했다. 

CPU가 돌아가다가 밤에 서버렸다. 며칠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더니 PC가 열을 너무 받아서 고장이 나 버린 것이다. 아침에 팀장께 말씀드렸더니 개발은 그만두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안 나와도 된다고 했다.

난 회사를 잘렸다. 직장에 취업했고 월급을 받으면 생활했다. 집에서도 독립했다. 고시원에 들어갔는데 잘렸다. 고시원으로 옮긴 지 한 달 만에 실업자가 되었다. 

6개월간 난 4개 이상의 프로그램 언어 책만 보다가 실력이 없다고 잘렸다. 

그때 생각했다. ‘개발자 일은 나랑 안 맞아.’ 

학원에서 자판으로 두드렸던 소스가 원하는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기쁨은 개발일이 나랑 맞는 줄 알게 했었다. 하지만 회사에 취업하여 일하면서 느낀 건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다’였다.

다른 일을 알아봐야지 했다. 

하지만 그래도 6개월 경력인데 아까워서 이 한 줄을 계속 이력서에 썼다. 

그리고 20여 년을 개발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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