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기.
다른 곳에 파견 나가 일을 하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지인이 모바일 관련 회사에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쪽으로 옮길 생각으로 결국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회사는 선릉에 있다고 했고 바로 취업할 줄 알았습니다.
항상 부족하던 영어는 회사에 다니니 더욱 필요성이 느껴졌습니다.
결국, 영어공부를 위해 아침 7시 회화 수업을 등록하였습니다.
학원 강의가 끝나면 사람들은 우르르 나와서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저는 커피전문점에 남아 커피와 간단한 아침거리 먹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학원을 함께 다니는 사람들 모두 어디론가 출근을 합니다.
전 출근할 곳이 없었습니다.
커피전문점 남아 공부를 좀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한 달가량 했습니다.
다시 취업하는 건 예상보다 늦어졌고 ‘일주일만 기다려라’가 한 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달을 기다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전 더는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직하기로 하던 곳엔 안 가기로 하고 전에 함께 일했던 PM께 일하러 가도 되냐고 연락드렸습니다.
다행히 PM께서는 흔쾌히 불러주셨습니다.
S사의 개발센터에서의 일은 입사를 전제로 임시 계약직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PM께서 알려주셨습니다.
한 달간의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일은 이전 프로젝트에서 했던 지식관리 시스템을 솔루션으로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곳이든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고려한 솔루션 개발이었습니다.
당시 지식관리 시스템은 간략히 이야기하면 다양한 게시판 형식을 만들어 내는 솔루션이었습니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기능을 확장하여 개발을 진행하였습니다.
S사는 MS(Microsoft)사와 전략적 협약을 맺고 MS 기반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하였습니다. 2000년 MS Server를 기반으로 하였는데 당시 MS Server 및 MS SQL Server(Database Server)는 MS2000 출시 버전으로 진행하다 보니 약간의 문제점들이 도출되었습니다.
MS사의 엔지니어들과 문제점과 해결책을 주고받으며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였습니다.
지식관리 솔루션 부분에서 함께 개발하던 분들은 S사의 PM(Project Manager), PL(Project Leader), 제가 퇴사한 회사의 개발자들, 저로 초기 인력이 구성되었습니다.
일이 진행되면서 추가 개발자들은 투입되었고 제가 시스템에 대해 좀 더 알고 있기에 새로 투입되는 개발자분들에게 업무 설명 및 일 할당, 확인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전에 일했던 회사의 개발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 회사 윗분이 가끔 개발센터에 방문하셨습니다.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더니 놀라시며 ‘너 여기서 일하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가볍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제가 퇴사한 회사 윗분은 저에게 화를 내셨습니다.
회사를 퇴사하고 여기서 일한다고 PM께 저를 자르라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PM께서는 제가 퇴사한 회사 윗분을 데리고 나가셨고 다시 들어오셔서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일해’라고 하셨습니다. 전 그렇게 개발센터에서 2년 이상을 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S사 직원이든 계약직이든 협력사 직원이든 크게 차이를 두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전 사람들에게 교육 및 업무 할당 및 확인 등의 일을 하는 간이 Leader 역할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퇴사는 했으나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는 퇴사 후에도 연락하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던 중 전 회사 개발자분들이 갑자기 퇴근을 같은 시간에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개발센터에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새로 입사하여 투입되었던 분들로 저와 친분이 있는 분들은 아니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가 퇴사한 후에도 회사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발센터에서 일하는 분들도 급여가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나름 파견된 회사에서 집단행동을 취한 거 같습니다.
PM과 PL께서는 열심히 일하던 분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놀라하셨습니다.
전 PM께 개발자분들의 상황을 전달하였습니다.
PM께서는 제가 퇴사한 회사에 연락하셔서 회사에 여기서 일하는 개발자들을 위한 대금 지급이 계속되었는데 왜 개발자들 급여가 지급되지 않았냐고 지급하라고 하셨습니다.
전 퇴사하고 S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기에 문제가 없었으나 함께 일하던 분들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제가 퇴사한 회사는 자금 사정은 계속 좋지 않았고 결국 개발자들은 몇 개월 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한참 후 다른 프로젝트에서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하던 초기엔 한 회사에서 최소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사람의 이력서는 다시 한번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은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전 퇴사할 때 ‘넌 조직 부적응자야. 어디 가서도 일하기 힘들 거야. 회사를 3년도 제대로 못 다니고 그만두다니.’라는 말을 윗분께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퇴사 선택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거 같습니다.
전 S사의 개발센터에서 일하면 조직 생활은 정말 저와 맞지 않는 것이란 사실을 더욱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사회 초년생 시각으로 볼 때의 조직 생활은 ‘윗분께 찍히면 안 된다’였습니다. 다행히 개발센터에서의 저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급한 성격으로 맡은 일에 대한 결과물은 일정대로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전 경력직 입사는 안 하겠다고 PM께 전달하고 그냥 계약직으로 일을 계속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자발적 비정규직을 선택하였습니다.
제가 S사에 입사하지 않고 자발적 비정규직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자발적 비정규직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조직 생활에 맞추기입니다.
조직 생활은 우선 그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개인이 맞춰야 했습니다. 조직이 필요로 하는 자격도 갖춰야 하고 조직에서 원하는 일도 해야 했습니다.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한 자격증 준비, 어학 준비, 고과평가, 직무 적성 관련 진급 과제 등 일 이외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조직에선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이기에 이런 준비 자체가 개인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근데 전 자발적인 필요성이 아닌 뭔가 등 떠밀려서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싫었습니다. 개발자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등 떠밀려서 당장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는 그 무언가를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전 싫었습니다. 억지로 해야 하는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두 번째 큰 조직은 잉여인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S사도 어려움이 있기에 조직 내 인력을 감원해야 할 경우가 발생하였습니다. 팀별로 감원할 인력을 선별해야 했습니다.
부족한 제가 상황을 지켜보면 개인적으로 일을 잘하신다고 생각하신 분은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시고 정작 ‘저분은 어떤 일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던 분들은 자리를 보존하고 계셨습니다.
감원할 인력으로 선별되어야 할 분은 결국 조직 내 머물며 고인 물처럼 있고 열심히 하시던 분들은 새로운 일을 찾아 옮기셨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조직 생활에선 자신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 미만인 저에게 PM께서는 자신이 믿는 사람을 지원해 주고 당겨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PM, PL 두 분의 관계는 제가 볼 땐 정말 절대적 신뢰 관계였습니다.
PM 분은 PL에 일을 믿고 맡기셨고 PL 분은 그분을 믿고 따라갔던 모습이었습니다.
PL께 일임해야 할 부분과 그분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밀어주시는 것도 PM께서는 확실히 해주셨습니다. 물론 PL은 나중에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셨지만, 그때도 PM께서는 지지해 주셨습니다.
두 분의 관계를 보면서 조직에선 저렇게 서로 밀어주고 손을 잡아 함께 성장하고 올라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사람을 얻을 수 있을지도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일만 잘한다고 좋은 고과를 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는 일에 대한 평가도 윗분이 하셨는데 윗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함께 일하셨던 PM은 사실 윗분에게 찍혀서 진급에서 밀리셨고 한번 밀린 진급은 계속 밀려갔습니다. 윗분이 좋은 평가를 주지 않기 때문에 제가 솔루션 부문에서 일한 10년간 그분은 과장 이상 진급이 쉽지 않으셨습니다.
조직 생활은 이렇듯 사람과의 관계도 적당한 처세술 필요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제가 갖추기엔 쉽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표정엔 좋으면 좋고, 싫으면 확실히 표현되는 저는 처세술이 허술하였습니다. 싫은 사람에겐 팍팍 표현하던 저로서는 싫은 사람과 함께 평생직장에서 일한다는 생각 자체가 괴로웠습니다. 전 그런 제 삶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 자발적 비정규직을 선택하였습니다. 어쩌면 저의 부족함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도 자발적 비정규직을 선택한 제가 좋습니다.
자발적 비정규직은 철저하게 자신의 힘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이런 저의 선택함의 자유도 좋습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작을 수도 있겠으나 뭔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작은 부분이 있다는 자체가 저를 자발적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한 거 같습니다.
사실 당시는 노동법이 수시로 바뀌면서 S사와 직접적 계약직으로 계속 계약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PM께서 소개해 주신 회사와 계약하여 일을 계속 진행하였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법규 등이 제정되고 있던 시점이었고 S사의 협력사도 너무 막 늘어나서 S사는 전략 협력사 체제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전략 협력사와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결국엔 개인사업자를 내고 일을 하였습니다.
제가 개발센터에서 일하던 시점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닷컴 붐이 일어나 개발센터에 일하던 S사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도 퇴사하여 다른 회사로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닷컴 붐으로 회사 및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개발센터의 인력도 엄청 늘어났습니다. 솔루션의 규모를 더욱 확장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식관리 부분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개발할 내용을 파악 및 모색, 설계하면서 일을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협력업체 인력이었으나 운이 좋아 다양한 역할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조직에 속함으로 장점도 있습니다. 안정감, 소속감, 퇴직금, 복지후생 등등.
시간이 흘러가면서 노동법이 바뀌어 가면서 도급 법 등의 제정으로 외주의 구분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일하기가 더 수월해지기도 하였고 어려워지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일이든 장단점이 있습니다.
자발적 비정규직, 즉 프리랜서 생활은 자신의 성향과도 맞아야 일을 함에 부담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사회생활 초기엔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안 맞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전 한 곳에서 진득하게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초기 사회 생활할 때 들은 ‘사회적 부적응자’였습니다.
시대적으로 이런 사회적 부적응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생긴 것이고 전 그 행운을 얻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일할 때 한편으로 설렘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까 하는 설레임….
만약, 자신이 이런 상황에 매번 접하면서 힘들다고 느끼면 프리랜서 개발자 일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근데 이걸 어려워하지 않는다면 자발적 비정규직 일을 권해 드립니다.
전 자발적 비정규직이 좋습니다.
다음 편에 자발적 비정규직으로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