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되어가는 중. #2

명절에 나는 집에서 혼자 즐긴다.


설 명절이다.

나는 집에 혼자 있다.

남편과 아이는 시댁에 갔다.

나는 혼자 글을 쓰고 있다.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사진: Unsplash의Chris Lawton

이렇게 명절을 보내는 가족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서로 적응해 가면서 찾은 최선의 방식이다.


나는 시댁 식구들과 교류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 부부가 아이가 만 1살 무렵, 우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찾아가며 내린 결정이었다.


남편은 자신의 가족에게 충실한 사람이다.

나 역시 혼자 살 때는 친정 식구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살았다.

하지만 내 가정에 경제적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후 그동안 내 부모에게 했던 금전적 행위를 중단했다.


남편은 자신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부모님께 털어놓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러면서 아들로서 역할은 충실히 이행하는 효자다.

우리 부부의 문제 시작은 가정경제 관리를 남편이 하면서부터였다. 남편은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나는 남편이 이 능력이 부족한 줄 몰랐다.

내가 임신과 육아에 몰두하는 동안 남편이 가정경제를 관리하기로 했었다.

이는 남편이 나를 위한 배려였다. 아이를 돌보는 일로도 힘들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하기로 했다.

근데, 남편은 가계를 빚으로 꾸리고 있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을 때는 빚을 내기보다 지출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남편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내게 하지 않았다.

뭔가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빚을 내서 내게 주었다.

빚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가정경제를 내가 맡고 관리하기로 했다.

나는 기본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지출에 제동을 걸었다. 우선 빚을 없애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시어머님 용돈 문제가 불거졌다.

‘빚을 내서 용돈을 드릴 순 없다’라는 내 의견에 남편은 강하게 반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님 생신 때 남편이 가족 모임 식사비를 혼자 모두 지급했다.

그 시점 나는 남편과의 불편한 관계로 그 자리에 불참했었다.

이런 상태로 식사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남편은 ‘내가 부모님께 밥 한 끼 못 사냐?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항상 식사비는 혼자 지급했다.’라며 격분했다.

나는 ‘혼자 살 때는 자신의 돈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지만, 지금은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다.’라고 맞섰다.

사진 Unsplash의Afif Ramdhasuma

결국, 남편은 짐을 싸서 집을 나갔고, 내가 관리하던 자신의 모든 통장과 카드를 회수했다.

남편에 대한 나의 신뢰는 완전히 깨졌다.

자신이 만든 가정을, 우리의 관계를 쉽게 팽개치는 행동에 남편과 함께 하는 살아갈 것이라는 삶에 대한 믿음은 금이 갔다.




우리는 각자 살기로 했지만, 아이 문제가 남았다.

남편은 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다.

심지어 시어머님께 맡기겠다고까지 했다.

나는 ‘양육권은 법적으로 가리자.’라며 맞섰고, 곧바로 생활비 지급을 요구했다.

나 역시 아이를 낳기 전까지 경제활동을 했다. 아이를 돌보겠다고 일을 안 하고 있었을 뿐이다.

또한, 당시 우리가 살던 집은 내 명의였다.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장만한 집이었다.

남편이 집을 나간 것도 이 집이 내 명의라는 게 한 이유였다.

2주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나는 집을 나간 남편에게 사전 협의 및 약속 없이 집에 출입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아이도 정해진 일자에만 만날 수 있다고 알렸다. 아직 어린아이를 만나기 위해 집에 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이 다시 피우기 시작한 담배 냄새 때문에 갈등은 더 깊어졌다. 담배 냄새는 피우며 내 집에 들어오길 나는 거부했다.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출산 후 남편은 끊었다. 근데, 다시 피우고 있었다.

사진: Unsplash의Toa Heftiba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남편은 사과하며 집으로 돌아오기를 원했다.

나는 우리의 관계가 이미 깨진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났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상황을 겪은 상태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과거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관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는 당신에 대한 신뢰가 깨졌어. 당신을 믿을 수 없어. 이에 부부로 연결되는 모든 역할은 안 하겠어.

대신, 아이에 대한 책임은 둘이 함께 지기로 했으니 그 부분에만 초점을 두며 살길 바란다.’

‘내가 노력할게’라고 남편은 대답했다.

나는 각서를 요청했다.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남편이 조심해야 할 부분과 앞으로 노력할 부분에 관한 내용으로 작성했다.

언제든지 아이를 위한 아빠로서, 한 가정을 이루는 남편으로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집을 나가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우리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서로의 책임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처음에는 오로지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아빠와 엄마의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다른 역할은 내려놓았다. 나는 시댁과 연결되는 역할을 내려놓았다. 남편을 통해 알게 된 관계들과도 선을 그었다.

그래서 나는 시댁 방문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 있기를 싫어했다. 그간 명절에 아이와 단둘이 보냈다.

이제는 아이가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제한하는 TV를 마음껏 볼 수 있어서다.

사진: Unsplash의Daniel Thomas

남편은 2남 1녀 중 막내이지만, 맏이의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어 명절에 여행을 갈 형편도 되지 않는다.

나는 아이가 남편과 함께 시댁에 가기 시작한 1년 전부터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밀린 드라마도 밤새워 보았다. 지금은 편하게 종일 글도 쓴다.

남들은 명절에 가족과 함께 시댁, 친정을 오가거나 여행을 떠나지만, 우리는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낸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타협이 계속 발생했고 우리는 조율해야 했다.

주변의 시선과 질문도 있었다. 우리는 우리만의 생각으로 이에 행동하고 답했다.

또한,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서로의 생각을 좁혀가며 싸웠고, 이해하며 서로에게 맞춰왔다.

어찌 보면 심하게 역할을 정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리하게 역할을 유지 시키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보다 내려놓아 서로에게 편안함을 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다 다르다. 다르기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우리 부부는 서로 다름을 받아들였고, 이로 우리만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부부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아니 오늘도 우리는 투닥투닥하며 서로 충돌하고 화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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