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작가_무라카미 하루키
책 소개 _ 삼십오 년 동안 소설가로서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이 놀랍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 책은 그 놀람에 대한 책이다. 각 장에는 소설가에 대한 솔직한 생각, 생업으로 글을 쓰기 위해 지녀야 할 태도와 자질, 문학상에 대한 견해, 홀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에피소드 등이 담겨있다. 의뢰를 받아쓴 글이 아닌, 오직 자신을 위해 쓰기 시작한 책인 만큼 그의 세계관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감상 _ 한 권을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었던 계절이나 공간, 혹은 냄새가 함께 기억나곤 한다. 이 책은 작년 이맘때쯤 책만 읽고 싶을 때 가는 내 단골 커피숍에서 미동도 없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토요일 오후였고 저녁 6시가 되기 전까지, 사장님이 커피를 내릴 때마다 풍기는 그 커피향과 함께 책을 읽었다. 책의 절반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는 그의 독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문학상보다 독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마음이 그저 좋아서,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책을 읽은 나의 그간의 시간들이 존중받은 기분이 들었달까.
이 책에서 그는 소설가가 지녀야 할 자질 중에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부분을 거듭 강조했다.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를 내 몸에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 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이라며 '아직 눈이 건강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동안에 이 작업을 똑똑히 해둡니다'라고 소설가로서 기초체력을 단단히 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4장 '오리지낼리티에 대해서'는 작가를 꿈꾸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는 학창 시절에 비틀스의 <플리즈 플리즈 미>와 비치 보이스의 <서핀 USA>를 듣자마자 오싹함과 함께 '오리지낼리티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특별함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검증을 받고 후대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한 작품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오리지낼리티라고 말이다. 마치 내가 고등학생 때 <상실의 시대>를 읽으면서 확신이 드는 물음표를 쥐고 계속해서 읽었던 것처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을 때마다 새롭다고 느끼는 것처럼. 오리지낼리티란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링 위에서 삼십오 년 동안 쉬지 않고 소설을 쓴 그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고 충분히 말할만한 자격이 있다. 자신은 그저 소설을 쓸만한 자질을 약간 가지고 있었고, 행운도 따랐고,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소설을 쓰며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엔 그는 소설을 쓰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글 쓰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달리고,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 이미지가 북극성처럼 항상 빛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다시 책을 읽고 싶을 때, 나는 먼저 그의 책을 찾는다. 그가 소설을 쓴 시간 동안 그의 독자들이 멋지게 성장한 것을 보며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만의 북극성을 찾아 오리지낼리티를 품은 무언가를 펼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