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추석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은 지 2주 후였다.
그 시간 동안 삼촌과 이모들은 외할머니를 떠나보낼 준비를 했다.
만약 갑자기 돌아가셨다면 서로 미워하는 마음이 컸을 텐데,
그동안 오해도 풀고 그간 못 전한 이야기도 나누라고
2주를 버티셨던 것 같다.
외할머니와는 추억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부고를 들었을 때 슬프지 않았고 오히려 덤덤했다.
하지만 외할머니와 가장 각별한 정을 주고받았던
친정엄마는 어린애처럼 우셨다.
"나는 이제 고아야."
참 이상하게도 그 말이 와닿지 않았다.
엄마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일그러져 보였다.
대체 내가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공감 못함과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나 자신의 감정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는 엄마의 손을 잡아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전처럼 나를 이상하게 몰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았다.
외할머니의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내 마음은
언젠가 부지불식간에 슬픔의 모습을 하고 찾아올 것 같다.
그게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때는 제대로 된 애도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