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린 Jan 24. 2022

오스트리아에서 이직하기

오스트리아에서의 고군분투: 취업과 이직.

내가 실업급여 받는 것을 걱정해도 일복은 터진 여자라고. 그래도 이번엔 진정 내가 원하던 이직이다. 오스트리아 와서 3번째 직장이다. 아아 세월이여! 감개무량하다... 첫 직장은 호텔 리셉션이었다. 일단 내 호텔 경력이 빵빵하고, 학력도 호텔로는 빵빵하기에 말을 못 하는 사람 입장에선 뭘 가릴 것이 아니어서 호텔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원래부터 딴 건 몰라도 호텔일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던 나였기에... 일하면서 티가 많이 났다.  일이야 뭐 아주 똑소리 나게 하지만, 하기 싫은 건 하기 싫은 것이었다. 그렇게 1년 반?을 질질 끌면서 그만두지도 못하고 일을 해왔다.


그러다 말레이시아에서 했던 디지털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를 준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어였다. 그리고 이미 약 6-7년 전에 배우고 써먹던 것들은 끝없이 진화하여 당시 내가 뛰어들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이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강의였다. 1년짜리 강의였는데 현지의 광고 에이전시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강사로 나와 가르치는 수료과정. 문제는 등록비가 1학기에 3000유로, 1년이면 무려 6천 유로였다. 이곳 일반 대학과정의 등록비가 학기당 약 300유로 정도인걸 생각하면 미친 듯이 비싼 돈이지만, 시에서 지원금을 신청해서 어느 정도 돌려받을 수 있었다. (6천 중 2천 정도 돌려받음) 그리고 좋은 직업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정도 돈이야 내가 벌어서 투자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 그러면서 1년간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호텔일은 아무래도 쉬프트에 맞춰 하는 일이라 아예 그만두거나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파트타임을 하려고 생각하던 중 루이비통에서 지원도 안 했건만 연락을 줘서 레쥬메 보내달라고 했다. 원래 명품엔 관심이 전혀 없지만 새로운 일이니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호텔은 그만두겠다고 하고 일을 시작했다. 누가 아는가 혹시나 그 일이 맞으면 그 회사에 눌러앉을 수도 있는 것. 하지만 역시 사람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 없고 쉽게 쉽게 되는 것도 없다. 결국 루이비통도 1년쯤 되니 너무 하기가 싫어졌다. ㅎㅎ... 나 어쩌니... 일단 몸이 너무 축이 나서 워라밸이 완벽한 건 좋았으나 집에 칼 같이 온다고 해서 축난 체력이 돌아올 것도 아니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와중에 코로나가 시작되어 단축근무를 했다. 단축근무를 하니 풀타임은 이제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된 만큼 나의 이직은 저 멀리 요단강을 건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 회사에서 일하면서 매번 어딘가에 지원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일 훑어보면서 공고가 많이 뜨면 한두 군데 지원해보곤 했는데 다 부정적인 결과뿐이었다.


작년에 자가격리를 안 하는 틈을 타 한국에 두 달 다녀오게 되었다. 한국에 가기 전부터 가 있으면서 점점 더 N 잡러, 프리에이전트, 노마드 등등에 대한 나의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졌다.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면서 바닥을 친 자존감이나 자존심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한국에 두 달 지내다 오스트리아로 왔는데 어차피 실업급여받는 데다가, 일을 안 하니 전반적인 정신상태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일자리 지원도 마구마구 해댔다. 하면서도, 떨어지든지 말든지 나도 모르겠다!! 하며 디지털 마케팅 쪽으로 계속 지원했다. 왜냐면 이거고 저거고 다 안되면 스타벅스 알바나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벅 알바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내가 스벅 알바를 너무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또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오히려 빨리 연락을 안주는 회사에는 속으로 거절 이메일이라도 빨리 보내줘라 기다리지 않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12월 18일에 지원했던 몇 개 회사 중 하나에서 28일에 면접 보자고 연락이 왔다 심지어... 팀스 미팅.. 와우. 요즘은 확실히 줌으로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제너레이션 갭같으니라고... 나 말레이시아 갈 때까지만 해도 스카이프로 미팅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줌. 혹은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줌은 깔려있는데 팀스는 깔려있지 않아서 미리미리 깔고.. 혹시 몰라서 고프로로 녹화 버튼 켜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나중에 고프로 영상을 보고 하는 말이지만 정말 고프로로 녹화하길 잘했다. 화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말하는 것들이 다 그대로 녹음이 잘 돼서 정말 다행이었다. 슈서방이 같이 봐주고 피드백과 뭘 준비할지를 같이 얘기할 수 있었다. 면접 중에는 아무래도 정신이 없고 아주 깔끔하게 들리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의 사각지대에서 허둥지둥하는 게 없잖아 있었는데, 그래도 고프로 보고 다음 면접을 더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